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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의 소중함
오래 사귄 연인의 무던함인지 익숙함인지, 저와 제 남자친구는 특별한 데이트를 하지 않습니다. 공기놀이해서 지는 사람이 안마 10분 해 주기, 몸으로 영화 이름 설명해서 맞히기,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공원 산책하기 등 어떻게 보면 참 시시한 연애를 하고 있답니다.
자취 생활을 하는 남자 친구를 위해 주말에는 제가 가끔 팔 벗고 요리에 나섭니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으니 미역국, 계란부침처럼 쉽고 간단한 것들이죠. “맛있다,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워 주는 게 저에 대한 배려라는 걸 알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친구가 불쑥 그러더군요. “이번 주말에는 남자들이 요리해 볼까? 남자들의 날. 어때? 뭐 먹고 싶은지 생각해 봐.” 듣고 있던 저와 엄마의 입엔 미소가, TV를 보시던 아빠의 눈엔 당혹감이 일었지요.
드디어 결전의 그날. 메뉴는 크림소스 스파게티와 치킨 샐러드로 정했습니다.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아빠와 남자 친구는 한 시간 여 만에 스파게티 한 접시와 샐러드를 제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일단 색깔과 냄새는 그럴 듯하네요. 한 입 넣었더니 이건 스파게티가 아니라 딱 콩국수 맛이네요. 엄마와 전 쿡쿡 터지는 웃음을 막고 “음~맛있네”를 연발했죠. 옆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남자 친구가 털썩 자리에 앉더니 말하더군요. “별로 안 어려울 거 같았는데 막상 해 보니 쉽지 않네. 그동안 너도 힘들었겠다.” “당신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옆에서 아빠도 한 마디 거드시더군요.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고 타박을 주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맞아요. 옆에서 보기엔 별것 아니지만 막상 해 보면 만만찮은 일이 많죠. 이른 아침 도시락을 싸 주는 엄마, 30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회사를 다닌 아빠처럼요. 누군가 당연히 하고 있다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넘겨버렸던 일들을 직접 해 보세요. 동료의 책상에 걸레질을 하고, 사무실에서 쓰는 컵도 씻어 보고요. 그 일을 대신해 주었던 누군가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다가올 겁니다.
글 《행복한동행》 임나리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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