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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재정하기
글의 주제와 소재와 구성이 분명하게 결정되어야 글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 중에서도 소재 선택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재를 잘 선택해야만 주제가 제 모습으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소재가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하는지 알아보도록 할까? 옷을 만들 옷감을 고르기 위해 직접 시장으로 나가 보자는 말이다. 시장에는 옷감이 지천으로 놀려 있게 마련이다. 그 수많은 옷감들 중에서 요즘 유행하는 비닐 천, 살갗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편직물, 또 눈부시게 빛나는 반짝이, 이런 것들이 먼저 우리의 눈길을 잡아챌 것이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이런 현란한 소재의 옷들은 우선 보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학생의 신분인 여러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아무리 값나가고 화려한 옷이라 해도 내게 맞지 않는다면 입을 수가 없다(주제와 동떨어진 허홍된 소재). 그러면 모시나 마를 보도록 할까? 그것은 너무 뻣뻣해서 몸에 닿으면 거끌거끌하다. 또 명주올로 짠 비단은 몸의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그뿐아니라 여러분들이 입기에는 매우 고급스런 옷감이다. 이런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으면 거동하기가 아주 불편한 것이다. 먼지가 묻을까, 구김이 갈까 늘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다(자기도 잘 알지 못하는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소재). 뭐니뭐니 해도 여러분들이 입을만한 옷은 순수한 무명실로 곱게 짠 것이 좋다. 그래야지 입었을 때 땀 흡수가 잘 되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나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나의 분수에 맞는 것이 가장 훌륭한 옷 아닐까?(주제를 잘 드러낼수 있는, 자기가 잘 알고있는 소재) 그런데 시장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마땅한 옷감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적당한 것이 없으니, 내게 어울리지 않더라도 그 곳에 있는 것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와야 할까? 그래서는 안된다. 마땅한 것이 없다면 내가 손수 그 옷감을 짜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내가 뜻한대로의 옷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4. 자신의 마음을 잘 담아낸글
그러면, 이제 독자들이 보내 온 글들을 좀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에는 <불국사의 장엄함>과 <나에게로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이것은 모두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알맞은 소재를 고른다음 잘 짜여진 구성에 맞추어 차근차근 착실하게 써 나간 글들이다. 그래서 주제를 중간에 흘려버리지 않고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불국사의 장엄함>을 먼저 보도록 하자.
s에게
전에 나는 몇몇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경주에 있는 불국사를 갔었단다. 우리는 모두 7시 30분에 집결하여 버스를 타고 갔어. 푸른하늘과 넓은 벌판이 우리를 부르는 것 같았어. 오랜만에 나와서인지 공기도 맑고, 기분도 상쾌하고 머릿속이 깨끗해 지는 것 같았어. 그렇게 약 두 시간쯤 가니 깨끗한 경주시가 우리를 맞았어. 경주시를 조금 벗어나자 한적한 도로를 따라 갔지. 그리하여 우리는 불국사의 입구에 도착하였단다. 불국사라는 이름 그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장엄함, 그리고 웅장함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더 웅장하고 장엄해 보였어. 본관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두 탑이 버티고 있었어, 그게 바로 정교함을 자랑하는 석가탑과 다보탑이었어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면서 그 탑드를 다듬던 석공들의 망치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어, 책의 사진속에서 본 석가탑과 다보탑의 모습보다 더웃더 멋있었고, 그것을 볼때는 묘한 느낌이 느껴졌어. 나의 몸 속에 흐르고 있는 겨레의 끈끈한 얼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막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 같았어. 불국사 대웅전 앞에 섰을때 나와 친구들은 모두 부처의 은은한 시선에 눌려 엄숙해지는 것 같았어. 그렇게 불국사 경내를 다 둘러본 우리는 내일을 위하여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어. 돌아오는 버스에서 피곤했던지 친구들은 잠이 들기도 하고 밤의 풍경을 보는 이도 있었어. 그 때 마침 해가 저편 너머로 지고 있었어. 붉은 노을 속에서 나는 신라인의 즐거운 모습을 보았어. 불국사는 정말 살아있는 역사이자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인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너와 같이 가고만 싶다. 그럼 다음 편지를 기약하며 이만 줄인다. - S의 영원한 친구 동훈으로부터
이것은 편지글이다. 그런데 편지글은 자신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반면,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다시말해, 일반 서술문보다 덜 냉정하고 덜 명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일반 서술문으로 고쳐 보았다.
