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Hamlet:1600-1601)
-제4막-
클로디어스 왕은 햄릿을 한시 바삐 잉글랜드로 추방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라고 믿어 이튿날 아침 배에 태워 출발시켰다. 폴로니어스의 시체는 아무도 모르게 매장해 버렸다. 그러나 가엾은 희생자가 나타났다. 오필리아가 미치고 만 것이었다. 오필리아에게는 하늘같이 자비로운 아버지가 뜻하지 않게 죽었으니 그것이 오필리아를 미치게 하였던 것이다. 솜털처럼 보드랍고 샛별처럼 맑은 처녀의 마음은 너무나도 크고 처참한 충격에 미쳐 버렸다. 그토록 아름답고 우아했던 오필리아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궁성 안을 이리저리 방황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애절한 노래를 불렀다. 드디어 오필리아의 오빠인 레아티즈가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급보를 받고 프랑스에서 돌아왔다. 성격이 곧고 정의감이 강한 레아티즈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으리라. 젊은 레아티즈가 폭도들을 거느리고 성문을 부수며 쳐들어온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마침내 레아티즈는 클로디어스 앞에 나섰다. 혈기에만 맡긴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만큼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왕비는 조용하기는 하나 위엄 있게 말하였다.
"레아티즈 좀 진정하라"
"진정할 수 있는 피가 제 몸에 있다면 그것은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것이오. 저의 아버지는 어디 있소?"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게 된 연유가 무엇이냐 말이오? 저를 속일 수는 없소.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버님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소!"
"이 사람아 자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확실한 사정을 알고 싶다면 가르쳐 줄 수도있지만 그렇게 친구와 원수를 분간하지 못하면서 정작 원수에게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때 오필리아가 노래를 부르며 나타나자 레아티즈의 심장은 찢어질 듯하였다.
"아, 이 가슴의 불꽃이여! 나의 뇌수를 태워 없애다오. 눈물이 피가 되어 앞도 못 보게 해다오. 나는 기어코 너를 미치게 한 원수를 갚고야 말 테다. 오 아름다운 오필리아! 5월의 장미 귀여운 내 동생! 인간이란 사랑의 극치에 달할 때 사랑하는 어버이를 쫓아 그 귀중한 정성을 사랑의 표적으로 떠나보낸단 말인가!"
그러나 오필리아는 오빠의 말에는 아랑곳없이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다시는 오시지 못할 것인가? 어찌 돌아오리오, 한 번 가신 몸 차라리 이내 몸을 버릴까 보다
백설 같은 흰 수염, 삼베 머리에 이제는 영영 가고 못 오실 사람 탄식이 무슨 소용, 도리 없구나 저승에서 부디부디 잘 계시옵소서"
오필리아는 노래를 부르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레아티즈는 그것을 보자 한층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왕은 레아티즈에게 그 복수를 위해 조력을 하겠으니 자기를 따르라고 말하며 레아티즈를 데리고 갔다. 잉글랜드로 떠난 햄릿은 클로디어스 왕이 잉글랜드 왕에게 보내는 서신을 몰래 뜯어 보았다. 그 편지에는 끔직한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햄릿 왕자가 잉글랜드에 상륙하는 즉시 사형에 처하라는 것이었다. 햄릿은 편지의 사연을 자기를 따라간 두 사람의 부하를 처형하라는 내용으로 고쳤다. 이리하여 죽음을 면한 햄릿 앞에 또 하나의 장애가 나타났다. 햄릿은 해적의 습격을 받아 포로가 된 것이다. 해적들은 햄릿이 덴마크의 왕자임을 알게 되자 그를 인질로 많은 보상금을 타먹기 위해 극진히 대우하였다. 그리하여 사람을 시켜 덴마크 왕 앞으로 햄릿의 사연을 편지로 보냈다. 햄릿이 무사히 귀국한다는 소식을 듣자 간악한 클로디어스 왕은 모든 책임을 햄릿에게 돌려 버리기 위한 계략을 꾸몄다. 햄릿과 레아티즈는 검술에 탁월한 무사들이었다. 왕은 햄릿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두사람이 결투를 하도록 음모를 꾸몄다. 레아티즈가 차지할 칼끝에는 독약을 칠하여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삽시간에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은 햄릿을 없애 버리기 위해 레아티즈의 힘을 빌리되 국민들의 의아심을 잠재우기 위한 간계였던 것이다.
