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 김에 건물 좀 둘러보시지요.” 대형 쇼핑센터의 보안팀장을 뽑는 면접이었다. 면접자는 곧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고 한 시간 뒤 상기된 얼굴로 올라왔다.
앞서 여러 명이 이미 면접을 끝내고 돌아간 뒤였다. 면접관은 그에게 건물을 둘러본 소감을 물었다. 그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 들며 입을 열었다. “예, 우선 생각보다 많은 수의 입점주들과 다양한 상품들이 인상 깊었고, 그만큼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하 주차장부터 최상층까지 둘러봤는데, 제가 느꼈던 몇 가지 강점과 개선사항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그러곤 층별 적재물에 대한 생각과 조직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밝은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했다. 나중에 인사부장의 말을 들어 보니, 면접을 보면서 전 층을 그렇게 다 돌아본 사람은 처음이란다. 게다가 둘러본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일일이 정리해 온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빌딩 전체의 보안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의 주요 역량을 알고자 했던 것이 면접이라면, 면접관은 책임감과 성실성,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어떻게 표현하고 검증할 것인가를 눈여겨 보았을 것이다. 여러 질문보다 한 가지 행동에서 자신을 검증하고자 하는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찾은 것이 답이 되었다 하겠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것이 취업을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구직자의 마음이 번번이 두근거리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일까, ‘어떻게 하면 면접을 잘 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속 시원하게 한마디로 대답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라 한참 뜸을 들이다 결국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답을 한다. 취업을 하겠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인사 담당자라면 어떤 사람을 원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면접 과정과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자신을 드러내는 데 구체적인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사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은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적합한 인재를 뽑아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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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정 님|(주)스카우트 이사 -《행복한동행》2008년 7월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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