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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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acting)
소설 속에서 발생하고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소설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다. 대체로 사건은 '스토리 라인(story line)' 상에서 다른 사건들과 결합하는 '연속'의 방식을 가지고 일어나며 인물들의 행동을 유발한다. 사건에는 선택적 행동을 전진시키는 '핵심 사건'과 그 행동을 확대, 확장, 지속, 또는 지연시키는 '주변 사건'이 있다. 가령, 전화 벨이 울린다면, 이는 받거나 받지 않아야 할 행동을 선택하므로 핵심 사건이며, 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인물이 머리를 긁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하는 것 등은 핵심 사건을 보조하므로 주변 사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 사 소설(私小說)
일본의 근대 소설에서 나타난 독특한 형태를 일컫는 말인데,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 유형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 형태로, 자신들의 비난 받아 마땅한 행동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상념까지도 드러내 놓고 거기에서 일종의 자학적 쾌감을 누리는 유형이며, 두 번째로는 작가의 감춰진 죄악을 까발리는 대신에 사소한 신변사의 의미를 반추하는 일에 집중하는 유형으로 '심경 소설'이라고도 말한다. 이러한 사소설은 역사적으로 보면 서양 리얼리즘의 일본적 변형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30년대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데, 안회남의 '투계', '탁류를 헤치고', 김남천의 '처를 때리고', '춤추는 남편', '제퇴선' 등이 대표적이다.
● 사실주의(realism)
단순히 문예 사조적인 개념으로만 한정시켜 말할 때, 사실주의는 특별히 프랑스의 발자크나 스탕달, 영국의 조지 엘리어트 등의 소설과 관련하여 19세기 전반에 걸쳐 일어난 문학 운동을 지칭한다. 흔히 낭만주의와 상반되는 사조로서의 사실주의는 이전의 문학 양식들이 이상화된 현실, 즉 우리가 바라는 현실을 그리는데 반하여 있는 그대로의 현실, 즉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정확히 모방하려는 태도를 지닌다. 그러나 문학이 근본적으로 현실을 단순히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적으로 재구성해 낸다는 점과 관련시켜 볼 때, 사실주의는 작가의 세계관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모든 문학은 근본적으로 사실주의의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사실주의의 포괄성을 보다 한정하기 위하여, 비판적 사실주의, 환상적 사실주의, 낭만적 사실주의, 변증법적 사실주의 등으로 세분되는 것이다.
● 사회주의적 사실주의(socialist realism)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을 창작 정신의 근간으로 하는 창작 방법을 일컫는 용어로, 이는 단순히 현실의 재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운동 전체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실천성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론이 공식적인 방법론으로 채택된 것은 1934년의 소비에트 작가 총연맹 제1차 대표자 회의에서였으며, 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해서 '혁명 운동의 상승하는 노선'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주요 원리는 당(黨)에 입각해야 한다는 당성, 현재 속에서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는 낙관적 전망 등이다. 우리 나라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백철의 '문예 시평'에서였으며, 1935년 카프 해산을 전후로 이에 대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 서간체 소설
서간체 소설은 자기 고백적 서사 양식으로서 자기 감정을 투사하여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소설 속에 한두 편의 편지가 수록된 것은 서간체 소설로 부르지 않으며, 사건의 제시와 전개가 주로 작중 인물간에 주고받는 편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소설만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루소의 '신엘로이즈' 등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이광수의 '어린 벗에게', 최서해의 '탈출기' 등이 있다.
● 서사, 사사물, 사사 문학
서사는 일차적인 의미로 '사건의 서술'을 뜻하는데, 서사의 형식은 다양하고 그것이 의존하는 매체 역시 그러하다. 즉, 서사의 종류는 소설, 서사시, 극, 신화, 전설, 역사 등의 언어적 사사물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발레, 오페라 등의 비언어적 서사도 포괄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문학적 서사에 국한된다. 서사의 필수 불가결한 두 가지 요건은 이야기의 내용과 이야기하는 화자로, 서사는 사건이라는 내용과 서술이라는 형식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다. 서사물은 서사 행위의 결과, 일련의 현실, 또는 허구적 사건들과 상황들을 시간 연속을 통해 구성해 낸 것이라고 규정한다. 서사 문학은 허구적 서사물을 지칭하는데,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작용하여 기존의 사건을 새롭게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사건을 가공해 내는 허구의 과정을 거친 서사물을 의미한다.
