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정승 구 정승
이조 초기에 살인여마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단종의 비극을 연출하여 대망의 왕위에 오른 세조가 득의했을 때의 일이다. 자신의 집권을 위해 남다른 공로가 있는 신숙주와 구치관을 두고 이런 얘기가 있다. 신숙주는 영의정이요 구치관은 새로 우의정이 되어 정승 줄에 서게 됐는데 하루는 왕이 두 정승을 불러 놓고 좌석을 마련하여 한 잔하는 것이다.
"내 이제 부를 것이니 대답을 하라. 구 정승"
그래 구치관이 대답하였더니 그게 아니라 먼저부터 있던 정승인 신숙주를 부른 것이라고 벌주로 한 잔, 다음 "신 정승"하고 부르기에 둘 다 대답을 않았더니 어른이 부르는데 어째 대답을 않느냐고 둘 다 한 잔씩. 이것이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 종일 취토록 먹여서 내보냈다고 한다. 비록 피비린내 나는 변란을 겪은 뒤지만 군신간 화기 어린 정경이라 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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