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의 밤 줍기
'라 퐁떼느'의 '우화집' 제9권에 '원숭이와 고양이' 이야기가 있다. 어느 집에서 원숭이와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두 놈이다 못된 장난만을 일삼는다. 하루는 난로불에 밤을 굽는데 꾀 많는 원숭이가 고양이를 꾀어서 그 밤을 줍게 한다. 추켜 올리는 말에 넘어간 고양이가 얘를 써가며 재를 헤치고 밤을 꺼내자 기다리고 있던 원숭이는 꺼내는 족족 까먹어 버린다. 고양이는 화를 내지만 그때 식모가 돌아오는 바람에 둘 다 달아나 버린다. 즉 남이 추켜세우는 데 우쭐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 그 이익을 송두리째 남에게 빼앗기는 얼간이를 비꼬는 말.
우리는 흔히 이와 비슷한 뜻으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이 차지한다'는 말을 쓰는데 프랑스의 경우 고양이가 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만 '라 퐁떼느'는 한 나라의 왕이 추켜 올리는데 넘어가서 자기 나라의 위험을 무릅쓰고 남의 나라를 도왔다가 번번이 골탕먹는 것을 비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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