"좀 더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에 우리의 계획이 서툴러 탄로 나면 안 되니까 만일의 경우를 위해 다음 방법을 준비해야지"
"어떻게요?"
"두 사람은 정식으로 내기를 하고... 옳지! 좋은 수가 있지. 두 사람이 결투를 하면 목이 마르게 될 거야. 그럴 때 그 자는 물을 청할 테니까 그 때 미리 준비해 둔 독을 탄 술잔을 내 주면 된단 말이야. 결투에서 칼을 모면했다 할지라도 그 술 한 모금만 마시면 만사는 뜻대로 이루어지는 거지"
이렇게 두 사람이 모의를 하고 있을 때 왕비가 뛰어들어 왔다.
"재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드는군요. 레아티즈! 그대의 동생이 물에 빠져 죽었어요!"
"오필리아가? 어디서요?"
"개울가에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뭇가에서 오필리아는 그 가지에다 미나리아재비와 딸기풀과 실국화를 꺾어서 꽃 목걸이를 만들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꽃 목걸이를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나뭇가지가 꺾이면서 그만 시냇물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꽃송이처럼 활짝 핀 치맛자락은 물 위에 수를 놓은 듯 오필리아를 싣고서 흘러 가더니 마침내 거센 물결이 삼켜 버렸다는군요"
여동생의 최후를 듣고 난 레아티즈는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불쌍한 누이여!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 그러나 하염없이 솟구치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구나. 비웃을 놈은 비웃어라. 실컷 울고 나면 여자같이 약한 마음도 가실테지... 전하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이 마음 어리석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복받쳐 오르는 눈물에 말끝을 맺지 못하는 레아티즈는 쏟살같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제5막-
냉기와 이상한 기운이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묘지였다. 두 사람의 어릿광대가 또 하나의 시체를 매장하기 위하여 무덤을 파고 있었다. 덴마크에 돌아온 햄릿은 이 묘지를 지나가고 있었다. 땅 속에서 파낸 해골이 햄릿의 발 앞에 떨어지자 햄릿은 무심코 해골을 주워 바라보았다.
"이 해골도 한때는 혀가 박혀 있어 노래를 불렀을 테지. 살인의 원조인 카인은 형을 죽이는 데 말의 턱뼈를 썼다지만 이건 그 턱뼈나 되는 것처럼 마구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군 지금 저 바보가 삽으로 파 올리는 해골도 그 옛날엔 어떤 지도자의 지혜를 돕는 사람의 해골이었는지도 모를 텐데!"
옆에 서 있던 호레이쇼는 햄릿의 넋두리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구더기 마나님 신세를 지게 되고 참으로 기가 막힌 변화로구나. 우리가 볼 줄 아는 눈만 있다면 더 재미있는 것을... 기를 때에는 많은 공을 들였건만 이제는 노리개가 되고 말았으니 생각하면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구나!"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며 무덤을 파고 있는 광대에게 햄릿은 물었다.
"어느 사내의 무덤이냐?"
"사내 것이 아니오"
"그럼 여자 것이냐?"
"여자도 아닙죠 살아서는 여자였지만 가엾게도 지금은 죽은 사람입죠"
"그놈 참 까다롭기도 하지... 그래 너는 언제부터 무덤을 파서 살아 왔느냐?"
"햄릿 왕자님이 세상에 나시던 날부터죠 그분도 지금은 미쳐서 잉글랜드 땅으로 쫓겨 갔지만..."
햄릿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가 쑥스러워서 시치미를 떼고 말을 계속하였다
"왕자는 왜 미치게 됐나?"
"풍문에 들은 즉 그게 이상하다는 뎁죠"
"어떻게?"
"글쎄 정신이 돌았으니까 그렇습죠"
"사람은 무덤 속에서 몇 해면 썩지?"
"글쎄올시다. 가죽을 다루는 갖바치는 9년 갑니다만..."
"그건 또 왜?"
