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Ulysses:1922) - 조이스 2/2
6장 하데스. 더블린 거리와 공동묘지
오전 한 시 블룸 사이먼 디덜러스 칸닝험 잭파우어 네 사람이 디그남의 장례 마차를 타고 묘지를 향해 출발한다. 이들은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이라든지 그 밖에 여러가지 일들에 대하여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가운데 특이한 것은 블룸은 언제나 모두에게서 경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지날 때 통행인들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곧 묘지의 교회에서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 때 블룸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소년의 뒤에 선 채 소년의 곱게 빗어 넘긴 머리칼과 새하얀 칼라 속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목덜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불쌍한 소년! 아버지가 죽었을 때 곁에 있었을까? 둘 다 아무런 의식도 없었을 테지. 드디어 인부들이 관을 교회 안으로 옮겨 왔다. 뒤이어 하얀 옷을 걸친 신부가 나타났다. 그는 책을 펴 들고 봉독하고 나서 라틴어로 기도를 했다. 간단한 절차가 끝나자 인부들이 들어와 관을 손수레에 실었다. 그리고 묘지로 향하였다. 얼마 뒤 관 위에는 흙더미가 덮이기 시작하였다. 블룸은 얼굴을 외면했다. '아직 녀석이 살았다면 어떡하지? 흥 천만에! 그런 일이 있다면 큰일 날 노릇이지. 녀석은 죽은 걸. 암 그렇고말고. 월요일에 죽었으니까. 심장에 구멍을 뚫고 살펴보든가, 아니면 전기 벨이나 전화를 장치하든가 하는 법이 있음직도 하지 않는가. 조난 신호 시체는 사흘 동안 그대로 놓아 두라. 여름에는 기간이 좀 오랜 셈이지 하긴 죽은 것만 분명히 판명되면 곧 치워 버리는 게 상책이지'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흙 떨어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7장 아이올로스. 신문사
블룸은 프리먼 신문사에 나타났다. 키즈의 광고에 관해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신문사는 한창 시끄럽고 떠들썩하다. 그는 먼저 교정 부장에게 가서 광고의 게재에 대하여 상의하였다. 다음에 편집장에게 가서 프리먼 신문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텔레그라프 신문의 토요일 붉은색 판에 키즈의 광고를 크게 내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문사에는 사이먼 디덜러스 램버트 논설 위원 맥휴 교수 그리고 클라우포드도 함께 참석하고 있다. 모두들 신문에 보도된 단 도우슨의 아름답게 꾸민 말로 쓰여진 연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때 사이몬과 램버트가 한잔하러 밖으로 나간다. 뒤이어 스티븐이 디지 교장에게 부탁받은 원고를 가지고 신문사를 방문하였다. 원고를 받아 본 편집장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아구창이라? 허어 자넨 언제 직업은 바꿨나?"
"아닙니다. 그건 제 원고가 아니라 디지 씨에게 부탁을 받아 쓴 겁니다"
스티븐이 대답하자 편집장은 더블린의 생활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권했다.
"무언가 강하게 어필해 오는 것을 써 주게 우리들의 이야기를 말이야"
8장 레스트리고니언즈. 더블린 시 한복판
오후 한 시. 블룸은 신문사에서 나왔다. 그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이제 그는 국립 도서관에 가서 킬케니피플을 조사하는 것이다. 걷고 있는 그에게 미국의 전도사가 포교하기 위한 전단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엘리야가 왔다!'
시몬의 교회 부흥 운동을 벌리고 있는 '존 알렉산더 다위'가 왔다는 선전이었다.
'흥, 한몫 볼 셈이군'
구름이 햇빛을 가렸다. 동시에 그의 가슴에도 어두운 그늘이 덮였다. 디그넘이 죽었다. 출산의 고통 일 초마다 어디선가 한 사람씩 태어난다. 또한 일 초마다 한 사람씩 죽어간다. 내가 오분 전에 물오리에게 먹이를 던져 주고 난 뒤에도 벌써 삼백 명이 죽었을 것이다. 브라스트 사무소의 시간표가 그로 하여금 시차에 대한 의문을 종일 품게 했다. 힐리점의 샌드위치 맨 광고를 보자 그는 자신이 그곳에 근무하던 때를 상기했다. 거리를 오락가락하는 순경들의 무리가 재학 당시 보어 전쟁에 대한 반대 데모를 떠오르게 했다. 블룸은 데비번 식당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가 보일란의 얘기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블룸은 아내의 부정한 소행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그는 되도록 화제를 돌려가며 치즈 샌드위치 등으로 주렸던 창자를 채웠다. 포도주도 마셨다. 그는 다소 거나한 기분으로 자유 분방한 공상의 나래를 펼쳤다. 서른 가지의 식사라. 호사스런 타후크 연회, 상류 계급의 야회복 반나체의 귀부인, 아내 마리언과 함께 즐기던 지난 날의 바닷가, 아름다운 여신들 신들의 회식 광경, 그 요리와 우리들이 6펜스짜리 점심. 식당의 유리창에는 파리가 윙윙거리고 있었다. 블룸은 식당에서 나왔다. 그는 여신의 해부학을 연구하기 위해서 박물관으로 향하였다. 블룸이 박물관 근처에 이르렀을 때 보일란이 눈에 띄어 박물관으로 황급히 뛰어들어갔다.