● 서정 소설
소설 속에서 서정시를 가능케 하려는 의도로서, 어느 작가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미적 형상화의 욕구가 낳은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산문 서사, 특히 소설의 필연적 한계인 허구와 실제와의 괴리를 서정시가 지니는 강력한 이미지 결합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두 양식의 통합과 보완을 꿈꾸는 것이 서정 소설의 주요한 본질이 된다. 서정 소설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인물이나 사건과 같은 서사적 요소를 이미지의 음악적, 회화적 디자인과 같은 서정적 요소와 결합시킨다는 데에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노발리스의 '푸른 꽃'은 서정 소설의 대표적 유형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작으로 양귀자의 '숨은 꽃',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성장 소설
성장 소설은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과정에서 한 인물이 겪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과 과정을 주로 담고 있는 작품들을 지칭한다. 지적, 도덕적,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 있는 어린아이, 혹은 소년의 갈등이 중심을 이루며, 그가 자아의 미숙함을 딛고 일어서 자신의 고유한 존재 가치와 세계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깨달음의 과정을 문화 인류 학자나 신화 비평가들은 '통과 제의', '통과 의례', '성인 입문식' 등의 용어로 표현한다. 그 대표적 유형의 작품으로 헤세의 '데미안'이 있다.(→'이니에이션' 항을 참조할 것)
● 소설 사회학
일반적으로는 사회학적 관점과 통찰을 통하여 소설 문학과 사회 상황과의 상관 관계를 규명하려는 문학 연구의 입장을 통칭하지만, 좁게는 루시앙 골드만에 의해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소설 형식의 사회학적 연구'를 가리킨다. 루시앙 골드만의 주요한 입장은, 소설이라는 문학 형식과 시장 사회 내에서의 인간과 상품간의 일상적 관계, 나아가서는 인간들과 다른 인간들간의 일상적 관계 사이에 엄격한 상동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과 재물과의 자연스럽고 건강한 관계는 생산이 미래의 소비에 의해서, 물건의 구체적인 품질에 의해서, 즉 '사용 가치'에 의해 지배되는 관계이고, 지금의 시장 생산을 특징짓는 것은 '교환 가치'라는 매개와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소설 속에서 의식적이고 표면적인 차원에서는 교환 가치, 즉 '타락한 가치'를 지향하는데, 여기에 '문제적 인간'이 사용 가치를 지향함으로써 괴리 관계 속에 빠진다는 것이다. 소설 사회학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해부하고 구조화해서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어떻게 그 구조 속에서 발생하고 상호 관계하는지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수사(rhetoric)
수사란, '공중 앞에서 연설하는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애초헤는 법정이나 대중 집회의 변론이 주를 이루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상투적인 주제나 제목을 가지고 청중에게 연설하는 어조나 태도를 취하는 문학 작품을 가리켜 '수사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문학 비평의 영역에서는 작가가 그의 독자들과의 관계를 확립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환기하고 유도하는 모든 기교를 포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수사란 작가의 말의 기술과 재치를 가장 명백하게 나타내는 문체적인 특성과 말들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 스토리-라인(story-line)
구조 사학자들이 설정하고 있는 이야기의 단위 중 하나로, 핵심 사건과 주변 사건들은 서로 결합하여 소연속을 이루고 서로 결합하여 대연속을 이루며 대연속은 다시 결합하여 완전한 스토리를 형성한다. 사건들이 결합하여 단위가 커지면서 스토리를 형성해 가는 원리는 시간덕 연속과 인과 관계에 의해서이다. 스토리-라인은 대연속과 전체 스토리 사이에 놓인 중간 단위를 지칭하는데, 서사물의 구조를 형성하는 필수적 단위라기보다는 전체 스토리의 분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편의적 단위이다.
● 시점(point of view)
소설의 요체는 이야기의 제시이기 때문에 이야기 전달자(화자, narrator)가 있어야만 한다. 이 이야기 전달자가 작품 속의 내용을 바라보는 위치가 시점이다. 화자가 작품 안에서 소설의 내용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1인칭 시점이 되고, 화자가 작품 밖에서 소설의 내용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3인칭 시점이 된다. 그 시점들은 또한 몇 가지로 구분이 되어 나타나는데, 1인칭 시점에서 화자가 '나'이면서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주인공 시점', 화자가 '나'이면서 사건에 대한 단순한 보고자인 경우에는 '관찰자 시점', 화자가 '나'이지만 주된 인물은 아닌 경우는 '참여자 시점'으로 나누고 있다. 3인칭 시점은 화자가 문맥에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작품 내용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마음대로 그 정보를 사용하는 '전지적 시점'과 화자의 개입을 최대한 막으면서 극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는 '관찰자 시점', 그리고 현대 소설에 와서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시점으로서 등장 인물들의 의식을 중심으로 소설 속의 내용이 서술되는 '제한적 시점' 등이 있다.
