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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재작년부터 장마 시작 시기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날씨 상담과 안내를 전담하는 기상콜센터 상담사들은 장마를 대비하려는 고객님들의 문의 전화를 끊임없이 받았습니다. 주간 날씨를 안내하면 자연스럽게 장마 시작 문의로 이어지고, 원하는 답 변을 듣지 못한 고객님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내가 만난 고객님과의 상담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중간에 말을 끊을 수 없어 듣다 보니“김동완 통보관님처럼 되는 것이 꿈이었다.”라는 고객님의 어린 시절 소망 이야기까지 이어졌지요. “왜 꿈을 접으셨어요?” 말하고 싶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아 여쭈자, 초등학교 4~5학년 무렵부터 시력을 잃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지요. 그러면서 어두운 이야기로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글을 쓰려니까 상담 도중 눈물 흘릴까 봐 조바심치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기상청이 있어서 비를 맞지 않아요. 기상청에서 비가 온다면 우산 쓰고 나가고, 비가 오지 않는다면 그냥 나가거든요.” 고객님 말씀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가끔 장황한 자료를 요청하는 고객님에게“인터넷 활용이 가능하십니까?”하고 여쭈면“저는 시각 장애인이에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 드리지 못해 할 말을 잊고 쩔쩔맬 때가 많은데, 그날도 예외가 아니었지요.
'전화기 저편에서 어떤 불편을 안고 살아가실까?'상담을 마치고,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님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우리 응답이 그분들의 삶에 얼마나 도움 되고, 영향을 미칠지 쉬이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상콜센터 상 담은 단순히 날씨 안내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고객님들의 끊임없는 전화벨 소리와,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보이지 않는 고객님을 향한 상담사의 밝은 인사가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이 되어 내게 주어진 이 길에서의 역할을 알려 주 는 것 같습니다.
김현경님| 기상콜센터상담사
-《좋은생각》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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