9장 스킬라와 카립디스. 국립 도서관
오후 두 시 더블린 국립 도서관에는 스티븐과 당대의 젊은 문학가들이 모여 셰익스피어에 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 작품의 역사적 진실성의 연관 및 햄릿의 성격 예를 들면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고향에 두고 온 그의 아내와 그의 동생과의 부정한 관계를 소재를 했다는 것,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기질에는 이아고나 샤일록과 같은 기질이 있어 "오셀로"나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 자신을 드러낸 작품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에서는 회고주의를 추구하는 아일랜드 문예 부흥 운동의 참가자들과 모더니즘을 추구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 스티븐과의 의견 대립을 다루고 있다. 스티븐은 그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털어 놓는다.
"셰익스피어에게는 인생이 그의 인식의 문이었습니다. 그것이 시인의 내면에서 더 나갈 수 없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통일과 형태를 주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나타난 예술은 깊어 가는 그 자신의 모습인 것입니다. '예술은 예술이다. 인생은 인생이다'라는 식으로 고집하는 것은 우스꽝스런 노릇이죠"
그는 또한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아버지란 존재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악입니다. 자연 속에서 부자를 결합시키는 것은 한 순간의 맹목적인 욕정의 발로인 것입니다. 부권이란 법률상의 가정인 지도 모릅니다. 자식들에게 사랑을 받거나 또는 자식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렇게 엉뚱한 의문을 끄집어내기도 하였다. 그것은 기존의 관념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다.
10장 배회하는 바위들. 거리
거리의 풍경. 세 시와 네 시 사이의 더블린 거리의 장면이다. 스티븐이 재학했던 클론고즈 우드 칼리지의 교장 콘미 신부가 거리를 걷는다. 디덜러스의 집에서는 스티븐의 여동생들이 "하늘에 계시지 아니하는 우리 아버지시여!"라고 장난조로 마구 지껄이고 있다. 블룸은 자기 아내가 즐겨 읽는 묘한 책을 사기 위해 책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때 "죄의 감미로움"이 눈에 띄었다. 이게 아내에게 맞겠군! 그는 책을 펼쳐 보았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받은 돌비라를 잘라 멋드러진 가운과 비싼 옷깃에 모두 써 버렸다. 그이를 위해서였다. 라울을 위하여!
'라울을 위하여...'
블룸에게는 보일란이 바로 그 라울처럼 느껴졌다. 같은 시각에 스티븐은 책방 앞에서 "여자에게 매혹되는 비결"이라는 책을 펼쳐 읽고 있었다. 그것을 여동생 딜리에게 들키자 당황한다. 다음 순간 그는 딜리가 갖고 있는 프랑스 어 기초 독본을 보면서 요즈음 집안 형편을 들었다. 그가 집에 남기고 온 책들이 전당포에 가 있다는 얘기며 살림이 몹시 옹색하다는 얘기를 듣고 심한 가책을 느꼈다. 오후 세 시에서 네 시 사이였다.
11장 세이렌. 주점
오후 네 시 오먼드 바의 음악 감상실
오먼드 바의 웨이트리스인 흑갈색 머리의 도즈와 금발의 케네디는 그 앞을 지나는 마차 행렬을 창 밖으로 내다보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스티븐의 아버지가 들어섰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시면서 도즈에게 은근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 뒤에 보일란이 마차를 몰고 왔다. 그는 블룸 부인과 만날 시간을 조금 앞두고 오먼드 바에 들른 것이다. 보일란이 들어서자 도즈와 케네디는 그를 둘러싸고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이 되자 보일란은 오먼드 바에서 나와 마차에 올라탔다.
'덜컹덜컹...'
