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1 - 정채봉, 류시화 엮음
2. 평범한 행복
꽃집 소녀 - 김주동
얼마 전 일이다. 교통 사고로 입원한 친구가 있어 퇴근길에 문병을 가면서 잠시 꽃가게에 들러 꽃 한 다발을 산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가 꽃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꽃가게 일을 보는 소녀가 무슨 일인지 손님이 들어서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들먹이며 울고 있었다. 나는 그냥 다시 나갈까 하다가 근처에 다른 꽃가게가 있는지, 또 어디에 있는 지 알 수도 없어서 소녀를 불렀다.
"아가씨, 나 꽃 좀 사려고 왔는데..."
그러자 소녀는 고개를 들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나를 맞이했다. 그때 그 소녀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어떤 감정이 한 자락 꿈틀 하고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소녀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손님, 죄송합니다."
울었던 탓에 눈물 젖은 두 뺨을 손등으로 닦아 내자 거기에 해맑은 웃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웃음이 피어난 것이다. 소녀를 눈물 젖게 하고 어깨를 들먹이면서 울게 한 일이 어떤 일인지는 몰라도 찾아온 손님을 웃음 띤 얼굴로 맞이할 수 있는 그녀의 고마운 마음씨가 내게는 여간 감사한 것이 아니었다. 소녀가, 내가 가리킨 노오란 프리지어꽃 한 다발을 내려 가위로 밑동을 잘라 다듬고 흰 종이로 싸고 있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거나 헤어지게 되어서 울고 있었을까, 아니면 내 경우처럼 가까운 사람이 교통 사고나 병으로 입원을 한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하였다. 소녀가 건네주는 꽃다발을 들고 꽃가게 문을 나서다 말고 나는 이 궁금증을 떨쳐 내지 못하고 기어이 소녀에게 묻고 말았다.
"아가씨, 아까는 왜 울었죠?"
그러자 소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싶더니 화분들 사이에 걸려 있는 빈 새조롱을 눈으로 가리켰다.
"오늘 오후에 저기 살던 십자매 한 쌍이 죽었어요."
(한국화장품 선전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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