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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제14교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실 혹은 꿈의 세계
- 동화와 동시 쓰는 요령을 익혀라
1. 동화 쓰기
여섯 살 먹은 아이의 거짓말
여섯 살 난 동생이 내가 학교에 가고 없는 사이에 내가 애지중지하는 나의 앙증스러운 낫을 들고 꼴을 베러 나갔다. 아버지가 며칠전에 대장간에서 만들어다가 준 낫이엇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와 꼴을 베고 있는 동생은 들길 한가운데서 마주쳤다. 한데 동생의 손데 들려있는 낫 끝이 5센티미터쯤 끊어져 버리고 없었다.
"아니 너 이것 어찌된 거야?"
하고 내가 낫을 빼앗아 들면서 묻자 동생은 대뜸 "저쪽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이 낫 끄트러미를 덥썩 잘라먹고 날아가 버렸어"하고 대답했다.
"뭣이 어쩌고 어째? 이 자식 거짓말 하는 것좀 보게? 파랑새가 어떻게 낫 끄트머리를 잘라먹는단 말이냐?" 나는 기막혀 하면서 소리쳐 말했다.
"참말이여"
동생은 까만 눈을 깜박거리며 진정으로 우겨댔다.
또 한 아이의 거짓말
초등학교 일학년인 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자기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엄마, 우리학교 변소 속에 아기가 하나 빠져서 응아응아 하고 울고 있어."
어머니는 그 아이를 앞세우고 학교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사려 깊었으므로 덮어놓고 선생님께로 달려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앞장세우고 아기 빠져 울고 있다는 변소간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두 눈으로 확인한 다음에 그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게 말을 하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변소간 속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아기는 없었다.
"정말로 아기가 울고 있었어?"
"그래요"
"어디에서?"
"여기서요."
아이는 까만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현실과 동화적인 현실
이런 경우 여섯 살 동생의 말은 진실인가. 정말로 파랑새가 낫 끄트머리를 잘라먹은 것인가. 형의 꾸중을 모면하기 위해 꾸며 댄 말인가. 어린아이의 머리로 어떻게 파랑새가 쇠로 낫 끊어 먹는 행위를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또 한 아이는 어떻게 변소간 속에서 아기가 빠져 울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일까. 그 거짓말은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 어린이들의 성장과정에는 '동화기'가 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현실과 꿈 속의 현실을 분별하지 못한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과 현실속에서 본 것을 분별하지 않고 그냥 '어디에서 이러이러한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것을 어른들은 거짓말이라고 무시하거나 추궁을 한다. 그들의 거짓말이 아닌 거짓말을 무조건 거짓말이라고 규정지어 버리거나 무시해 버리는 사람은 동화나 동시를 쓸 자격이 없다. 동화를 쓰려는 사람은 먼저 현실과 동화적인 현실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또 그 두 현실을 분별하지 않고 한데 버물러 현실화 시킬 줄 알아야 한다. 다음의 동화 한편을 읽어 보자.