한편 블룸은 애인 마사에게 답장을 보내기 위해 편지 쓸 종이와 봉투를 사들고 "죄의 쾌락"을 옆에 낀 채 오먼드 바로 향하였다. 걸어가는 블룸의 머리에는 아내가 보일란과 밀회하기로 되어 있는 시간이 떠올랐다. 오후 네 시경이었다. 블룸은 오먼드 바 근처에서 우연히 친구 슬딩을 만나 함께 오먼드바로 들어가 식사를 하였다. 블룸은 마침 마사에게 편지를 쓰려던 참이라 마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 앞에 그려 보았다. 동시에 젊은 날의 마리언 모습도 떠올랐다. 블룸은 마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벤 달라스가 굵은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딱딱. 맹인의 지팡이 더듬는 소리. 딱딱딱. 맹인이 좀더 가까이 다가왔다. 딱딱딱딱딱. 이 소리는 마리언과 보일란의 밀회가 다가옴에 따라 블룸의 심장 박동 소리와 혼동이 되었다
12장 키클롭스. 바니커넌 주점
오후 다섯 시. 바니커넌 주점 정체 모를 한 사람의 술꾼이 화자로 등장한다. 주점에 들어선 블룸은 시민과 한데 어울려 토론을 벌였다. 여기서 그는 사형 제도며, 아구창에 대한 대책 문제며, 위생 운동 등 여러가지 문제에 걸쳐 자기 주장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블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오히려 유태인계 블룸을 앞에 놓고 유태인들을 마구 헐뜯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그 말에 상대하지 않고 있었던 블룸도 차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드디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차에 올라타면서 그들을 향하여 크게 소리질렀다.
"이봐 멘델스존도 마르크스도 스피노자도 너희들의 하느님 예수도 다유태인이었어..."
이 때 별안간 큰 지진이 일어났다
13장 나우시카. 샌디마운트의 해변
오후 여섯 시 블룸은 오늘 아침 스티븐이 명상에 잠겨 거닐던 샌디마운트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가까운 바윗돌 위에 세 처녀가 나와 바닷바람을 쏘이며 불꽃 구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시쉬 카프리, 에디보드맨, 가티 맥도웰이었다. 가티는 첫눈에 마음이 끌리는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들 중에 하나가 뿔을 찼다. 이 때 블룸은 바위 틈으로 굴러가는 그 뿔을 집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티의 스커트 밑으로 굴러가도록 겨냥해 던졌다. 그 때문에 뿔을 주으려던 가티의 스커트가 젖혀지면서 속이 들여다 보였다. 서로 시선이 마주쳤을 때 소녀는 블룸의 눈에 고요히 감돌고 있는 정열이 온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블룸은 가티가 불꽃을 보려고 되돌아서거나 그네를 타거나 얕은 개울을 건널 때 스커트 밑으로 드러나곤 하는 하얀 허벅다리를 훔쳐보며 자위 행위를 했다. 그러나 그는 곧 그것을 뉘우치면서 생각했다. 그녀의 눈망울 속에는 면죄시킬 수 있는 말이 담겨져 있다고 블룸은 혼자 남아서 아내와 딸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모든 여성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아내에게 사 주기로 한 화장수도 생각하였다
아홉 시가 가까워왔다
블룸의 뇌리에 오늘 일어났던 일들이 마치 분수처럼 흘러가는 것이었다.
14장 태양신의 황소들 산부인과
산부인과 장면 입원 중인 퓨포이 부인에게 문병을 갔다. 밤 열 시경이었다. 거기엔 이미 블룸이 아는 의학생과 스티븐 등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블룸도 그들 틈에 끼었다. 그들과 함께 산부인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산인 경우에 산모를 살려야 하는가, 아이를 살려야 하는가 등 모두들 술에 취해 음담을 섞어가며 외설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층 병실에서 퓨포이 부인이 사내 아이를 낳았다는 기별이 왔다. 바로 그 때 번개가 번쩍이며 폭우가 쏟아진다. 온 좌석이 신바람이 나서 농담을 지껄이고 있는 사이에도 블룸은 마냥 생각에만 잠겨 있었다.
"자 바크의 술집으로 가세!"
갑자기 스티븐이 소리칠 때에야 블룸은 비로소 공상에서 깨어났다. 퓨포이 씨를 위해서 축배를 들자는 것이었다. 모두 환성을 지르며 몰려나갔다. 블룸도 따라 나섰다. 그들은 술집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자 밤거리로 향했다.
