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나만의 글쓰기 비법
5교시 - 비유, 글쓴이의 느낌을 그대로 나타내라
- 비유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생생한 글을 만든다.
1. 배 타고 강 건너가기
여러분들은 매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곤한다. 만약 여러분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드넓은 강을 건너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무작정 물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쳐 볼 것인가? 그랬다가는 학교가는건 고사하고 물에빠져죽기에 꼭 알맞다. 그럴때는 강 너머로 안전한게 건너갈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 배나 뗏목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다리라도 놓아야 한다. 이 때 강을 건너는데에 사용하는 배나 뗏목, 다리 같은 것이 문장에서의 비유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비유란 주제(학교)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장치이다.
"어머니, 어머니, 굉장해요! 정말정말 굉장해요!"
하고 창길이는 현관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감격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가 굉장하다는 말이냐? 차근차근 말해봐라."
어머니는 여느 때 덜렁대는 버릇이 있는 창길이를 꾸짓으며 말씀하셨다.
"정말이야 무지무지 굉장하다구요!"
하지만 창길이는 여전히 흥분된 목소리로 외쳐댔다.
위의 글을 쓴 사람은 자기의 글에 비유를 동원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감격어린', '굉장해', '정말정말', '무지무지하게' 이런말들로는 그 글을 쓴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턱대고 물 속에 뛰어든 다음,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너겠다는 사람과 똑같이 어리석은 것이다. 앞의 글에서 '창길이는 현관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감격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고 하는 부분을 함께 고쳐보도록 하자.
창길이는 현관안으로 들어서면서, 난생처음 쌍무지개를 보고 돌아온 소년처럼 상기되어 소리쳤다.
이렇게 비유를 해 놓고 보니까, 어머니 앞에서 감격적으로 말하고 있는 창길이의 모습이 요술처럼 강한 영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가? 이번에는 다음의 글들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1) 진짜로 무더운 날씨였다. 할아버지께서 "아이고, 그 날씨 한번 무지무지하게 덥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도 "굉장히 덥구나" 하셨고, 형도 "아이고 더워서 그냥 미치고 환장하겠네 하였다." 잠시 후에는 어머니께서도 "나, 이렇게 더운날씨는 생전 처음보겠네 휴우 덥다"하고 말씀하셨다.
(2) 섭씨 40도가 넘는 한증막 속에 들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3)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마당에는 하얀 불볕이 쏟아졌다. 밖에 나갔던 바둑이가 혀를 길레 빼늘이고 헐떡 거리며 들어와 담벽 그늘에 주저 앉았다. 돌담벽에 기어올라가는 호박덩굴의 입사귀들이 바둑이의 혀처럼 늘어져 있었다. 담벽에 둘러선 감나무에 매달린 잎사귀 하나 움직거리지 않았다. 선풍기를 틀고 얼굴을 그 앞에 들이밀어 보지만 그 바람마저 후끈거렸다. 등줄기에는 벌레가 기어가는 것 처럼 땀방울이 스멀스멀 기어 내렸다.
(1)은 비유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의 글이므로, 공연히 엄살과 허풍만 떨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2)는 단 한마디의 비유를 통해서 그 무더움의 정도를 명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매우 차분하고 여유가 있다.
(3)은 무더위를 아주 차근차근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작가가 설명을 하려 애쓰지 않고 그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 주어(형상화시켜) 읽는이가 저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속의 무더위는 읽는이의 가슴마저도 답답하게 할 만큼 절실하다.
2. 나의 느낌을 읽는이에게 그대로
우리는 다름 사람의 마음속에 나의 인상을 뚜렷이 심어주고 싶을 때,옷차림을 돋보이게 하든가 액서사리를 하든가 해서 시선을 끌려고 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읽는이에게 나의 감정이나 기분을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갖가지 비유들을 사용한다. 내가 느끼는 것들을 읽는이의 가슴에 고스란히 옮겨주고 싶은 까닭이다. 그러므로 비유의 글을 쓰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비유가 잘 드러나 있는 글을 한 편 소개할까 한다.
(4) 우리 집 현관 앞 마당에는 붉은 모란나무가 세 그루 있다. 나무의 키가 내 가슴께에 이르는데, 그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현관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길을 늘 비좁게 한다. 여름철에 비가 올 때면 그 잎들은 물을 품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흩뿌리곤 해서, 나는 그 가지들을 끈으로 묶어 뒤쪽으로 잡아당겨 놓곤 한다. 몇 해 전에 이미 나이가 많은 것을 사다가 심어두었기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해마다 5월 초순쯤이면 벌어지곤 하는 진홍에 보랏빛이 섞인 모란 이삼십 송이씩을 볼 수 있다. 그 꽃송이들이 하루쯤의 시차를 두고 모두 벌어질때면 온 집안이 불을 밝힌 듯 훤해 진다. 그때마다 그 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웃음과 가슴 두근거리는 환희의 말들을 가볍게 내지르곤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식구들은 마당 가득히 모란이 피는 여름철이면 내내 넉넉해 지고 또 들뜨게 된다.