아기별 공주는 참으로 기이한 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섬의 한 가운데에 동상이 하나 있고 거기에는 초가 한 채만 있었습니다. 마당은 겨우 다섯 걸음쯤의 넓이였고 담이나 울타리도 없었습니다. 마당 밖으로는 검은 갯바위들만 있고, 거기에는 굴과 해초들과 게와 새우와 어린 물고기들이 사이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아기별 공주는 마당 끝에 선 채 그 초가를 살폈습니다. 초가의 툇마루 위에 이상스러운 한 젊은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머리칼과 수염들이 어깨와 가슴을 덮을 만큼 길었고 어지럽게 헝클어져 있었습니다. 아기별 공주는 섬찟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뒷걸음질 쳤습니다. 바다에 산다는 도깨비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나 곧 그 젊은이를 보고 놀란 스스로를 꾸짖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아하, 그 엄마 꿀벌이 이 젊은이한테도 콧노래 부르는 법을 가르쳐 주었나 보다.' 자세히 보니 그 젊은이는 서서 걸어다닐 수 없는 장애인이었습니다. 그 초가 모퉁이에는 짚더미가 쌓여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검불을 깨끗하게 추려 낸 샛노란 속짚으로 새끼를 꼬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새끼를 열심히 꼬았는지, 젊은이의 손바닥은 부르텄고 손가락들은 빨갛게 닳아져 있었습니다. 그는 이때껏 꼬은 새끼줄들을 국수의 사리처럼 사려 묶어서 다른 모퉁이와 뒤란에 쌓아 놓았습니다 그 새끼줄의 사리 더미는 처마보다 더 높았습니다. 젊은이의 수염과 머리칼들 속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두 눈이었습니다. 하늘 나라에 살고 있는 한 동무별의 해맑은 등불을 생각나게 하는 눈 "아저씨는 무얼 하려고 이렇게 새끼를 꼬는 거에요?" 아기별 공주는 그 젊은이에게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새끼꼬는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빙그레 웃기만 했습니다. 아기별 공주는 호기심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으로 고기를 잡으려고 그래요?" "네가 보시다시피 나는 걸을 수가 없는 사람이지 않니? 그런데 어떻게 고기를 잡을 수 있겠니?" 젊은이는 고개를 더 세차게 저었습니다. "그럼 새끼줄을 다른 어부한테 팔려고 그래요?" 젊은이는 다시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발 좀 가르쳐 주세요. 무엇을 하려고 그렇게 새끼를 계속해서 꼬고 계시는지?" 젊은이는 한동안 새끼를 꼬기만 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보름달을 우리 집 앞에 묶어 놓으려고 그런다." "네?" "앞으로 두고 보아라, 우리집 앞에는 밤이면 밤마다 보름달이 떠 잇을 것이다."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여요" 아기별 공주는 그에게, 그것이 하늘의 법과 이치에 맞지 않는 말임을 설명해 주려고 했습니다. 젊은이는 아기별 공주가 그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기 전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습니다. "어떤일을 참으로 열렬히 소망하고, 정성을 다하면 되지 않은 일이 없다고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다. 나는 내가 오래전에 한번 소망한 대로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늙은 어머니가 조개를 잡으러 갔다가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아기별 공주는 아들에게 허황된 소망을 가지도록 거짓마을 한 어머니에게 따지고 싶었습니다. "할머니의 가엾은 아들은 평생 동안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양식의 가책도 없으십니까? 보름달을 묶어 놓는일 그것이 할머니의 가엾은 아들의 소망대로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렇단다, 정말로 보름달을 묶어 놓겠다고 소망하면...... 실제 하늘의 보름달은 아닐지라도 그 아이의 마음속의 보름달은 항상 환히 떠 있지 않겠니?" 하고 나서 그의 늙은 어머니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세상의 일은 소망한 어떤 결과보다는 그 소망을 위하여 열과 성의를 다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란다." -한승원의 동화 <별아기 바다꿈> 중의 <새끼꼬는 젊은이의 > 전문
(1) 동화는 시간의 순서대로 진술해야 한다.
동화를 읽는 사람은대개 어린이들이다. 동화 독자의 생각은 매우 단순하다. 그러므로 사건을 진술하는 순서를 시간 순서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2) 단문을 써야 한다.
잠에서 깨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으므로, 영철이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바쁘게 세수를 하였고,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책가방을 들고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동화에서는 복문이나 중문은 피해야 한다. 읽는 사람이 어린이들 이므로 복문과 중문은 그들의 정서를 혼란시키는 것이다. 위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한다.
잠에서 깨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습니다. 영철이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바쁘게 세수를 하였습니다. 서둘러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책가방을 들고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3) 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두 사람이나 세 사람쯤 이어야 한다.
<새끼 꼬는 젊은이의 섬>이라는 이 동화에서는 아기별 공주와 젊은이와 그의 어머니 이렇게 세 사람만 등장한다.
(4) 구성은 단순해야 한다.
동화 <새끼 꼬는 젊은이의 섬>에서는 세 사람만 등장하므로 세 주인공 사이의 갈등 대립이 있을 뿐이다.
1)아기별 공주가 한 섬에 들어서서 장애인 젊은이를 발견한다.