15장 키르케. 밤거리
블룸은 술이 취한 채 마보트 가를 헤매고 있었다. 소나기가 내린 뒤라 짙은 안개가 뒤덮여 있었다. 블룸은 술 취한 스티븐을 보살피기 위해 스티븐을 뒤따라 가다 짙은 안개 속에서 그를 놓친다. 밤의 마보트 거리는 난폭한 군인들 술꾼들 비틀거리는 노동자들이 우글댄다. 블룸은 안개 속을 헤매다 베라 코헨의 집에서 스티븐을 만났다. 스티븐은 그곳에서 피아노 곡을 연구하며 매음녀와 즐기고 있다. 스티븐의 환희가 절정에 달한다. 거기서 블룸은 베라와 마주 앉아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부채와 더불어 얘기를 주고받았다. 부채(펄럭펄럭 재빠르게 움직이다가 잠잠해진다)
"마누라가 있는가 보군요"
블룸
"글쎄 중도에 망친 셈이지 딴은 내 잘못이기도하지만..."
부채(반쯤 폈다가 다시 접히면서)
"그러니 마누라가 판치겠군"
블룸(무안한 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숙인다)
"하기야 그런 셈이지"
부채(아주 접힌 채 귀고리 곁에 머물렀다)
"당신 날 잊었수?"
블룸
"원 천만에 그럴 리가..."
부채(접힌 채 그녀의 옆구리에 가로놓였다)
"제가 당신이 최초로 꿈꾸던 여잘까요? 아니면 우리가 사귀고 나서부터 당신이 늘상 꿈꾸던 여잘까요? 지금도 우린 옛날 그대로일까요?"
블룸은 이렇게 베라의 부채와 더불어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스티븐과 함께 매춘부와 어울려 자동 피아노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 때 블룸에게는 부모님의 유령이 나타났다. 아버지는 그가 신앙을 저버린 것을 꾸짖었다. 이어서 아내의 얼굴도 나타났다. 또 다른 얼굴들도 연달아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가 이런 데 있게 된 것을 애써 변명하곤 하였다. 환상은 잇달아 일어났다. 매춘부와 춤을 추던 스티븐이 그만 졸도해 버렸다. 블룸이 그를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마침 그 곁을 지나던 장의사인 코니와 함께 그를 간호해 주었다. 이 때 반쯤 의식을 잃은 스티븐은 에이츠의 시를 입 속으로 읊고 있었다. 이러한 스티븐을 지켜보는 블룸에게는 스티븐이 마치 열한 살에 죽은 루디의 귀여운 모습으로 보였다. 그 순간 그는 스티븐이 자기 아들이었으며 하고 은근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리하여 블룸과 스티븐은 정신적인 부자로 서로 가까이 마주서게 되었다. 오후 열두 시경이었다.
16장 시우마이오스. 역마차의 오두막
블룸은 스티븐의 옷매무새를 고쳐 주고 곁에서 부축해 가면서 돌아오고 있었다. 마차를 찾았으니 보이지 않았다. 가는 도중에 그들은 자칭 귀족이라고 떠벌이는 코리를 만났다. 그들은 코리와 헤어지고 나서 어느 주막에 들렀다. 거기엔 낯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블룸과 스티븐도 그들 틈에 끼어 앉았다. 그리고 어느 뱃사공과 같이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았다. 매춘부의 얘기며, 여행에 대한 얘기며, 그 밖에도 더블린의 장래 도시에 관한 노동자 아일랜드의 천연 자원 마리언 그녀의 공적 유태인 아일랜드의 자치 운동 죽은 파넬과 그의 귀국 디그넘의 주점 등 닥치는 대로 화제를 벌여 놓았다. 주막에서 나온 블룸은 스티븐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자기 집에 데려가려고 하였다. 코코아를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둘은 오두막을 나와 서로 팔짱을 끼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클레즈 가 7번지로 향한다
새벽 한 시경이었다
17장 이타카. 이클레스 가 7번지. 블룸의 집
새벽 두 시 블룸의 집
블룸과 스티븐은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다. 걸으면서 그들은 교리 문답식으로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들은 고대 히브리 어와 아일랜드 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화제는 마냥 번져 갔다. 세 시경 블룸이 스티븐에게 묵고 가라고 권했으나 스티븐은 굳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블룸과 악수를 나누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스티븐을 배웅하던 블룸은 문턱에 머리를 부딪쳤다. 실내의 구조가 잘못된 탓이다. 그는 옷을 벗으면서 하루의 출납표를 자세히 작성하였다. 뒤이어 상상을 하기 시작하였다.
18장 페넬로페. 침실. 마리언의 독백
침실에서의 마리언의 독백으로 구두점도 전혀 없고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비몽사몽 간에 흘러가는 그녀의 의식의 흐름이 42페이지나 전개되어 간다. 그녀가 젊었을 때부터 관계해 온 많은 연인들의 그림자가 오간다. 성적 갈망이 일관되어 가는 여기에는 수치심도 도덕심도 없다. 자연으로서의 여체 도리어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황홀한 도취감에 가득한 잠재 의식의 세계가 폭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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