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 그리움을 참으면 별이 된다. -
제 손은 찬데요!
매일 아이들과 티격태격인 게 학교 생활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 두 명의 말썽꾸러기는 선생님들을 몹시도 힘들게 하지만 오늘은 제 마음이 푸근하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 치고 말썽꾸러기 아닌 아이가 없지만, 특히 오학년이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어리다고 할 수도, 나이가 많다고 할수도 없는 나이인 데다가 부모님의 관심도 줄어들 때이기에 더 별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학년 배정을 받던 날부터 잔뜩 긴장했는데, 공교롭게도 오학년 전체에서 제일 유명한 말썽꾸러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말썽 꾸러기는 장난이 하도 심해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그 애는 짝을 괴롭니다 나에게 야단을 맞았는데, 고개를 푹숙인 모습이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그아이의 두손을 잡고 달래 보기로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하며 그 아이의 손을 잡았는데 아이의 손이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야!손이 너무 따뜻하구나. 손이 따뜻한 사람은 마음도 착하고 따뜻하다던데, 아마 너 가슴은 더 따뜻할 거야. 얘들아, 너희들은 모르지?"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물론 손을 잡힌 그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쑥쓰러워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감탄사를 쏟아냈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아세요? 책상 밑으로 손을 내리더니 제 손들을 매만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키 큰 아이가 벌떡 일어나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 손은 찬데요. 그럼 전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가요?"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고 제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그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 많기로 소문난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뭘, 네 손도 따뜻한 걸." 그러자 그 아이는 금세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돌아서는 순간 저는 얼마나 기쁘고 행복핬는지 모습니다. 어른든에게는 한 순간 웃고 넘어 갈 일이었겠지만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마음은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입니다. 가끔씩 생활 속에서 메마름을 느낄 때, 생활이 힘들 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해맑은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아마 작은 웃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권은선 님/대구시 동구 방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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