2)젊은이의 희망을 안타까워하는 아기별 공주
, 3)깨닫게 해주고 싶은 아기별 공주
4)어머니와 아기별 공주의 만남
5)어머니가 한 말 - '마음속의 달과 소망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하며 사는 삶의 고귀함에 대하여'
(5) 주제가 교훈적이기는 하되 설교적이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진실' 이상으로 교훈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진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이야기 속에 용해되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젊은이의 삶 그 자체가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진실'인 것이다.
(6) 동화는 소년 소녀 소설과 다르다.
소년 소녀 소설은 현실 속의 어떤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데, 동화는 꿈속의 현실과 현실을 섞고 버물러 승화 시킨다.
(7) 동화에서는 대개 경어체의 문장을 쓴다.
평서체의 문장은 냉철하고 딱딱하고 속도가 빠르다. 거기에 비하여 경어체 문장의 맛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인자하고 공손하고 속도가 완만하다. 타이르고 달래는 듯한 잔잔한 소호력이 있다.
2. 동시쓰기
동시를 쓰려는 사람은 아이들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다. 아이의 마음이 되는 것은, 이 세상의 그 어떤 무엇을 보든지 그것을 전혀 새롭게 발견하려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세상을 배워 가는 아이들은 눈에 띄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저것이 무어야?" 혹은 "어째서 그러는 거야?" 하고 묻곤 한다. "비는 왜 하늘에서 내려?"하고 물었을 때 어른이 "구름이 비가 된단다"하고 대답을 하면 "왜 구름은 생겨났어? 그것이 왜 비가 돼?"하고 또 거듭 묻는다. "저 산모퉁이 바가지 엎어놓은 것 같은 것, 저게 무어야?" "무덤이란다." "무덤이 무어야?" "죽은 사람을 땅에 묻어 놓은 것이란다." "왜 사람은 죽어?" "나이를 많이 먹으면 다 죽는단다." "사람들은 왜 나이를 먹어?" 아이들의 발견하려는 의심은 한도 끝도 없이 계속되고 발전한다. 그렇다고 그 어린 것에게 사전적인 설명을 해 줄 수도 없고 과학 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설명을 해 줄 수는 없다. 그것은 아이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니까. 그럼 어떤 대답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인가. 아이에게는 어떤 해답이 필요한가. 삶의 참 모습 혹은 아름다운 순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바람이
숲속에서 버려진 빈 병을 보았습니다.
"쓸쓸할 거야"
바람은 함께 놀아 주려고
빈 병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오, 보오"
맑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습다.
- 문삼석의 <바람과 빈 병>
위의 동시에는 빈 병과 바람이 등장한다. 그것은 관계를 맺고 있다. 관계는 사귐이다. 그것들의 사귐을 알아낸 것은 아름다운 진실의 발견이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살아있고, 가슴과 머리를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그것들은 생각하고 눈물을 가지고 있다.
논바닥 황토에 빨간 오리밥
황새 먹이하라고 빨간 오리밥
하얀 눈밭에 빨간 찔레 열매
산새 굶지 마라고 빨간 찔레 열매
-손동연의 <먹이하라고>
위의 시 두 줄에 등장하는 것은 논바닥, 오리밥, 황새들이고, 뒤의 두 줄에 등장하는 것은 눈밭과 찔레열매와 산새 들이다. 그들은 긴밀하게 관게지어 있고 그 관계는 우주의 순리를 말해 준다. 시인의 역할은 그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한데 그것이 아이의 눈을 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 시 속에 들어있는 음악성이다. 그 음악성은 아이들이 그 오리밥이나 찔레 열매를 보고 고개와 어깨를 들석거리며 노래하듯 소리쳐 대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읽는 사람의 가슴으로 하여금 즐거운 춤사위를 아주 단순하게 그리며 손뼉을 치게 만든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시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동화적이고 전설적이고 신화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질긴 생명력이 담겨 있다.
생각해 봅시다
1. 동화, 동시 쓰는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
2. 동화의 문장은 왜 단문이어야 하고 왜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야 하고 구성이 단순해야 하는가?
3. 동시를 쓰는 사람의 역할은 결국 무엇이겠는가?
4. 동화에서는 왜 경어체를 쓰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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