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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주말 오후에 식구들과 영화를 봤습니다. 2002년에 나온 <존큐>라는 영화인데요. 주인공 존은 성실한 가장이고 그의 부인 역시 열심히 사는 착한 아내였지요. 존 부부는 보디빌더가 꿈인 귀여운 아들 마이크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야구경기를 하던 아들이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집니다. 마이크는 심장이 보통 사람보다 세배나 커지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희귀병에 걸린 겁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데 수술비용은 없고 보험회사에서도 외면을 당하자 존은 집에 돈이 될만한 것을 하나씩 팔아서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존이 더 이상 병원비를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병원 관계자들이 마이크를 강제퇴원 시키려고 하자 존은 권총을 들고 병원 인질극을 벌입니다. 경찰은 아들에게 심장을 달라고 절규하는 존을 이해하기보다는 사살할 계획을 세웁니다. 점점 위기감이 몰려오자 존은 죽어가는 아들을 붙잡고 결단을 내립니다. 자신의 심장을 아들에게 주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아들을 살릴 방법이 그것뿐이기에 자신이 자살을 한 후 심장의 기능이 상실하기 전에 마이크에게 이식을 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지요. 아버지는 수술을 앞두고 생명이 희미해져가는 아들과 마지막 대화를 나눕니다.
“아빠! 새 심장을 찾으셨어요?” “그래, 찾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돼. 아버지는 절대 너를 떠나지 않으마. 언제나 같이 있을 거야. 바로 여기에.” 마이크의 심장에 가만히 손을 얹은 존은 이제 아들의 심장이 되어 언제나 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아버지 없이 살아야 할 마이크의 남은 삶을 위해 '매일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렴,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해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라, 담배를 피우지 마라, 나쁜 것들은 무조건 피해라….' 라고 눈물 흘리며 부탁을 합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아들을 향한 걱정으로 가득한 아버지의 마음이란…. 자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는 사랑, 그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도무지 헤아려지지 않는 제 연약함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저는 살짝 옆을 돌아보면서 부모님께 말했지요. “엄마! 내가 마이크면 엄마는 나한테 심장을 줄 수 있어? 아니다, 아빠가 먼저 말해봐!” 부모님은 잠시 말을 아끼시더니 딱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너도 시집가서 자식을 낳아보면 안다.” 하시는 겁니다. 원하던 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서로의 눈에 글썽이던 눈물이 아마도 그 마음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자녀를 낳으면 “너도 자식을 낳아봐야 내 마음을 알지?” 할 날이 오겠지요. 그 때야 비로소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참! 잊을 뻔 했네요. <존큐>는 제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남겨주고 행복한 결말을 맺으며 막을 내렸답니다.
글 《행복한동행》 김승희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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