"그야 장사가 장사니 만큼 살가죽이 무두질이 되어서 오래 갑죠"
이 때 저만치 숲 사이로 장례식에 오르는 행렬이 보였다. 햄릿은 호레이쇼를 재촉하여 나무 그늘에 숨어 엿보았다. 그 행렬 속에는 왕 왕비 그리고 레아티즈도 함께 있었다. 그것은 오필리아의 장례식이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레아티즈는 사제에게 보다 정중한 장례식을 요구하여 관은 땅 속에 묻히게 되었다. 레아티즈는 슬픈 소리로 곡하였다. 나무 그늘에서 듣고 있던 햄릿도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왕비도 꽃을 관 위에 뿌리면서 마지막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처녀에게는 아름다운 꽃을... 잘 가거라. 햄릿과 백년 해로하기를 바랐건만... 이 꽃을 너의 성스러운 결혼식 자리에 뿌려 줄 날을 기다렸건만 이렇게 너의 무덤에 뿌릴 줄이야..."
참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끓여 오는 격정을 억제하던 레아티즈는 사랑하는 여동생과 함께 묻어 달라고 외치며 무덤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넋을 잃고 서 있던 햄릿은 이 광경을 보자 다음 순간 미칠 듯이 오필리아의 무덤 속으로 뛰어갔다. 햄릿을 발견한 레아티즈는 햄릿에게 욕을 퍼부어대며 덤벼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다.
"왕자님 진정하십시오!"
호레이쇼는 햄릿을 뜯어말렸다.
"나는 오필리아를 사랑해 왔다. 수 만명의 오라버니의 사랑을 다 끌어 모아 보아라! 감히 따라올 것 같으냐! 오필리아를 위해 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
레아티즈가 다시 덤벼들려 하자, 이 때 왕은 정신 이상이 생긴 햄릿을 상대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리고 어제 이야기한 것을 명심하고 잠시 참으라고 타일렀다. 햄릿은 호레이쇼에게 잉글랜드에서 다시 살아나올 때까지의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으로 사건의 전모를 듣고 있던 호레이쇼도 새삼스럽게 왕의 흉계를 알았다는 듯이 분함과 의기에 몸을 떨었다. 이 때 클로디어스 왕의 종인 오스릭이 햄릿을 찾아와 왕의 분부를 전했다.
"왕자님, 마침 레아티즈께서 귀국하셨는데, 검술이 뛰어나다고 하시고 인품이 온유하시어 문자 그대로 완전한 신사이시어 만인이 경모할 분이라 하옵니다"
"그래서 어떻단 말이냐?"
"전하께서 왕자님과 레아티즈가 12회에 걸친 시합을 하라시는 명이십니다. 그래서 석 점은 놔주고 나머지 아홉 점으로 결승하는 데 전하께서는 왕자님이 다섯 점 득점으로 결국 이길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응답해 주신다면 곧 시합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내가 싫다고 한다면?"
"아닙니다. 시합장에서 직접 응답하시랍니다"
"처분대로 하시오. 전하와 레아티즈가 모두 원한다면 칼을 가져오게 하라. 되도록 폐하를 위해 이기고 싶지만 시합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내 소득은 망신과 놓아 주는 석 점 뿐이겠지!"
"그럼 전하께 바로 그대로 아뢰겠습니다"
검술 시합은 궁성 안 넓은 마루에서 시작되었다. 장내에는 문무 백관이 꽉 들어찼고 왕과 왕비도 나와 있었다. 호레이쇼는 끝까지 햄릿에게 이 시합을 만류하였다.
"왕자님 조금이라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면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러면 소인이 가서..."
"나는 예감 같은 것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겠네.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도 하늘의 섭리가 있는 법. 죽음이 이제 오면 장래에는 아니 올 터이고, 장래에 아니 오면 이제 올 터이고, 평소의 각오가 제일이야. 어차피 우리가 죽을 때는 아무 것도 갖고 가지 못하는 이상 젊어서 죽는다고 슬퍼할 거야 있나? 만사는 될대로 되는 거지!"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 왕은 햄릿을 가까이 오게 하여 레아티즈와 서로 손을 쥐어 주었다. 햄릿은 레아티즈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하였다.
