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셋 - 사랑으로 풀어내는 웃음보따리
특명이다! 밑을 막아라
이종환, 최유라씨! 안녕하세요?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인사드리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언제나 소박한 일상의 얘기로 전 국민의 웃음을 책임지시는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만약 두 분이 저희 지역구에 출마하신다면 웃음이 묻어나는 새로운 정치 구현을 위해 소중한 저의 한 표를 이행할 것입니다. 저는 서른 네살의 주부로서 사랑스런 일곱 살박이 아들과 바로 이 얘기의 주인공인 동갑내기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우선, 그이의 특이한 체질을 소개해야겠네요. 덩치는 김국진, 식성은 강호동 즉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않는 희귀한 체질입니다. 저희가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때, 그이는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에 군대를 가야만 했습니다. 아직 신혼이던 그 당시, 3년이라는 긴 시간의 이별을 결코 받아들일수 없었습니다. 고민 고민 끝에 그이는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육군학사 장교를 지원하였고, 장교의 자격 요건을 판정키 위한 신체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몸무게였습니다. 장교가 되기 위한 Cut-Line은 54kg, 그이의 몸무게는 48kg. “우째 이런일이-!!” 신체검사 일을 겨우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무려 6kg의 체중을 늘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저는 무지하게 먹였고, 그이는 무지하게 먹었습니다. 한끼에 밥 2그릇과 고기 1접시씩, 하루에 5끼. 간식으로 아이스크림 큰 것 1통, 초코릿 1박스. 그 외에도 살이 찔 만한 음식은 무조건 먹였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이의 체중이 저녁이면 1kg정도 늘었다가 다음날 아침 응아를 하고 나면 도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이의 신기한 소화기관은 먹는 모든 것을 응아로 생성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이의 체중은 응아의 무게만큼 늘었다줄었다 하는 것이죠. 그러기를 20여일, 그이의 몸무게는 겨우 2kg이 늘어난 50kg이 되었습니다. 신체검사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늘려야 할 몸무게는 4kg. 절망적인 그 순간에 저는 비장한 결심을 하였습니다. 몸무게를 늘리는 것은 살만이 아니다! 부족한 4kg을 응아로 채우자! 그이는 다음과 같은 행동강령 아래 남은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첫째, 눈으로 밥풀이 튀어나올 때까지 먹는다.
둘째, 국물은 뽑되 건더기는 절대 뽑지 않는다.
셋째, 체중이 소모될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특히 밤엔 딴짓 않고 잠만 잔다.
밑빠진 독에 밑을 막은 채 저는 그이의 예술품을 계속 만들어갔고, 그이가 뿜어대는 예술의 향기는 하루가 다르게 독해져 갔습니다. 저는 그이의 그 향기를 맡으며 먼저 것이 었나 보다 라고 태연히 여겼으며 오히려 제 노력에 대한 보람으로 느꼈답니다. 드디어 신체검사 당일 아침. 아침 밥을 잔뜩 먹은 그이의 몸무게는 52.5kg 이미 그이의 대장, 아니 소장까지도 거시기로 가득 찼을 텐데, 무슨 수로 1.5kg을 채우나 그래 기왕에 채우기 시작했으니, 위장, 십이지장, 맹장, 식도에 오줌보까지 꽉꽉 눌러 채우는 거야! 급기야 저는 이런 엄청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이와 함께 타고 갈 승용차에 바나나 8개와 물이 가득 찬 한 말짜리 석유통을 싣고 신체검사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입장 15분 전, 그이는 물과 바나나를 정신없이 먹었고, 승용차 안의 그런 진풍경을 구경하게 된 행인들은 우리를 마치 외계인 보듯 하였습니다. 물 반통과 바나나 8개를 먹은 그이는 목구멍까지 바나나 주스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누렇게 뜬 얼굴로 엉거주춤하게 걸어가던 그이는 화이팅이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결전의 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앞뒤로 밀려나오려는 고통을 겨우겨우 견뎌내며 입장한 그이에겐 또 하나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군대는 줄을 잘 서야 한다 라는 말 아시죠? 불쌍한 그이는 몸무게를 맨 마지막으로 측정하는 지옥의 줄에 섰답니다. 그 사실을 안 순간, 그이는 재빨리 줄을 바꾸려 했으나 야속한 통제 요원들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속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는 딱한 처지의 그이는 양손으로 거시기의 두 출구를 꼭 부여잡은 채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렸답니다. 이종환, 최유라씨! 그이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고통으로 흘린 식은땀을 뒤집어쓴 채 체중계에 올라섰고, 그이는 54.5kg이라는 훌륭한 신기록으로 악몽의 관문을 통과하였답니다. 장하다 내 남편. 위대하다 내 남편. 체중 측정이 끝나자마자 그이는 화장실로 달려갔고, 다리가 저리도록 그곳에서 나오지 못했다는군요. 그해 7월, 그이는 대한민국 육군 소위로 입관하였고, 3년 뒤 중위로 무사히 전역하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뒤, 그이는 제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고, 그 다음은 그 무지막지한 자연의 힘을 막고 버티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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