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온통 하얀 감나무
한 청년이 집을 떠났습니다. 농사 짓는 일이 고달프고 아버지의 간섭이 싫고 어머니의 잔소리가 짜증나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와 보니 모든 것이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높은 건물과 물결치는 듯한 자동차의 행렬, 휘황찬란한 불빛, 잘 입고 늘씬한 서울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반겨 주는 듯하였습니다. '고향을 떠나오길 잘했어, 서울은 참 멋있는 곳이야!' 청년은 의기양양하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가지고 온 돈을 마구 썼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돈이 떨어지자 먹을 곳, 잘 곳, 쉴 곳이 없어지고 배고프고 춥고 초라해졌습니다. 숨막힐 것 같은 외로움과 불안이 엄습해 왔습니다. '아, 서울이란 살 곳이 못 되는구나.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고향으로 돌아가면 부모님이 계시고 친구와 산천이......'
부모님과 친구와 산천이 한꺼번에 그리워졌습니다. 어서 빨리 그들 곁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결코 그를 용서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의 잘못이 너무 커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만일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신다면 집앞의 감나무에 하얀 수건 한 장을 걸어 두십시오. 제가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그것을 보게 되면 부모님이 용서해 주시는 것으로 알고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기차가 고향에 가까워 오자 청년의 가슴은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얀 수건 한 장이 감나무에 걸려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집앞 감나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감나무에는 하얀 수건뿐 아니라 하얀 옷가지와 솜, 종이 등 집안에 있는 모든 하얀 물건들이 감나무를 온통 뒤덮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내려갈 뿐이고 올라오는 법이 없다. 즉 사랑이란 내리사랑으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을 능가한다. (C. A. 엘베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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