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쓸까 - 이오덕
3부 국어공부, 무엇이 문제인가
논술시험,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써야 하나? (2/2)
이번에는, 앞에서 미뤄 놓았던 좀 길게 설명해 놓은 주제들을 보기로 하자.
문제 : 한은 잔잔한 원한.. 그것이다. 나를 향한 원망인지 임을 향한 원망인지조차 분간할 길이 없는 감정이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다. 너에 대한 것도 아니며 나에 대한 것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비극 한편 가져보지 못한 한국인의 불행인 것이다. 한을 영어로 번역할 수 없다는 것은 곧 한이 우리 특유의 감정임을 뜻한다. (이어령-이것이 오늘의 세대다 ) 한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를 면밀히 검토해 보고, 그것이 자신의 독서체험이나관찰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또 그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질 수 있는지에 대하여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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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주장에 대하여 찬성 혹은 반대의 입장이 분명한 글을 1천자 내외로 작성하라.
문장에서 표준어, 맞춤법, 문법적 결함이 없는 문장, 구두점 표시 등과 같은 형식적 규범적 요소들이 잘 지켜졌느냐 하는 문제는 글의 전체적인 평가에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점에서 오늘의 우리는 전통사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 중에서 하나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개인의 삶 속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의미와 그 사회적 성격에 대해 논하라.
정보화 시대를 맞아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첨단교육이 속속 실현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수와 학생이 대면하지 않은 채 이뤄진다. 이러한 방법은 재가학습을 가능하게 하여 교육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의 장 이어야 하므로 아무리 전자매체를 이용한 통신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만남이 없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교육에 대한 이러한 상반된 견해를 발상의 단계로 삼아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은 성공할 수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1천자 내외의 글을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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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벨은 대학의 사명 에 대하여 다음 네가지를 지적한 바 있다.
1.문화와 학문의 계승 발전
2.지식의 철학적 근거와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는 일.
3.전문 직업인의 양성.
4.지식인의 사회활동과 봉사를 지원하는 교육.
만약 이것이 우리 나라 대학의 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글쓴이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 보라. 만약 우리 나라 대학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점이 그러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글쓴이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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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대형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부실공사 때문이라는 진단이고, 다른 하나는 사후 관리의 소홀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모다 근본적인 원인인지를 설명하고, 그러한 원인분석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해결 방안을 1천자 내외로 제시해 보시오. (원인을 분석할 때 상대편의 논리를 반박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세워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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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서 이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기본생활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되어 있다. 그 반면에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컴퓨터의 역기능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가 상상하는 컴퓨터의 역기능 이라는 주제로 1000자 이내의 논술문을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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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의 교육적 의미를 논술하라. 다음 출전 내용을 심사숙고하면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1000자 이내로 논술하라.
출전
서경에 이르기를 편안이 있으면서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하였나이다. 잘 생각하면 대비가 있게 되고 대비가 있으면 걱정이 없사옵니다.
문학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드러낸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문학은 어떤 형태로든 당대 사회를 반영하며 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 두 입장 가운데 어느 한쪽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하나의 입장에 서서 다른 입장을 비판하되 작품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술해 보라. 또 이 둘의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매개될 수 있는지 역시 작품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술해 보라.
표에 나타난 사실을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라.
표 생략 - 이해 어휘량의 발달
뭉쳐야 하나, 흩어져야 하나
해방후 이승만 대통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고 호소하면서 강력한 대통령 중심의 중앙집권적 정치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드디어 권력이 분산되는 지방자치제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이제 우리는 뭉쳐야 할 이유와 흩어져야 할 이유를 제시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피는 심장으로 모였다 모세혈관으로 흩어진다. 그렇지 못하면 생명체는 죽고 만다.
개요
1. 뭉쳐야 할 이유와 장,단점을 실례를 들어 제시할 것.
2. 흩어져야 할 이유와 장,단점을 실례를 들어 제시할 것.
3. 자신의 뚜렷한 입장을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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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들을 보면 더러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글도 있고, 요란한 일본한자말과 일본말법으로 써 놓은 글도 있고, 공연히 덧붙여 놓은 말도 있고, 쓸 것을 너무 지나치게 한정해 놓은 것도 있지만, 대체로 보아서 역시 이렇게 길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들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고등학생으로서는 쓰기가 어렵고, 더구나 2백자 원고지 다섯 장 정도로 쓰는 논설문으로서는 맞지 않고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길게 쓰는 논문 주제로나 되어야겠다는 것이 적지 않아, 이런 논제들을 신문에서 보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겠나 싶다. 또 한편, 좀 딴 이야기 같지만 이렇게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세하고 친절하게 이해 놓은 논제를 보니 학생들이 쓰는 공책(노트) 생각이 저절로 난다. 학용품을 파는 가게에 가면 온갖 공책들을 벌여 놓았는데, 그 공책 겉장(표지)들은 한결같이 울긋불긋한 그림과 글자들로 꽉 차 있어 도무지 글자를 적어 놓을 자리가 없다. 그것을 사서 쓰는 학생이 무엇에 쓰는 공책이란 것을 겉장에 적어 둘 자리가 없는 것이다. 몇 해 전 세계 각국의 공책을 모아 전시해 놓은 곳에 가 보았는데, 외국의 공책은 어느나라고 이렇지는 않았는데, 우리 나라 공책만 요란한 겉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공책 겉장에 빈 자리를 두면 성의없이 만들어 놓았다고 할까봐 그것을 사서 쓰는 아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장삿속으로 이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이 바로 이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 아닌가? 무엇이든지 지시하고 어디로 끌고 가려고만 하고, 아이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다. 모두지 제 생각대로 갈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해 주지 않는다. 글쓰기만 해도 하필 논술문만을 쓰게 하고, 쓰는 주제도 정해 주고 쓸 내용까지 가르쳐 주어서 그것을 쓰게 한다. 이래서 어떻게 글쓰기로 사람의 마음을 키워살 수 있겠는가?
뭉쳐야 하나, 흩어져야 하나 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는 데 따라 이런 문제를 낸 모양인데, 그토록 기다렸던 이 제도가 이제 겨우 실시되는 마당에 어째서 이 제도를 뭉쳐야 하나, 흩어져야 하나 하는 눈으로 보도록 학생들에게 강요하는지 좀 이해가 안된다. 대관절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쓸 수 있도록 하지 못하는 논술고사라면 얻는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잃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도 이런 실상을 알아서, 제도라는 줄에 걸려 스스로 목을 매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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