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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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irony)
원래는 초기 그리스 희극의 전형적 인물인 에이런(eiron)의 말과 행동 양식에 적용되었던 용어이다. 그의 상대역으로는 또 다른 전형적 인물이 허풍선이 알라존(alazon)이 있는데, 그는 허풍을 떨면서 상대방을 속여 그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패배자로 등장하는 에이런은 약하고 왜소하며 교활하고 약삭빠르다. 그는 그의 힘과 지식을 숨기고 천진함을 가장함으로써 점차 알라존에 대해 승리를 거둔다. 아이러니는 어떤 경우에든 이러한 원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실제 사이의 괴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이러니의 두 가지 근본적인 유형에는 언어의 아이러니와 상황의 아이러니가 있다. 전자는 비유의 일종으로, 말하는 사람이 뜻한 숨겨진 의미가 겉으로 드러내는 의미와 다른 경우에 해당하고 후자는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자신도 똑 같은 불행한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떠들썩하게 웃어댈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 외에 극적 아이러니는 비극적 아이러니라고도 불리는 것으로서 등장 인물이 작중의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앞으로 다가올 운명과 반대의 것을 기대할 때, 등장 인물의 무지와 관객의 인지 사이에 대립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 작품이 '오이디푸스 왕'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상이나 김유정 등이 이 기법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 알레고리(allegory)
이 용어는 "다르게 말한다"는 그리스의 'allegoria'란 말에서 나온 것으로 이중적 의미를 가진 이야기 유형을 지칭한다. 즉, 표면적인 의미와 이면적인 의미를 가지는 이야기의 유형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두 가지의 수준에서 읽히고 이해되며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 용어는 우화나 비유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화는 일차적으로는 동물 세계의 이야기이지만, 이차적으로는 인간 세계를 빗대어 말하는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인훈의 '태풍'에 나오는 배경은 알레고리적이다. 카프카의 '성', 호영송의 '파하의 안개', 이문열의 '들소', 한용환의 '이방에서' 등도 알레고리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다.
● 암시
소설의 서술 기법을 구성하는 한 방식으로 대체로 플롯의 발단 단계에 많이 나타나며 복선을 만들어 내는 핵심 원리이다. 소설 작품 속의 암시는 뒤에 일어날 중요한 사건(결과)을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하거나(원인), 사건이 일어난 공간(물리적 공간이든 심리적 공간이든)의 묘사나 설명을 통하여 사건의 진행 상황과 의미 따위를 미루어 짐작케 해 주거나, 등장 인물에 대한 몇 가지의 특별한 기술을 통하여 인물 구성에 힌트를 던져 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
● 액자 소설(額子小說)
소설 구성 방식의 하나로, 이야기 속에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내부 이야기를 안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소설 형식은 이야기 밖에 또 다른 서술자의 시점을 배치함으로써 전지적 소설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각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갈 수 있는 이점을 안고 있다. 김동인의 '배따라기', 김승옥의 '환상 수첩'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어조(tone)
한 작가가 이야기의 서술 속에서 소설 내적 요소나 독자들을 향해 가지는 태도의 특성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즉, 작품 속에 드러나는 작가의 '개성적' 특징을 말하며, 목소리(voi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문학 작품을 읽어갈 때 독자들은 작품 속의 모든 소재를 선택하고 배열하고 묘사하고 표현한, 서술의 어느 면에나 침투해 있는 하나의 존재, 분명한 개성과 도덕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를 인식한다. 이것이 바로 '목소리' 혹은 넓은 의미의 '어조'이다.
● 에피소드(episode)
주된 플롯이나 중심적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 있는 이야기나 사건을 가리키는 말로, 중심적 이야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다소 주변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한 작품의 미학적 구조를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의 도입, 긴장감의 완급 조절, 분위기의 전환 등의 기능을 한다.
● 역사 소설
역사를 재구축하고 그것을 상상적으로 재창조하는 허구적 서사 유형으로, 역사 소설에는 역사적인 동시에 허구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역사 소설은 과거 시대의 충실한 재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의 삶을 비추어 보는 데에 그 진지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사실적으로 복구하면서도 과거의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상력을 도입하여 허구적으로 재구성 한다. 특히, 김동인의 역사 소설이나 유주현, 박종화 등의 작품들은 역사적 소재를 통속적으로 낭만화시킨 면을 지니고 있다. 한편 역사적 흐름의 폭넓은 현재적 형상화에 비교적 성공한 작품들로는 황석영의 '장길산'이나 홍명희의 '임꺽정', 김주영의 '객주' 등을 들 수 있다.
