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공사 삼일
자빠져서 침뱉기로 제가 벼슬하고 있는 조정을 드러내 놓고 욕할 수는 없다. 조령모개로 변덕 많은 정사를 비꼬되 민심이 이탈되어 망했다고 전 왕조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어느 때고 왕조가 바뀌면 전대에는 형편없었다고 과장하여 표현하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런 얘기가 있다. 어떤 관원이 공문을 기안하여 하인을 시켜 보내 놓고 이튿날 보니 변경하여야겠으므로 고쳐 써서 뒤미처 보내며 앞의 놈의 것을 회수하고 이것을 전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또 고쳐야 할 일이 생겨 사람을 보내되 이번엔 아예 쫓아가 둘 다 불러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직 출발하지도 않은 두 하인을 저희들 집에서 데리고 왔다.
"왜 아직 안 떠났느냐"고 힐책하니까 대답이 걸작이다. "언제든지 그러는데 무엇하러 애써 가다가 되돌아 옵니까?"
이조 중엽에 소재라는 호의 노수신이라는 문장 대가가 있었다. 판서들 중에서 발탁되어 우의정이 되었으니 정승이다. 그런데 하루 온 종일 있어도 한 가지도 헌책이라곤 하는 일이 없다. 재상 한 분이 독설을 부렸다.
"노정승의 침은 종기의 선약이라"
속담에 아침에 일어나 말 안한 침을 바르면 종기가 낫는대서 한 소리다. 그를 천거하였다는 율곡선생에게 어떻게 그렇게 무능한 분을 추천하였느냐고 따진 사람이 있었다. 그랬더니 대답이 또 묘하다.
"공연히 쓸 데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분보다는 나아"
그래 민요에도 있다.
"옛법 고치지 말고, 새법 내지 말라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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