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상징세계 - 구미례
제3장
꽃
1. 꽃과 상징
1) 미와 영화의 상징
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따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아 온 자연물 주의 하나이다. 종류에 크게 구애됨이 없이 모든 꽃은 아름다운 색과 자태, 그윽한 향기로 인하여 그 존재의 신비스러움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고 윤택하게 만들어 왔다. 만원버스에 시달린 뒤 여유 없는 마음으로 바쁜 걸음을 걷는 출근길. 문득 한아름의 꽃을 안은 밝은 소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미소를 짓게 되는 여유를 느낄 것이다. 꽃에 대한 이러한 느낌과 정서는, 동.서양은 물론 고대 원시사회나 현대에 있어서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미에 대한 추구 본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온대지방에 사는 우리 민족은 긴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 꽃이 피는 즐거움을 크게 나누었으며, 평화를 사랑하고 풍류를 즐겨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의 꽃을 다투어 노래하였다. 따라서 꽃은 아름다움, 화려함, 번영, 영화로움 등의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아름다운 여자나 좋은 일, 영화로운 일에 비유하여 어여쁜 여자의 얼굴을 화용, 화한이라 하고, '꽃 같은 시절'이라 해서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시기를 일컫기도 한다. 또한 경사스럽고 번영한 일이 있을 때에는 '그 집안에 꽃이 피었다', '웃음꽃이 핀다'하였고 과거에 장원급제한 사람에게 어사화를 내려 영화로움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오랜 옛날부터 구애, 숭배, 존경, 친애의 표시, 위문, 축하의 마음 등을 전하고자 할때 가장 즐겨 꽃이 선택되었고, 장례행렬에도 상여를 꽃으로 장식하여 저승길의 안녕과 극락왕색을 빌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마다 그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를 두고 있으며, 교화, 사화 등 한 집단을 상징하는 역할에 꽃을 사용하여 그 품격과 운치를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꽃 재배에 관한 첫 기록으로,〈동사강목〉에 백제 진사왕 때인 390년 궁실에 연못을 파고 동산을 만들어 여러 종류의 꽃을 많이 심었다는 기록이 있으며,〈삼국사기〉에는 신라 문무왕 때 꽃을 심었다는 것을 기록하였다. 자연 속에 만발한 꽃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숭배하는 대상에게 바치거나 가까이 두고 보려는 마음에서 꽃을 꺽어 그릇에 꽂는 적극적인 행위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꽂꽂이'는 삼국시대부터 벽화나 문양 등에서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한편, 우리 선조들은 꽃에도 품계나 등수를 매겼는데, 이 때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꽃이 지닌 상징적 의미에 따라 품계가 결정되었다. 강희안은 뛰어난 운치나 절개를 의미하는 매화, 국화, 연꽃, 대나무를 1등으로 다루었다. 부귀를 의미하는 모란, 작약, 왜홍, 해류, 파초를 2등, 운치가 있는 치자, 동백, 사계화, 종려, 만년송을 3등, 역시 운치가 있는 화리, 소철, 서향화, 포도, 귤을 4등, 번화한 석류, 도화, 해당화, 장미, 수양버들을 5등, 역시 번화한 진달래, 살구, 백일홍, 감,오동을 6등, 그 이하는 각각 장점을 취하여 배, 정향, 목련, 앵도, 단풍을 7등, 무궁화, 석죽, 옥잠화, 봉선화, 두충을 8등, 해바라기, 전추라, 금전화, 석창포, 화양목을 9등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소나무, 대나무, 연꽃, 국화는 1품, 모란은 2품, 사계화, 월계, 왜철쭉, 영산홍, 진송, 석류, 벽오동은 3품, 작약, 서향화, 노송, 단풍, 수양버들, 동백은 4품, 치자, 해당화, 장미, 홍도, 벽도, 삼색도, 백두견, 파초, 전춘라, 금전화는 5품, 백일홍, 홍철쭉, 홍두견, 두충은 6품, 이화, 행화, 보장화, 정향, 목련은 7품, 촉규화, 산단화, 옥매, 출장화, 백유화는 8품, 옥잠화, 불등화, 연교화, 초국화, 석죽화, 앵속각, 계관화, 무궁화는 9품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꽃은 아름다움과 영화로움, 화려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자연물로서,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생활전반에 걸쳐 직접, 간접적으로 즐겨 애용되었다. 숭배, 존경, 사랑, 친애의 표시로 전달되는 매개물에서부터 각종 생활도구와 공예품 등에 길상을 나타내는 존재로 시문되었고, 미술, 음악, 문학작품 등에 가장 즐겨 등장하는 소재 중의 하나의 애용되었다. 이러한 예술작품에서는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 중 하나이면서도 이내 시들어 지고 마는 꽃의 속성이 인간의 삶, 특히 젊음과 비유되어 비장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즐겨 쓰이기도 한다.
