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라>
● 로망스(romance)
애초에 로망스는 라틴어에 대한 방언이었던 '노만스'어로 쓰여진 이야기를 말이었는데, 그 내용이 대체로 기사들의 황당 무계한 무용담이나 연애담을 다룬 기이하고도 가공적이며 모험적인 성격을 강하게 지닌 것이었다. 문학의 발달사에서 로망스는 서사시 이후에 나타난 문학 양식으로, 근대적 개념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양식을 지칭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멜빌의 '백경' 등이 있다.
<마>
● 말하기(telling)와 보여주기(showing)
엄밀하게 말해서 문자를 통한 전달 매체인 소설에서는 말을 하거나 보여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글을 읽는 독자의 상상을 매개로 하면, 말하기와 보여주기의 방법이 가능해진다. 말하기는 화자가 어떤 사건을 자신이 말을 하는 것처럼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독자를 작품의 현장에서 소외시키는 것으로 소설가의 직접적인 전달 방법을 의미하며, 보여주기는 화자가 자신의 견해나 감정은 전혀 개입함이 없이 사건의 상황을 보고 들은 바대로 객관적으로 전달해 줌으로써 독자가 그 상황을 나름대로 재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법이다. 현대에 오면서 보여주기의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는 있으나, 사실상 둘 사이의 차이는 극히 미미하여 작자들은 두 가지를 교차시키면서 사용하고 있다.
● 메타 소설
'메타(meta-)'란 말은 대체로 'after, with, change' 따위의 의미를 지닌다. 이로 미루어 메타 소설은 기존의 소설 양식에 '반(反)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20세기 소설에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즉, 소설 속에 소설 제작의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것인데, 메타 소설은 이처럼 소설 창작의 실제를 통하여 소설의 이론을 탐구하는 자의식적 경향의 소설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는 소설이 허구적 산물임을 명백히 함으로써 낡은 관습을 파괴하고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일상적 현실을 넘어선 '가능한 세계'를 찾고자 하는 상상적 모험의 문학이다.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램 샌디의 생애와 의견'이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등은 그 대표작들이다.
● 멜로 드라마(melodrama)
연애를 주제로 하며, 변화가 많고 호화스러운 무대로 그 내용이 감상적이고 통속적인 대극을 말한다.
● 명명법(命名法, naming)
등장 인물의 '이름짓기'를 이른다.
① 인상적 명명법 : '학'의 혹부리 할아버지, 꼬맹이
② 반어적 명명법 : '감자'의 복녀, '화수분'의 화수분
③ 의성어에 의한 명명법 : '백치 아다다'의 아다다
④ 사실주의 소설의 명명법 : '김 강사와 T교수'의 김 강사, T, '레디 메이드 인생'의 P
⑤ 성격 암시를 위한 명명법 : '무정'의 선형, 영채
● 모델 소설
현실에 실재하는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들을 허구적 기술 속에서 재현, 구성해 내는 소설의 종류를 가리킨다. 기록 소설이나 사소설과도 비슷하나, 기록 소설이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고, 사소설이 '개인적 생활'을 다루고 있는 것과는 달리 모델 소설은 실재 인물이나 사건을 차용해 오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으며 시대의 사회상을 주관적 시각에서 반영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염상섭의 '해바라기'와 이상의 '지주회시'를 꼽을 수 있다.
● 모티프(motif(프), motive(영))
어원상으로는 '운동의 근원적인 원인', 예술상으로는 '창작이나 표현의 기본적인 동기'를 의미하는 말인데, 일반적으로는 '작품 속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정한 요소'를 가리키고 있다. 모티프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된 사물이나 사건의 성격을 가지는 소재와는 구별되는 것으로서 애증, 복수, 한탄, 연민, 민족애 등과 같이 추상적인 성격을 가진다. 부친 살해, 근친 상간, 변신 모티프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모티프는 작품 속에서는 구체적인 물증(物證) 속에 나타나게 된다. 한편, 주제를 형성하는 데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모티프를 '중심 모티프(leitmotive)'라 한다.
● 모험 소설
위험과 난관을 무릅쓰는 행동과 사건들이 이야기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소설 일반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대부분의 모험 소설에서 모험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미성년으로 설정되며, 이는 경이와 신비, 동경과 공포 등의 감정이 아직 낭만적 경험이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스티븐슨의 '보물섬', 트웨인의 '통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 등과 멜빌의 '백경',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의 작품을 들 수 있다.
● 목적 소설
교훈의 제시를 목적으로 쓰여진 소설 전반에 적용되는 용어로서, 작가에게 교사이기를 강조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이광수의 '흙' 등의 계몽류 소설과 카프의 의식 변환을 촉구하는 교훈 소설들이 그 대표적 예이다.
● 몽타주(montage)
따로따로 촬영된 화면을 효과적으로 떼어 붙여 화면 전체를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영화의 편집 기법이다. 문학 쪽으로 말하면, 독립될 수 있는 심상들을 결합하여 전체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 이루도록 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 문제적 주인공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서 주요한 개념으로 쓰여진 용어로서, 대개 근대 사회 이후에 나타난 소설의 새로운 주인공 유형을 일컫는다. 근대 사회의 소설 주인공들은 자신이 처한 세계가 행복하고 아늑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반항하거나 갈등을 겪는다. 그 결과 대개의 경우 광인이나 범죄자 등의 악마적인 성격을 지니거나, 사회의 보편적 가치 질서에 맞서는 이질적이고 소외된 인물로 나타나게 된다. 골드만은 루카치의 개념을 적용하여 소설을 "문제적 인물이 타락한 사회에서 타락한 방식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서사 양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주인공의 대표적 유형으로 나타나는 인물은 '동 키호테'의 돈 키호테나 '적과 흑'의 줄리앙 소렐, '안나 카레리나'의 안나 카레리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 '이방인'의 뫼르소, '구토'의 로깡땡 등이 있고 우리 나라 소설에서는 '광장'의 이명준, '나무들 비탈에 서다'의 동호 같은 인물이 있다.
● 문체(style)
문체는 개인이나 학파 혹은 특정한 집단의 표현 양태로서 내용이 아니라 내용을 담는 방식, 즉 형식과 관련되는 문학적 작문의 면모를 의미하며, 소설적으로는 담론에 취해진 태도, 어조라고 할 수 있다. 문체는 작가의 개인적 역량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세계관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시대에 따라 문체도 변모되어 왔다. 문학에서 수사적 기능을 중시하는 입장은 문체를 내용이라고 보는 반면, 경험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입장에서는 문체를 단순한 형식이라고 한다.
[작가들의 문체]
이광수 : 대중적이고 쉬운 교육적인 문체
김동인 : 짝막하고 박력 있는 문체
염상섭 : 지루한 묘사적 문체
이효석 : 시적 서정성을 띤 문체
김유정 : 아이러니에 찬 개성적인 문체
이 상 : 부정과 절규에 찬 개성적인 문체
채만식 : 판소리 사설의 문체
심 훈 : 평이하고 감성적이며 호소력이 강한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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