지난해 초가을에 나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경주에 있는 불국사에 갔었다. 우리는 7시30분에 버스 터미널에 집결하여 경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밖으로 내닫는 푸른 하늘과 넓은 벌판이 마치 우리를 향해 손짓이라도 하는 듯 했다.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어서 일까? 답답하던 기분도 상쾌해지고, 머릿속도 깨끗해 지는 것 같았다. 약 두시간쯤 달렸을 때, 경주시가 깨끗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였다. 버스는 경주시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얼마쯤 달리다가 불국사의 입구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불국사는 들어오던 이름 그대로 웅장했다. 돌로된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가자 두 개의 탑이 버티고 있었다. 그게 바로 정교함을 자랑하는 다보탑과 석가탑이었다. 석가탑과 다보탑을 바라보자 그 탑들을 다듬던 석공들의 망치소리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책속의 사진에서 본 석가탑과 다보탑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나의 가슴속에 묘한 느낌이 서렸다. 나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겨레의 얼이 꿈틀거린 것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피가 뜨겁게 끓어 오르는 것 같았다. 이윽고 우리는 대웅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처님의 자비롭고 은은한 시선 앞에서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몄다. 불국사의 경내를 다 둘러본 우리는 내일을 위하여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리는 고도 경주의 저녁 노을을 구경했다. 해가 지평선 저쪽으로 가라앉자 붉은 노을이 새빨간 단풍빛으로 타올랐다. 구름도 들판도, 친구들의 얼굴도 모두 붉게 물들었다. 그 속에서 나는 신라인의 아름답고 슬기로운 삶의 모습들을 보았다. 불국사는 정말 살아있는 역사이자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 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과 다시한번 오고 싶다.
이번에는<나에게로의 여행>을 보기로 하자. 이 글은 글의 구성이나 문장력이 아주 빼어나다.
5월의 둘째 주 일요일, 활짝 열린 창문으로 한낮의 햇살과 포근한 5월의 바람이 자꾸만 나를 부른다. 창문으로 살포시 들어온 5월의 바람이 자꾸만 나를 부른다. 창문으로 살포시 들어온 5월이 나에게 그녀에게로의 여행을 권한다. 5월은 정녕 모든 달 중에서 여왕이다. 밖에 좀처럼 나가기 싫어하는 내가 이토록 여행을 떠나고 싶은건 아마도 그녀의 여왕다운 매력 때문일 것이다. 시계를 본다. 벌써 정오이다. 나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한시간 후면 과외 선생님이 오신다. 나의 조그만 여행, 아니 산책 계획은 부서진 셈이다. 그래도 웬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저 밑에 키 작은 나무들이 서 있다. 바람은 나무의 푸르름과 생기를 그대로 나에게 속삭여 준다. 문득 어릴적 추억이 스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난 나무라고도 할 수 없는 조그만 꽃나무를 키웠었다. 키는 내 팔길이의 절반도 안 되었지만 그녀는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친구요 상담자였다. 그녀의 분홍빛 꽃을 난 매일 정성껏 닦아 주었고 행여 꺾일까봐 나 이외엔 아무도 못 만지게 했다. 학교에 갔다 와서 진딧물을 잡아주고 물 주는 것이 나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렇게도 소중했던 그녀는 동네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발길질로 무참히 꺾여 버렸다.
한동안 그녀를 부여잡고 울다가 묻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속삭였다. 비록 넌 꺾여버렸지만 난 널 언제까지라도 내 마음속에 심어 두겠노라고......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슬퍼했던 이유를 모르겠다. 꽃나무야 새로사면 되고 어차피 한해살이 식물인데...... 8년을 더 보내면서 어느새 나는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의 마음을 잃어버렸다. 사람이 자란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도 슬픈일인가 보다.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천진한 초등학생들의 얼굴은 나에게 또 다른 여행을 권했다. 초등학생들은 아마 일기장이 한 권일 것이다. 그들은 진정 그들의 담임 선생님을 믿는 탓에, 아직 이중적인 인격을 지닐 만큼 마음이 오염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의 진솔한 일기를 정성껏 써서 선생님께 보여드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엔 난 너무 많이 자라 버렸다. 마음이 오염된 탓에 선생님을 믿지 못해 학교 검사용 일기장과 나 혼자만의 일기장이 따로있다. 가끔 온갖 거짓으로 가특차서 도저히 일기장리라고도 할 수 없는 나의 학교검사용 일가장을 보면 슬퍼지기 일쑤다. 어느새 3시이다. 나는 나에게로의 여행에서 깨어나 부랴부랴 과외선생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오늘의 여행은 꼭 짜여진 시간표 속에 감추어 버린 어린 시절의 꿈들을 돌이켜 주었다. 오늘 나에게로의 여행은 정말 가치있는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가슴이 뭉클하지 않은가?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용이 진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에 있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자신의 은밀한 이야기를 선생님께 보여주고 싶지 않은(수줍어하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오염되었다고 표현한 대목이다. 이것은 지나친 자기비하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수줍음은 그만한 또래들만이 가지는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 아닐까? 뭐든지 감추려 하지 않고 다 까발려 버린다면 그 얼마나 데면데면하고 멋없어 보일까?
생각해 봅시다.
1. 글쓰기는 옷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글을 쓰든지 옷을 만들든지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완성해 내기 위해,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진행 순서를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일관성 있는 글을 써 내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를 밟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보자.
2. 글쓰기에 있어서 '소재'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좋은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소재가 필요한지 자세히 설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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