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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응?”
“아니야, 내 자랑 같아서 말 안 할래.”
“크크, 또 뭔데 그래?”
“어제 집에 들어갔는데 설거지며 빨래가 잔뜩 쌓였더라고…. 그래서 내가 다 해놨어. 거실 바닥도 물걸레질 하고.”
토요일 점심 무렵, 친구 아들 돌잔치에 가는 데 남편이 수줍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내 자랑 같다.”는 말에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나는 주중엔 집안일에 거의 손을 놓고 지낸다. 대신 토요일에 한꺼번에 몰아서 일주일치 반찬도 만들고, 설거지며 빨래, 대청소를 하곤 한다. 남편과 분업해서 하지만, 아무래도 내 손이 가야 할 일이 많은지라 일을 다 끝내고 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그런 나를 배려해 남편이 작은 도움을 준 것이다.
연애 시절만 해도, 결혼을 하면 집안일은 표를 만들어 철저히 반으로 나눠서 해야 한다고 지금의 남편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살면서 참 많이 무뎌진 나를 발견한다. 내가 하나를 했으니 너도 하나를 해주어야만 한다는 욕심은 버린 지 오래다. 함께 살고, 함께 해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린 사소한 일에 폭소를 터트리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과의 관계, 직장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금 무뎌지려 한다. 때론 칼 같은 날카로움보다 투박하고 둔한 무딤이 '함께'라는 말의 의미를 더 깊게 만들어 줄 테니.
글 《행복한동행》 박헤나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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