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 우체국에서
시장 모퉁이를 돌아 들면 별정 우체국이 있다
나는 가끔 아들에게 보낼 우편물을 안고
이 우체국을 찾곤 하는데
스무 살 남짓의 처녀 둘이서
에프엠 라디오를 들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한산한 실내에는, 가을 국화 향기가 방금 점심을 끝낸
자장면 냄새 뒤에 잠시 몸을 감춘다
소포대 위에는 소포 박스가
미지의 골목을 조용히 꿈꾸고 있다
중년여자 하나 모양새답지 않게 돋보기를 챙겨 끼고
어두운 골목길을 더듬 듯 우편번호를 찾나 보다
다시 칠한 입술을 뽁뽁 빨던 직원 처녀가 밑줄을
좍좍 그으며 길을 안내한다
세상의 모든 길들이 봉투 속에서 봉함되는 순간
길은 더 넓은 곳에서 점점 좁아져
어느 막다른 골목의 끝에서 마침내 그리움을 만나리라
오늘도 그리운 사람 하나
별정 우체국 소포대 위에서 길을 묻는다.
필자 : 이경희님 출처 : 월간《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