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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텔레비전 볼륨 좀 줄여요.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리네!”
친정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텔레비전 볼륨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치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뒤이은 엄마의 한마디에 코끝이 찡해집니다.
“작게 하면 잘 안 들려. 너도 나이 들어 봐….”
엄마도 나이를 먹는다는 걸 깨달은 건, 바로 그때였습니다. 참 철없는 딸이었죠. 늘 “사람들이 아빠보다 열 살은 어린 줄 안다.”며 딸들에게 자랑 삼아 이야기하던 엄마였기에, 무거운 장롱과 침대도 번쩍번쩍 옮겨 가구 배치를 바꾸곤 하시던 엄마였기에, “허리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새벽부터 온 집안을 반짝반짝 쓸고 닦던 엄마였기에 몰랐습니다. 철없는 딸은 또 엄마에게 묻습니다.
“그럼, 엄마도 이제 금방 환갑 되겠네?”
“내년이 환갑이잖아….”
그리고 며칠 뒤 해외에 사는 남동생과 통화를 하는데, 동생이 묻습니다.
“요즘 아빠 건강 안 좋으셔?”
“아니, 좋으신데. 왜?”
뒤이은 동생의 한마디에 가슴 한구석이 싸해집니다.
“교회 후배 소진이 알지? 걔가 그러더라. 요즘 목사님 어깨가 유난히 쓸쓸해 보인다고.”
잊고 살았습니다. 아니 내 삶이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무관심했습니다. 부모님도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내 머릿속 엄마의 모습은 학창시절 내 교복을 정갈하게 다려주던 그 시절에 멈추어 있고, 내 가슴속 아빠의 모습은 열 살 때 로봇박람회에 손잡고 갔던 그 시절에 멈추어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추억 속의 부모님의 모습을 붙잡기보다, 한 달이 멀다 하고 머리를 염색하시는 부모님의 현재 모습을 지켜드리는 데 충실해야겠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부모님이 굵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동무가 되어드리렵니다. 축 처진 부모님의 어깨가 쓸쓸해 보이지 않도록, 텔레비전의 커다란 볼륨이 낯설지 않도록….
글 《행복한동행》 박헤나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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