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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나만의 글쓰기 비법
제4교시 - 앞뒤가 일관성 있는 글을 써라
글쓰기는 옷만들기의 순서와 같다
1.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야기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건망증이 매우 심한 어떤 사람이 혼자서 밭을 매고 있었다. 그 사람은 땀도 싯힐 겸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 한번 기차게 파랗구나"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다시 밭을 매려고 보니, 조금 전까지 자신이 부지런히 밭을 매 왔던 호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사람은 벌떡 일어나서, "이놈의 호미가 어디로 갔나"하고 허둥거리며 온 밭을 다 둘러보았지만 그것은 도무지 눈에 띄지가 않았다. 호미에 발이 달린것도 아닌데 어디로 갔을까? 사실 호미는 바로 그 사람의 오른손에 처음부터 그대로 쥐어져 있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담뱃대를 오른손에 들고 길을 갈 때 였는데, 빨리 가려고 팔을 부지런히 휘젓다 보면 팔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팔이 뒤쪽으로 사라지면, "아이고 내 담뱃대 잃어버렸네"하고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팔이 앞으로 나타나면 "아하, 여기 있구나"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곤 하였다. 그러니 그 사람은 어디를 갈 때든 길을 걸을 때마다 수백번이나 간이 오그라 들었다 펴졌다 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하루는 몇가지 살것이 있어 장엘 가기로 하였다. 어물전에서 사돈네 제사에 쓸 농어와 광어 두 마리씩을 사고, 또 튼튼하고 예쁜 암송아지 한 마리를 사 오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건망증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송아지를 잃어 버리지 않도록 고삐를 단단히 쥐고 오라고 대문 밖까지 따라 나와서 단단히 일렀다. 그 사람이 장에 도착해 보니, 거리거리마다 갖가지 물건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그 사람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손으로 만져도 보고, 맛도 보면서 장 구경에 신바람이 났다.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서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내가 무얼 하러 장에 왔더라" 한참위에야, "아하, 돼지 한 마리를 사러 왔지": 하고 손뼉을 마주쳤다. 그래서 돼지 파는 데로 가 살찌고 퉁퉁한 놈으로 한 마리 골랐다. 돼지 모가지에다 고삐를 매어 질질 끌면서 집으로 가고 있던 그 사람이 산 중턱쯤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대변이 마려워 왔다. 아랫배가 콕콕 쑤시는 것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할 수 없이 돼지를 나무에 묶어 놓고 숲속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았다. 그리고 허리띠를 맨 다음 다시 길 쪽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인가 돼지 한 마리가 나무에 묶인 채 꿀꿀 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는 사방을 슬그머니 휘둘러보았다.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정신나간 사람이 돼지를 여기다 묶어놓고 그냥갔나?" 그는 흐흐흐하고 웃으며 집으로 가는 발길을 재촉했다. 어서 빨리 이 사실을 아내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돼지의 걸음이 너무 느린게 아닌가. 참을성 없는 그는 급한 마음에 돼지를 등에 업었다. 그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뛰어갔다. 물론 돼지는 등위에서 들컹거리는 괴로움을 견뎌내며 연방 꿀꿀거렸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람을 함부로 비웃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도 똑같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우리도 건망증이 심한 그 사람처럼 주제를 잊어버리고 옆길로 새는 경우가 많다. 송아지를 사러 갔다가 돼지를 사 가지고 온 것이나, 사돈에게 줄 생선을 잊어버리로 사지 못한 일은 바로 글의 주제를 잊어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마지막에 돼지를 등에 업고 뛴 것은 사람의 격에 맞지않는, 채신머리 없는 행동이다. 그렇게 되면 글의 품위가 떨어져 버린다.
2. 글쓰기는 옷 만들기와 같다
우리가 글을 쓸 때, 건망증이 심한 그 사람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글을 일관성 있게 써야한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글쓰기는 옷 만들기와 똑같다. 그렇다면 옷 만드는 일과 직접 비교해 보자.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흔히 옷감을 먼저고른다. 옷감에는 비단, 양복지, 가죽, 무명, 모시, 마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알맞는 옷감을 골랐다면, 다음에는 그 옷감을 가지고 어떤 옷을 만들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치마, 저고리, 두루마기, 청바지, 블라우스, 셔츠, 미니스커트, 내의...... 그 다음에는 옷을 어떠한 모양새로, 또 얼마만한 크기로 지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무래도 옷을 만드는 순서가 잘못된 성싶다. 옷 만들기를 제대로 하려면 옷감을 먼저 고를것이 아니라, 어떤 옷을 만들것인가부터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옷의 쓸모(주제)에 맞는 옷감도 고를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자.
첫째, 옷을 만들려면 먼저 누가 언제 어디서 입을 옷인가(주제)부터 결정해야 한다. 옷 입을 사람의 나이, 성별, 성격, 계절, 또 어떠한 경우에 입을 옷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즉 학교에 다니면서 입을 것인가, 파티에서 입을 것인가, 장례식장에서 입을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여름철에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블라우스 한 장을 만들어 보기로 하자. 그럼 이제 옷의 주제가 결정된 셈이다(글의 주제 결정). 둘째, 그 블라우스에 알맞는 옷감(소재)를 골라야 한다. 여름철이니까 모시나 마가 시원하기는 하겠지만, 살갗이 그대로 비친다는 점에서 학생의 옷차림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뭐니뭐니 해도 우리가 입을 만한 옷의 옷감으로는 소박하고 부담 없는 옥양목이 알맞다(글의 소재 결정) 셋째, 옷감을 골랐으면 이제 어떤 모양으로 할 것인지(구성)를 정해야 한다. 반팔로 할 것인가 긴 팔로 할 것인가. 칼라를 달 것인가 말 것인가. 주머니는 달 것인가, 말 것인가. 단추를 달 것인가, 말 것인가. 그리고 등에는 주름을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는 지금 여름철 옷을 만드려는 거니까 반팔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칼라는 없는쪽이 좀더 예쁘고 깜찍하게 보일 것 같다. 못선이 드러나도록 동그랗게 파면 좀더 시원해 보일 듯 싶고......, 주머니는 단정하게 왼쪽가슴위에 하나만 달기로 하자(구성하기) 넷째, 이번에는 옷감에다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물론 믿그림을 그리기 전에 필요한 부분들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어 두는 건 기본이다. 그럼 이제 밑그림에 따라 옷감을 마름질해 보자. 마름질이 끝나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도중에 목표(주제)를 잊어버리거나 계획(구성)이 바뀌지 않도록 새새하게 매모를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메모에 따라 옷을 만들어 나가야 처음에 구상한 데서 어긋나지 안는 옷이 완성될 수 있다.(글쓰기). 다섯째, 자, 이제 바느질이 끝났다. 그럼 옷 모양이 제대로 갖춰진 셈인가? 그런데 밖으로 입고 나가기에는 어쩐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마무리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머니도 달고 단추도 달고......, 그리고 처음에 계획한 대로 만들어 졌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뜻대로 만들어졌다면, 끝으로 옷 매무새를 매끈하게 하기 위한 다림질을 한다(글 다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