"레아티즈 용서하게. 요전에는 실례가 많았었네. 그러나 레아티즈에게 폭언한 것은 결코 햄릿이 한 짓은 아니었네. 그럼 누가 했을까? 그것은 나의 광증이 했네. 내가 고의로 한 짓이 아니었음을 이 대중 가운데서 맹세하네. 그리고 내가 한 짓은 마치 내 집 지붕을 향해 쏜 화살이 내 형제를 맞춘 격이라고 너그럽게 생각하게"
"그 말씀을 듣자니 저의 마음도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명예에 한해서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전하의 우정은 우정으로 간직할 뿐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좋아. 그럼 형제 사이처럼 이 시합을 깨끗이 겨루어 보자. 칼을 다오"
네댓 자루의 칼이 나왔다. 햄릿은 별 생각없이 한 자루의 칼을 집어 들었다. 레아티즈는 이것저것 고르던 끝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칼을 재빠르게 들었다. 우렁찬 나팔 소리가 성안과 성밖에 울려 퍼지며 시합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시합은 햄릿이 이겼다. 왕은 독을 탄 포도주를 햄릿에게 권하였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햄릿의 칼 솜씨를 칭찬하며 어서 포도주를 마시라고 하자 햄릿은 술잔을 그대로탁자 위에 놓고는 시합을 계속하였다. 시합은 차츰 절정으로 접어들었고 햄릿의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하였다.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있던 왕비는 손수건을 햄릿에게 주며 땀을 씻으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갈증이 심해지자 햄릿이 마시려다 놓은 술잔을 무심코 들었다. 이 광경을 본 클로디어스 왕은 깜짝 놀라 마시지 말라고 말렸으나 이미 술은 왕비의 입 안에서 목구멍으로 흘러내릴 때였다. 왕은 극도로 당황하여 혼란에 빠졌다. 시합은 세 번째로 접어들었다. 햄릿이 피로를 풀기 위해 잠깐 쉬는 순간 레아티즈는 그 틈에 햄릿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상대방의 비겁한 처사에 격분한 햄릿은 레아티즈와 맞잡고 엎치락거리다가 두 사람은 칼을 놓치고 말았다. 다시 주은 칼은 바뀌어진 채로 두 사람의 손에 쥐어졌다. 바로 이 때 왕비는 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한 듯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그것은 햄릿의 칼끝이 레아티즈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햄릿도 상처를 입었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왕비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아. 이 술에는 독약이 들어 있어! 독약이!"
누구보다도 놀란 것은 햄릿이었다
"음모다! 문을 잠가라! 역적이다! 범인을 찾아내라!"
신하들은 사방 문을 지켜 섰다. 그러자 레아티즈는 가빠지는 숨결을 참으며 이렇게 말했다
"왕자님 역적은 이 안에 있소이다. 왕자도 이제 죽을 것입니다. 어떠한 약을 써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반 시간 안에... 칼끝에 칠한 독약이 전신에 돌고 있으니까... 저는 제 함정에 빠졌습니다. 모두가 저 왕이 꾸민 짓이오. 왕비 전하께서도 독을..."
"천하에 둘도 없는 살인 강간자! 너도 독맛을 보아라!"
햄릿은 불타오르는 분노로 독 묻은 칼로 왕의 가슴을 찔렀다. 왕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햄릿은 술잔에 남아 있는 독주를 왕의 입에 부어 넣었다. 숨이 꺼져가는 레아티즈는 햄릿에게 말했다
"왕자님 서로의 죄를 용서합시다. 저와 저의 아버지의 죽음도 당신 탓이 되지 않기를. 그리고 당신의 죽음도 이 놈의 탓이 아니기를 바라오..."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레아티즈는 숨을 거두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햄릿뿐이었다. 그러나 그도 30분 후면 죽어야 할 운명이다.
"레아티즈 그대를 하늘도 용서할 걸세. 호레이쇼, 이제는 나도 다 살았다. 가엾은 어머니 잘 가시오! 하고 싶은 말은 적지 않지만 죽음이 나를 재촉하니 도리가 없군. 호레이쇼 자네만은 살아야 하네. 살아서 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일의 시비를 잘 가려 주게나"
"왕자님 몸은 비록 덴마크서 태어났지만 정신은 옛 로마 사람과 다를 바 없구나. 내가 지금 살아 무엇하리. 마침 독주가 남아 있군"
"장부답지 못한 노릇! 그 잔을 이리 주게. 자손을 두어 내게 어떤 누명이 남을지도 모를 일. 그러니 자네가 나를 아껴 준다면 잠시 하늘의 은혜를 멀리하더라도 이 욕된 세상에 남아 괴로움을 참고 햄릿의 이야기를 전해 주게"
마침내 햄릿은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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