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나도 운동하면 걸을 수 있어요
나는 스물아홉살이고, 여섯 살 먹은 재우 엄마다. 재우는 여섯 살이나 되었는데도 혼자서 걷지 못한다. 그래서 가까운 곳이라도 내가 업고 다녀야 한다. 재우가 태어났을 때 나는 이 세상을 얻은 것 마냥 기뻤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팔삭둥이로 태어난 재우는 오 개월이 지나도록 고개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내가 재우 때문에 걱정하자 어른들은 발육이 조금 늦을 수도 있다며 천천히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서야 부랴부랴 대학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재우가 '경직성 뇌성마비'라는 것이었다. 조기 출산하여 어쩔수 없이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산소공급이 제때 잘 안돼서 오른쪽 뇌를 다친 것이다. 나는 우리 재우가 치료를 해도 백 퍼센트의 완쾌는 불가능한 불치병에 걸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아닐 거야,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의사 선생님의 오진인 거야.'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하는 내 아들이 건강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한가닥 희망을 안고 병원앞에서 아이를 안고 흐느껴 울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쪽 마음이 지금 어떤지 저도 잘 알아요. 제게도 뇌성마비 아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힘내세요."
그분은 자기 자식은 지금 일곱 살인데, 네 살 때 병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치료를 시작해 많이 만힝 늦어 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래도 재우는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위로를 해 주셨다. 그 위로에 힘을 입어 그때부터 나는 아이를 업고 부지런히 치료하러 다녔다. 버스나 전철을 타면 으레 내게로 시선이 모아진다. 그 중에는 수근거리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덜컥 겁이 나고 가슴이 무너진다. '나야 괜찮지만 재우가 그런 모욕을 견딜 수 있을까. 아이가 불편한 몸 때문에 남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내 앞에서 울면 어떡하나.'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얼마 전 재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도 운동하면 걸을 수 있어요."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면서 '우리 아들 기특하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들보다 못한 나는 그저 울음을 삼키며 자꾸만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이임정 님/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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