모란나무에 사슴뿔처럼 생긴 갈색 움이 트는 것은 4월 초순이다. 나는 이 때쯤이면 이미 5월에 피어날 꽃송이들의 수를 알아차린다. 모란의 살색 움은 처음부터 꽃송이의 모양새를 갖추고 나오므로, 이때부터 나는 날마다 그것들의 수를 헤아리며, 찬란한 5월의 대기 속에서 흐드러지게 벌어질 꽃송이들을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그 날을 기다린다. 그런데 지난 4월에 나는 모란나무가 틔운 음을 보고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갈색 움 속에서 솟아올라야 할 꽃송이 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세 그루의 나무 가운데 오직 하나의 가지만 꽃 모양새를 갖춘 움을 밀어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만에야 나는 '아차, 그렇구나' 하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나는 모란나무들이 너무 무성하여 귀찮다는 생각을 한 나머지, 지난해 늦은 가을 잎사귀들이 다 떨어졌을 때 모란나무 가지들의 가운데 부분을 모두 끊어 버렸던 것이다. 그래도 다음해에 나오는 새 움들은 별일 없이 꽃들을 만들어 내리라는 생각을 하며.
(5) 꽃 모양새를 갖춘 움을 밀어 올린 그 가지는 다른 가지들에 비해 길이가 짧은 까닭으로 유일하게 잘려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얼마나 미련한 사람인가, 모란나무가 늦가을에 잎을 떨어뜨리면서 다음해에 피울 꽃을 미리 준비해 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나는, 이 글을 쓴 사람은 (4)에서 모란나무의 가지를 자른 일화 하나를 그저 담담하게 말하고 난 뒤, (5)에서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주제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자기의 편의에 따라 자연의 순리를 무너뜨려 놓고는 자연에게서 거저 얻으려고만 하는 인간의 심리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한 주제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글쓴이는 여러 가지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249 | 국내 | 날개 - 이상 | 바람의종 | 11,223 | 2008.02.25 |
248 | 한국고전 | 조웅전 (1/4) | 바람의종 | 13,551 | 2009.10.02 |
247 | 한국고전 | 조웅전 (2/4) | 바람의종 | 18,224 | 2009.10.06 |
246 | 한국고전 | 조웅전 (3/4) | 바람의종 | 13,910 | 2009.10.07 |
245 | 한국고전 | 조웅전 (4/4) | 바람의종 | 14,245 | 2009.10.27 |
244 | 한국고전 | 토끼전 (1/3) | 바람의종 | 18,384 | 2009.10.28 |
243 | 한국고전 | 토끼전 (2/3) | 바람의종 | 16,106 | 2009.11.08 |
242 | 한국고전 | 토끼전 (3/3) | 바람의종 | 16,034 | 2009.11.29 |
241 | 한국고전 | 화사 | 바람의종 | 14,884 | 2009.12.01 |
240 | 한국고전 | 주생전 - 권필(1569~1612) | 바람의종 | 22,387 | 2009.12.14 |
239 | 한국고전 | 박씨전 (1/3) | 바람의종 | 15,402 | 2010.01.10 |
238 | 한국고전 | 박씨전 (2/3) | 바람의종 | 14,882 | 2010.01.19 |
237 | 한국고전 | 박씨전 (3/3) | 바람의종 | 14,242 | 2010.01.22 |
236 | 한국고전 | 최척전 - 조위한(1558~1649) | 바람의종 | 28,330 | 2010.01.26 |
235 | 한국고전 | 장끼전 (1/3) | 바람의종 | 11,255 | 2010.02.06 |
234 | 한국고전 | 장끼전 (2/3) | 바람의종 | 12,316 | 2010.02.08 |
233 | 한국고전 | 장끼전 (3/3) | 바람의종 | 13,394 | 2010.03.03 |
232 | 한국고전 | 이화전 | 바람의종 | 29,466 | 2010.03.04 |
231 | 한국고전 | 운영전 | 바람의종 | 20,214 | 2010.03.05 |
230 | 한국고전 | 임진록 (1/3) | 바람의종 | 16,343 | 2010.03.06 |
229 | 한국고전 | 임진록 (2/3) | 바람의종 | 11,842 | 2010.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