● 연대기 소설
연대기 소설이란 E. 뮤어가 플롯을 중심으로 분류한 소설 유형의 하나로, 인생 자체가 포괄적으로 드러난 일련의 소설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즉, 연대기 소설은 시간을 중심으로 넓은 공간에 걸쳐 '탄생-성장-죽음'이 반복되는 인생의 순환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여기서 '시간'은 주인공의 일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는 순환적 시간을 말한다. 또 연대기 소설에서의 '사건'들은 긴밀하고 논리적으로 제시되기보다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의 집적물로서 제시된다. E.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김남천의 '대하' 등이 연대기 소설의 예들이다.
● 연작 소설
독립된 완결 구조를 갖는 소설들이 일정한 내적 연관을 지니면서 연쇄적으로 묶여 있는 소설 유형을 가리킨다. 발자크의 '인간 희극'이나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는 장편 소설들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이지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는 단편 소설들이 모여 연작 형태를 이룬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이문구의 '우리 동네' 등은 단편 소설들이 묶여진 연작 소설의 예들이다.
● 위기
플롯의 발전 단계 중의 하나로 사건의 변화를 가져오거나 클라이맥스를 유발시키는 전환의 계기를 가리킨다. 이 단계에서 사건은 결정적인 분기점을 맞거나 결정적인 의미를 드러냄으로써 독자의 불안과 긴장은 최고의 높이에 이르게 된다. 위기는 단일 작품에서 한번만 나타날 수도 있고, 여러 번에 걸쳐서 나타날 수도 있다. 단편 소설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기를 클라이맥스의 전조가 되며 뒤따르는 절정과 결말에 열쇠를 제공한다.
● 유머(humor)
우리말의 해학, 골계, 익살 등에 대응될 수 있는 말로 일종의 우스꽝스러움의 현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웃음은 동정과 관용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냉소, 조소 등의 적의와 경멸의 감정이 담긴 웃음과는 구별된다. 유머와 좀더 적극적으로 대비되는 웃음은 풍자이다. 풍자는 적의와 경멸의 감정이 담겼을 뿐만 아니라 공격성조차도 숨긴 웃음이지만 유머는 해(害)가 없는 웃음으로 인간의 어리석음, 무지, 불완전성조차도 따뜻이 감싸고자 하는 속성을 지닌다.
● 6.25 소설
민족사에 가장 큰 비극인 6.25를 소재로 하여 씌어진 소설로서 주로 6.25의 발발과 전개 과정 그리고 그것이 던져 준 충격과 그 극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6.25 소설은 전쟁 소설, 전후 소설, 분단 소설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져 왔다. 6.25 소설은 작가의 연령층에 따라 6.25 참전 세대, 유년기 체험 세대, 미체험 세대 등으로 구분된다. 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로 대표되는 참전 세대는 주로 피해 의식과 인간성 옹호 등 직접적인 참선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고, 김원일의 '어둠의 혼', 윤흥길의 '장마', 이동하의 '굶주린 혼' 등으로 대표되는 유년기 체험 세대는 6.25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이 현재에 드리우고 있는 상흔과 그 치유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으로 대표되는 미체험 세대는 6.25라는 객관적인 상황의 문제에서 벗어나 좀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6.25 소설은 그러나 제재의 제한성으로 인하여 이후 '분단 소설'이라는 양상으로 변모,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의식의 흐름
현대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하나의 서술 기법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단순한 기법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해 방식이나 세계관과 같은 문학의 본질적 문제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수법을 최초로 개척한 것은 헨리 제임스이며, 그는 한 사람의 의식을 통하여 그 인물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도록 작품을 창작했고, 그 인물을 그는 '초점', '거울' 혹은 '의식의 중심'이라고 불렀다. 이 기법이 사용된 소설에서는 작품 속의 모든 내용이 한 인물의 의식(즉, 그의 사상과 감정과 기억과 감각)에 부딪힐 때에만 독자들에게 제시된다. 그러므로 논리적 인과 관계가 없는 담화들이 내용 속에 뒤섞이며, 문체적 양상은 호흡이 급박하며, 작품 전체가 플롯의 발전이라든가 사건의 진전, 인물의 형상화 같은 소설의 전통적 서술 방식으로 기술되지 않는다.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은 기법의 대표작들이다.
● 의인 소설
인간이 아닌 특정한 사물에 정신과 인격을 부여하여 씌어진 소설을 일컫는 용어이다. 꽃이나 대나무 등의 식물로부터 호랑이, 여우, 거북이 등의 동물, 지팡이, 종이 등의 자질구레한 물질, 또는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추상적 관념조차도 의인 소설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의인 소설은 우선 고대 사회로부터 인간이 지녀 왔던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의 영향을 받은 경우라든지 문학 작품이 지닌 현실 비판적 의식이 당대의 이데올로기나 정치 체제 혹은 기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압박을 받고 그 출구를 찾지 못할 때 많이 양산되었다. 전자의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는 고대 설화의 '구토지설' 등이 있고,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는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등이 있다. 그 외에 김필수의 '경세종', 이기영의 '쥐 이야기', 김성한의 '개구기' 등을 들 수 있다.