● 신소설
신소설은 근대적 서사 양식으로 나타난 우리 나라 소설 유형의 하나로, 이 명칭은 정착된 장르를 가리키는 것이기보다는 조선조 소설과 근대 소설 사이의 과도기적인 서사 양식인 개화기 소설의 하위 분류로 사용되고 있다. 이 신소설의 주된 특징은 개화기라는 구체적인 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그 같은 격변기 속에서 개화와 독립, 계몽 사상에 입각한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데 있다. 특히 개화 사상은 신소설에서 가장 특징적인 주제로서 신교육을 통한 서구 문물의 수용, 봉건적 인습과 미신의 거부, 신분 차별과 남녀 차별에 대한 비판, 그리고 억압적인 가부장 제도에 대한 반발로서 자유 연애관, 자유 결혼관 등으로 표출된다. 신소설의 일반적 특징은 고소설에서 쓰이던 상투어들이 극복되고 있으며, 지문과 대사가 구별되어 사용되면서 구어체 문장으로 이행되었다는 점과 일상적 어휘들이 자유롭게 구사되고 평면적이던 구성 방식이 역행되거나 뒤섞이는 입체적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이인직의 '혈의 누', '귀의 성', '치악산' 등과 이해조의 '자유종', '춘외춘', 최찬식의 '추월색', '능라도' 등이 있다.
● 실존주의 소설
인간과 세계의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불합리성에 대한 존재론적 자각을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의 의미하는 용어로, 좁게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생했던 철학적 성향의 문학들, 특히 사르트르와 카뮈의 문학을 지칭하지만 좀더 넓은 의미에서는 인간에게 부여된 어떠한 절대적인 선험적 가치도 거부한 채 유동적이고 유한한 삶 그 자체에 현존을 문제 삼았던 문학들 모두를 지칭한다. 개인적 영향 관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실존주의 소설은 대개 현대 세계의 커다란 정신적 흐름 둥 하나인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 아래 성장한 것이다. 실존주의는 고통과 불안, 애증 등의 복잡하고 상반된 감정과 본능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삶의 양상에 접근함으로써 사유와 감각 및 행동간의 괴리를 극복하려는 욕망에 그 철학적 사유의 바탕을 두고 있다. 실존주의의 대표적 철학자로는 키에르케고르, 니체, 사르트르 등이며, 이러한 철학적 인식을 작품 속에서 표현함으로써 실존주의 소설의 시대를 열었던 작가로는 사르트르, 카뮈를 꼽을 수 있다. 사르트르는 "삶이란 근원적으로 모호한 것이며 인간은 어떠한 본질적 가치도 지니지 않은 완전한 무(無) 속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 라는 명제를 주장한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구토', '자유의 길',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등이 있다. 카뮈는 "세계는 부조리하며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 대하여 반항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는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 '페스트' 등의 작품을 남겼다. 우리 나라에서 실존주의에 대한 인식이 유행처럼 문학 속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6.25 전쟁 이후였다. 그것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의 체험과 가치관의 상실로 이어지는 전후의 황폐한 현실 속에서 실존적 불안 의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던 작가들에게 새로운 지적 출구를 제공해 주었다. 대표작으로는 장용학의 '요한 시집', '원형의 전설', 손창섭의 '공휴일', '낙서족', 오상원의 '유예', '백지의 기록' 등이 있다.
● 심리 소설
소설에서 심리적 측면이 드러나지 않는 소설은 없다. 그러나 심리 소설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심리가 드러나거나 표현된 소설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의식이 아닌 의식의 좀더 깊고 넓은 영역, 프로이트적 용어로 '무의식'의 영역을 다루며 그것들을 주도적으로 표현하는 소설을 지칭한다. 심리 소설의 창시자로 간주되는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로서 그는 인간 심리의 깊은 영역, 즉 프로이트적 용어로 '이드(id)'나 '초자아(super ego)'에 속하는 부분들을 독백이나 대화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여 준다. 그의 뒤를 이어 에드가 앨런 포우,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등이 있다. 심리 소설의 형태가 가장 발전되고 극단화된 것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한 작가들에 와서이다. 우리 문학에서는 이상의 '날개', '종생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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