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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과 소풍
'짠지' '겉절이' '무말랭이' '콩장'
이름만 들어도 예스러운 반찬이지만 내겐 친구들의 별명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도시락 같이 먹던 멤버들이 주로 싸오던 반찬이 별명이 된 것이지요.
삼삼오오 무리지어 밥을 먹다 보면 어느새 같이 먹는 멤버가 생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일주일만 지나도 서로 무슨 반찬을 싸올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그러다 소시지라도 싸오는 날에는 소풍가는 날로 여겨질 만큼 특별했습니다.
도시락의 장점은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학교 밖을 벗어난 도시락은 단체 소풍 말고는 별다른 기억이 없습니다. 사회생활 신입 시절,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갖고 다니기도 했지만 그 역시 학교와 다를 바 없지요.
그런데 문득 봄의 기운이 완연하던 어느 토요일 오후가 생각납니다. 윗집 누나가 도시락 싸서 소풍 가자는 말에 냉큼 부엌에 들어가 가마솥을 열어 노오란 양은 도시락에 밥을 퍼 담고 눈에 띄는 반찬을 마구 담았습니다. 헐레벌떡 집 밖을 나서니 몇 명이 더 모였습니다. 나무가 하나도 없어 '빡빡산'이라 부르던 작은 앞동산을 향해 콧노래를 부르며 오르던 그 길은 분명 학교 소풍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늘 보고 걷던 길도 달리 보였습니다. 산언덕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며 먹던 도시락 맛도 달랐습니다. 반찬이라곤 달랑 김치뿐이었는데…. 밥을 먹는 환경이 달라지고 풍경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진 것이겠지요.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학교에 소시지를 싸간 날은 기억나지 않는데, 유독 그 김치를 맛있게 먹던 그날이 생각납니다. 일상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글 《행복한동행》 김익겸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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