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 경향 문학(傾向文學)
의식적으로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계급적인 것을 취급하여 대중을 그와 같은 방향으로 계몽하고 유도하자는 목적 아래 쓰이는 작품. 교훈시나 프로 문학이 이에 속한다.
● 계몽 소설
계몽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거나 그것의 전파를 위해 쓰여진 소설을 가리킨다. 본래 계몽주의는 문예사조적 개념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루소, 볼테르, 디드로 등에 의해 17세기 서구에서 발전하여 18세기에 그 절정에 이른 문화적 운동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미성년의 상태에서 성년으로 만들기 위하여 교육하거나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우리 문학사 속에서 발견되는 특수한 이야기의 유형을 한정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으로 보편화되었다. 우리 나라의 계몽 소설은 이광수에 의해 개척되었는데, 식민지라는 현재적인 상황에서 출발한 역사 의식적 계몽 의식이 아닌, 봉건적 전근대성에 대한 반발로서의 계몽 의식이 엿보이고 있다. 미신 타파, 자유 결혼, 과학적 학문의 존중 등의 계몽 사상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초기 계몽주의 소설은 이후 '브나로드 운동'으로 발전, 계승되어 농촌 소설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 고백 소설
화자가 자기 자신의 경험을 회상한다거나, 자전적인 체험의 직접적인 토로라는 서술적 유형을 가지고 있는 소설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은 고백 소설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설들은 화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광수의 '나/소년편'은 서문을 통해 화자 겸 주인공인 '도경'이 작가 자신임을 밝히고 있고, 정비석의 '고원'에서는 어떤 실재 인물의 노트를 조금 손질하여 소개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골계(滑稽)
보통 '우스꽝스러움'이라고 번역되는 골계는 웃음을 자아내는 문학의 모든 요소에 폭넓게 적용되는 말이며, 이보다 하위 범주로 기지, 풍자, 반어, 해학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골계는 크게 객관적 골계와 주관적 골계로 나누어진다. 객관적 골계는 웃음거리가 되는 대상 그 자체의 성질이나 형상에 의지하는 골계로서 대상을 우습게 하려는 작가의 계산된 배려가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는 웃음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더욱 자연스러운 골계이다. 찰리 채플린의 모습이 그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관적 골계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웃음의 장치이다. 객관적 골계에 비해 복잡한 미적 범주이므로 작가의 고도의 통제 능력이 없다면 작품의 파탄을 가져오게 할 위험이 크지만, 한편 복잡 다단한 모순 덩어리로서의 인간 존재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문학적 장치이기도 하다.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 등의 작품이 그 예이다.
● 공간, 공간성
소설 속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거나 정황이 진술될 때,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배경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의 장소적 요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소설에서의 공간이다. 그런데 공간의 개념은 항상 물리적인 장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화자나 등장 인물의 의식 속에서도 공간의 개념은 존재하게 된다. 이때는 공간이라는 개념보다는 공간성이라는 개념이 더 유용하다. 이상의 '날개'에서 '33번지'는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공간(space)이라기보다는 가상적이면서 무언가 암시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성(spatiality)이 되는 것이다.
● 공상 과학 소설(science fiction)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실현 불가능한 허구적 세계를 이야기 형식에 담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소설의 유형을 지칭하며, 최근에는 약칭인 SF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서구 문학에서 SF의 기원은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플랑켄슈타인', 타임 머신', '우주 전쟁' 등의 공상 과학 소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비록 허황된 세계를 기반으로 하여 허구의 극단을 제시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인간의 낙관적인 꿈을 실현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긍정적 요소도 지니고 있다.
● 교육 소설
젊은(혹은 어린) 남녀들을 바람직한 시민으로, 그리고 도덕적, 지적으로 성숙한 성인으로 교육시킬 목적으로 18세기 말 유럽에서 발달된 장편 소설의 한 양식이다. 루소의 '에밀'은 가장 대표적인 예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은 성장 소설의 모범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이 계통의 소설들은 불우한 소년 소녀가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바람직한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 요한나 슈피리의 '하이디' 등이 대표적인 유형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조흔파의 '얄개전', 김내성의 '쌍무지개 뜨는 언덕', 최인호의 '우리들의 시대', 오탁번의 '달맞이꽃 피는 언덕' 등이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 구상(構想)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 전에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착상이 있어야 한다. 작가의 착상은 작품에 있어서는 시초에 불과한데, 그것이 집필로 적용되기까지는 실로 오랜 세월과 고미을 거쳐야만 한다.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것이 착상의 시초라면, 그 시초는 모호하거나 아무런 구체적 형태도 가지지 않는다. 선명한 인상을 떠올리고 불필요한 인상을 지워 나가며, 서사적 흐름을 조절하고 사건과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련의 정신적 고뇌가 필요하다. 그런 뒤에야 집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상이란 착상과 집필의 사이에 가로놓이는 정신의 모든 움직임을 말한다. 따라서, 그것은 작가의 의도 속에다 작품의 전모를 그려 넣는 과정이고, 생각을 얽어 짜는 과정이다.
● 구조(構造)
구조란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내부 요소들이 맺고 있는 상호 관계 및 그것들의 유기적인 결합을 지칭하는 말이다. 블럭으로 기차를 만든다면, 기차는 하나의 전체이며 하나의 구조이고, 각각의 블럭들은 기차라는 구조의 구성 요소이다. 소설에서 본다면, 완성된 한 작품만이 전체가 아니라 소설의 한 단락, 한 문단도 전체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것들은 이들 나름대로의 부분을 가지고 있는 전체이자 더 큰 전체의 어느 한 부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각각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문학이 언어에 의한 구조물이라는 인식하에서 현대에 오면서 구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져 가고 있다.
