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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1 - 정채봉, 류시화 엮음
1 가족
시골 버스 - 작자 미상
인생에서 가장 좋고 아름다운 것들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그것들은 오직 가슴으로만 느껴진다. - 헬렌 켈러
한여름의 시골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먼지로 뒤덮인 버스는 화덕처럼 뜨거웠다. 얼마쯤 달리는데 가로수 그늘 밑에서 한 젊은 군인이 손을 들었다. 버스는 그 앞에 멎었다. 군인은 커다란 배낭을 안고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는 떠나지 않았다. 왜 안 떠나느냐고 승객들이 소리쳤다. 운전수는 "저어기" 하면서 눈으로 창 밖을 가리켰다. 승객들은 모두 운전수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젊은 여인이 열심히 논둑을 뛰어오고 있었다. 버스를 향해 손짓까지 하는 폼이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승객들은 여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개울가로 가서 세수도 하고 바람을 쏘이기도 하였다. 얼마 후 여인이 도착했다. 그러나 여인은 버스에 타지 않았다. 운전수가 빨리 타라고 소리쳤다.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맨 앞좌석에 앉은 젊은 군인에게로 가서 창 밖으로 내민 손을 잡고서 "몸 성히 잘 가이소"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젊은 군인도 "걱정 마래이" 하며 여인의 손을 아쉬운 듯 놓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승객들은 너나없이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다. 즐겁고 흐뭇한 웃음이었다. 버스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여인을 뒤에 남겨 둔 채 매미 울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로수 사이로 멀어져 갔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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