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마술을 부리는 목소리
1921년, 전세계의 음악팬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이 이상 아름다운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인 엔리코 카루소가 48세의 한창 나이에 영원한 침묵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가수로서 인기 절정에 있을 때 과로의 연속으로 6개월간 죽음과 맞서 용감히 싸우다가 결국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마치 마술이라도 부리는 듯한 그 아름다운 목소리도 처음에는 약하고 가느다랗다 하여 음악교사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너는 노래는 안 되겠어. 전혀 소리가 나지 않으니... 마치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군."
그는 15세 때 어머니와 사별했는데, 놀랍게도 어머니는 21 명의 자녀를 낳아 그 중 18 명은 죽고 겨우 셋만 살아남았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가난한 농부의 아내였지만 엔리코만은 천재의 후광을 이어받았다고 믿고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가수로 만들기 위해서 신발도 사 신지 않고 맨발로 지내셨죠."
눈물을 흘리며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카루소는 열 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노래 공부를 했습니다. 그 무렵에 그는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저녁을 얻어 먹고 사람들에게 불려가서 연인의 집 창문 밖에서 세레나데를 불러 주기도 했는데, 음치의 사나이가 달빛 아래서 '사랑의 괴로움'을 연기해 보이면 카루소가 문 안에 숨어 들어 아름다운 목소리를 뽑아 감미로운 멜로디로 여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주역인 테너 가수가 갑자기 병이나 카루소가 그 역을 맡아야 했는데 불행히도 그는 자리에 없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사람을 보내 뒤져 보니 어떤 술집에서 그는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헐레벌떡 극장으로 달려갔지만 술에 취해 눈이 빙빙 돌았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카루소가 무대에 나서자 관중들은 화가 났고 극장 안에는 큰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이윽고 막이 내리고 그는 실직됐습니다. 그는 자살을 결심한 채 마지막 남은 1리라로 술 한 병을 사 가지고 집으로 가서 어떻게 죽을까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극장의 심부름꾼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어이, 카루소! 빨리 와. 지금 극장에선 카루소를 내놓으라고 야단이란 말이야!"
카루소가 죽었을 때, 그 재산은 백만장자 몇 사람 몫에 해당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그는 어렸을 때의 가난을 생각하면서 죽는 날까지 금전 지출을 수첩에 기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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