● 이니시에이션 소설(initiation story)
자아와 세계에 대해 무지하거나 미성숙기의 주인공이 일련의 경험과 시련을 통해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을 부르는 말로, 브룩스와 워런이 '소설의 이해'에서 '살인자들', '나는 이유를 알고 싶다'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initiation'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소설의 한 유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원래 이 말은 인류학적인 용어로서 '통과 제의'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이니시에이션 소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젊은이가 외부 세계에 대한 무지로부터 생생한 지식을 획득하기까지의 통과 과정을 다룬 작품이며, 다른 하나는 자아 발견과 관련된 삶과 사회에의 적응을 다룬 작품이다. 두 가지는 모두 새로운 사실이나 악의 발견을 통해 주인공을 성인 사회로 유도해 간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헤밍웨이의 '살인자들', 윤흥길의 '장마', 이청준의 '침몰선', 황순원의 '소나기' 등은 좋은 예가 된다. (→참조 : '성장 소설')
● 인과성
인과성은 이미 제시된 부분과 제시된 부분 이후 다른 부분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발생하는 의미 단락의 연속성을 가리킨다. 가령, "왕이 죽고 나서, 왕비가 죽엇다."라는 구절에는 '왕이 죽자 그 슬픔 때문에 왕비가 죽었다'라고 해석할 만한 암시적 의미가 개재된다. 이 경우 독자는 왕비의 죽음이 왕의 죽음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왕의 죽음과 왕비의 죽음간에 맺어지는 인과적 고리가 이 구절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과성은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암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고전적인 서사물에서 사건들은 순차적인 인과 관계로 연결되어 사건의 결과들은 최종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다른 사건들에 영향을 주게 된다. 두 가지 사건들 사이의 관계가 명백히 보이지 않을 때에도 뒤에 발견될 더 포괄적인 원리를 통해 추론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서사물에서는 이야기의 지배적인 구성 원리로서의 인과성에 대한 의존이 점차 약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현대적 서사물에서는 더 이상 '처음-중간-끝'이라는 일직선인 플롯의 전개를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사건들 또한 최종적인 해결 국면을 향한 인과적 고리를 취하기보다는 복잡하게 흩어진 파편화된 상황들로 제시되는 것이다. 현대 서사물에서 플롯의 기본 원리로서 인과성 대신 우발성이 강조되는 것은 현대의 삶이, 인간의 삶을 이끌어 가는 보편적이고 일관된 가규범이 존재했다고 믿어지는 과거에 비해 매우 모호하고 파편화된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는 인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인물(character)과 인물 구성
캐릭터는 작품에서 행위나 사건을 수행하는 주체, 즉 인물과 그 인물이 지닌 기질과 속성(성격)을 포괄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작품을 통틀어 불변적일 수도 있으며, 점진적으로 또는 극적 위기의 결과에 따라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E.M.포스터는 인물을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로 나눈다. 평면적 인물은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그 성격이 변하지 않는 채로 남아 있으며, '하나의 단일한 관념이나 특성'을 중심으로 구성됨으로써 단 하나의 문장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묘사될 수 있는 단순한 성격의 인물이다. 입체적 인물은 그 성격이 변화 발전하며, 기질과 동기가 복잡하여 작가는 미묘한 특수성을 지닌 묘사를 하게 된다. 인물을 분류하는 또 다른 준거로서 전형적 인물과 개성적 인물을 들 수 있다. 전형적 인물은 미리 규정된 범주의 속성들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서 한 사회의 집단적 성격을 대표하며 성격의 보편성을 내포한다. 반면, 개성적 인물은 사회의 집단적 성격과 대립하는 혹은 적어도 그와 구별되는 예외적 기질을 갖춘 인물이다. 채만식의 '태평 천하'의 윤 직원 영감이나 염상섭의 '삼대'에 나오는 조의관 등은 전형적 인물에 속하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드미트리, 최인훈의 '광장'에 나오는 이명준 등은 개성적 인물에 속한다. 인물 구성 방식은 '말하기(telling)'와 '보여주기(showing)'로 구별되는데, 전자에서는 작가 자신이 등장 인물의 행위나 심리적 동기, 혹은 그의 기질적 특성을 묘사하고 평가하기 위해 자주 작품 속이나 인물의 내부로 개입한다. 후자의 경우 작가는 등장 인물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차분하게 관찰하여 제시하기만 할 뿐, 그들의 내면에 개입하거나 그들을 주관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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