● 구체화
독서 과정을 텍스트의 '구체화' 과정이라고 하는데, 소설 읽기 역시 '구체화'의 작업이다. 그런데 소설 속에는 간혹 결정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면들이 나타날 때가 있다. 이러한 면들을 '미결정성' 또는 '미확정성'이라고 하는데, 독서의 과정에서 이러한 미확정성 및 틈을 채우거나 도식화 된 면을 제거하는 일을 구체화라고 한다. 가령, "버스가 산 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Mujin) 10㎞'라는 이정비를 보았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이 속에는 버스의 생김새나 속도, 이정비의 모습 혹은 무진이라는 지명에 대한 의문 등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들은 작가가 일일이 지적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책을 읽어 가는 과정에서 상상을 통하여 스스로 채워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독서에 있어서의 구체화가 되는 것이다.
● 권선 징악(勸善懲惡)
조선조의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성 중의 하나로, 올바르고 선량한 인물이 온갖 시련과 난관에 봉착하지만 결국 행복에 도달한다는 플롯 구조를 이르는 말이다. 이는 물론, 악을 멸하고 선의 궁극적인 승리를 보임으로써 읽거나 듣는 이에게 도덕적으로 열정을 고무시킨다는 작의(作意)를 지닌 것이다.
● 근친 상간 모티프
프로이트에 의해 일반화된 용어인데 프로이트는 인간을 "아비의 목을 비틀고 어미와 동침하고자 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 즉, 부친 살해 충동과 근친 상간 충동은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 충동의 한가지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 모티프가 가지는 방향성은 때때로 텍스트 속에서 엄밀하게 분리되지 않은 채로 드러나는데, 특정 텍스트 속에서 볼 수 있는 어머니와 아들, 오빠와 누이동생 사이의 성 관계는 순수하게 성적인 욕구나 충동의 측면에서 금기를 넘어서고자 하는 심리를 반영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대체로 등장 인물들이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후에 자신들의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회한스러운 비극적 운명에 빠지고 마는 일종의 원죄 의식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이러한 성적인 심리의 표현과 함께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티프가 반영된 작품으로는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 김성종의 '어느 창녀의 죽음' 등이 있다.
● 기대 지평(expectation horizon)
작품이 창작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자에 의해 수용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즉, 작품은 '작가→텍스트→독자→작품'의 네 단계로 구성되며,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작품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게 된다. 기대 지평이라는 말은 이러한 문학 행위의 세 번째 단계, 즉 독자의 단계에서 설정된 개념이다. 이를테면, 독자들의 선험.경험.의식.습관.취향.기호.상식.교육.심미 규범 등은 모두 기대 지평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텍스트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 지평이 충족될 때, '친숙한 지평'이 발생한다. 그러나 시대의 발전과 문학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문학 작품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때마다 독자들은 텍스트의 '새로운 지평'에 부딪히게 된다. 독자들의 '친숙한 지평'과 텍스트의 '새로운 지평' 사이의 이러한 충돌로 인하여 이른바 '지평의 전환'이 생겨난다. 이러한 지평의 전환은 곧 독자들에게 수용되어 새로운 '기대 지평'으로 작용한다.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 같은 소설은 지평의 전환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지녀 왔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 지평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평의 전환은 독자들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대 지평이 될 수 없다.
● 기록 소설(documentary)
신문 기사나 재판 기록, 또는 공문서 등과 같이 기록되어진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씌어진 소설의 한 형태이다. 기록 소설은 흔히 어떤 사건에 대한 정보나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씌어지는데, 현실의 경험으로부터 직접 취한 소재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기록 소설은 허구적인 소설이 가지기 어려운 '사실성'을 더 가질 수 있고, 그 결과 독자들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 의거하는 기록 소설은 그 시대의 관심사나 정열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놓치기 쉽다는 결점을 지니고 있다.
● 기지(機智)와 유머(humor)
기지와 유머는 우스운 것, 또는 희극의 개념과 관련된다. 기지는 본래 사람의 오감(五感)을 뜻하는 말로서 지능이나 창의력 같은 정신 능력을 의미했으나, 현대에 와서는 우스운 말의 일종으로 간주되기 시작하여 흔히 짧고 교묘하고 희극적인 놀라움을 일으키는 일종의 언어적 표현으로 그 의미가 변질되었다. 유머는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의 생리학 용어로서 개개인의 기질과 관계되는 네 가지의 체액을 뜻하였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우습고 재미있는 것으로서 정답고도 동정적인 형태의 희극성을 가리키는 말로 되었다. 이러한 희극적인 두 요소는 서로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기지는 일치한다고 믿어지는 사실에서 불일치를, 불일치한다고 믿어지는 사실들에서는 일치점을 발견하는 예리한 판단력이면서 그 결과를 간결, 명확하고도 암시적인 문구나 정리된 말로 능숙히 표현하는 능력이다. 이에 반하여 유머는 이웃에 대하여 선의를 가지고 그 약점, 실수, 부족함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시인하는 공감적인 태도이다. 그러므로 유머는 기지가 갖는 신선하고 예리한 비판성이 없고, 불일치를 발견하되 비공격적이며, 자신도 그런 불일치가 자행되는 사회의 일원임을 암시하는 겸허와 아량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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