2) 불교와 꽃
불교는 꽃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무소유, 무욕을 이상으로 삼는 승려들은 기운 옷에 일체의 사치를 금한 거처에서 생활을 한다. 그러나 법당, 불단, 탑, 석등 등 부처님의 세계를 묘사한 각종 건축물과 조각품은 더없이 화려하고 장엄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는 단순히 부처님에 대한 경배와 외경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세계, 법(진리)을 깨우친 불국정토의 영원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고 번뇌가 없는 상락아정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법당의 천장, 대들보, 불단 등에는 하늘을 나는 용과 극락조, 아름다움 연꽃과 길상을 상징하는 갖가지 꽃문양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의 종이나 불벽에는 연꽃방석에 않아 긴천의를 너울거리며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천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천상에서 비파와 장고를 연주하며 주악공양을 하는 비천도 있고, 꽃을 뿌리며 산화공양을 하는 비천도 있다. 이들은 모두 법희선열의 환희로운 세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석존께서 영취산에 있으면서 설법을 하던 어느 해 영산회상에서의 일이다. 법좌에 오른 석존은 말없이 대중을 둘러보신 후에 조용히 꽃 한송이를 들어보였다. 감로수와 같은 법문을 듣기 위해 갈망하고 있던 모든 대중은, 눈이 있으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나 듣지 못하는 것과 같이 어리둥절해 하며 연꽃을 든 석존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 때 대중 가운데 마하가섭만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석존은 여러 대중을 향해 가섭에게 법을 전수할 것을 알렸다. 가섭은 범위 눈을 떠 석존의 뜻을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꽃을 들어 대중을 바라보는 부처님의 뜻을 마음으로 통하여 미소한 가섭. 이에 따라 후세 사람들은 마음올 전하여 통하는 것을 '염화시중의 미소', '이심전심'이라 하여 즐겨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한편, 불교에서는 부처님께 향과 꽃을 올리는 향화공양이 일찍부터 이루어져 왔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단 주위에는 향로와 함께 꽃병이 놓여졌으며, 꽃병에 꽃을 꽂고, 향로에 향을 피워 불전에 바쳤던 것이다.
기록에 나타난 바로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병에 꽃을 꽂는 일, 즉 꽂꽂이에 관한 글을 처음 남긴 이는 신라의 명승 지장법사이다. 그는 13세 때 당나라에 가 지양현의 구화산 화성사에서 고행, 수도하였다. 그 때 데리고 있던 동자가 부모님을 뵈러 곁을 떠나자, 쓸쓸한 심정을 읊은 시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시내에 뜬 달은 볼 생각도 않고 병에는 꽃꽂이도 않는구나.
이로 미루어 보면 동자가 평소에 지장을 위해 차를 끓여 드리고 난 후 틈이 나면 꽃을 꺾어 병에 꽂아 스님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동자가 산 아래로 내려가자 빈 꽃병을 보며 쓸쓸함을 읊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삼국시대의 고분벽화와 막새기와 등에는 병이나 수반에 꽂힌 꽃그림이 나타나 있으며, 고구려의 안악 2호분 가운데 선녀비천상 벽화에는 수반에 연꽃을 꽂은 그림이 있다. 따라서 삼국시대에는 이미 향화공양이 이루어져 불가에서 꽂꽂이가 성행하였으며, 사찰의 각종 장식문양에 주된 소재로 꽃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꽃꽂이의 역사를 언급할 때도 불가에서 성행한 꽃공양이 점차 민가의 방안 장식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 보는 설이 지배적이다. 고려시대에는 석가탄신일을 음력 4월 8일이며 불상의 몸을 씻기는 행사인 관불회를 거행하였다. 이 때 여러 가지 꽃으로 꾸민 화정, 또는 화어당을 짓고, 그 안에 탄생불상을 모신 뒤 향탕이나 감차를 불상에 뿌렸다. 이는 석존 탄생시에 향수로 몸을 씻었다는 인연에 따라 큰 성인의 출세를 축하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화정을 본받아 고려의 귀족들은 집 안방에 작은 당을 마련, 석가상을 안치하고 꽃을 병에 꽂아 놓은 뒤 믿음의 무아경 속에서 삶을 영위하였다고 한다. 꽃 중에서도 불교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것으로는 연꽃을 들 수 있으며, 우담바라화는 3천 년 만에 한번 피는 꽃이라 하여 아주 희귀하고 어려운 완성에 비유, 불교설화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2. 연꽃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연꽃의 자태와 특성은 불교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며, 연꽃을 통하여 오묘한 불법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불교를 대표, 상징하는 꽃으로서의 연꽃을 살펴보기 전에, 연꽃의 일반적인 특성과 거기에 부여된 의미를 먼저 알아보기로 한다.
1) 연꽃의 일반적 특성
연꽃이 피는 장소는 못 속의 진흙과 흙탕물이다. 물과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물에 젖지 않고 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채 깨끗하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이 연꽃이다. 이러한 연꼿의 세속을 초월한 듯한 청아함과 고결한 모습으로 인해 유가에서는 연꽃을 일컬어 꽃 중의 군자, '화중군자'라 부른다. 중국 북송시대의 유학자 주돈이는 '애련설'에서 다음과 같이 연꽃을 노래하였다.
내가 오직 연을 사랑함에 진흙 속에서 났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이 소통하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가 없음이다.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으며 우뚝 깨끗이 서 있는 품은 멀리서 볼 것이요, 다붓하여 구경하지 않을 것이니, 그러므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한다.
또한 강희안이 꽃에 매긴 품계에서도 연꽃은 단연 1등 또는 1품으로서 그 뛰어남과 높은 품격을 나타내고 있다. 연꽃은 밤에는 꽃잎을 오무렸다가 아침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태양과 함께 피고 태양과 함께 지는 까닭에, 우리 민족은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태양숭배사상에 의해 연꽃을 소중하게 여겨 왔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해가 떠서 빛을 비추면 만물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며, 그 빛을 거두면 어둠 속에서 생명이 잠든다. 따라서 소박한 토속신앙은 태양과 관련된 연꽃 역시 재생을 상징하고 내세의 무량한 생명을 준다고 연상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추측이 가능하게 하는 예로써 고전소설 (심청전)을 들 수 있다. 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임당수에 몸을 던졌다가, 청이의 갸륵한 마음에 감복한 용왕님에 의해 환생하게 된다. 이 때 연꽃이 등장하여, 그 속에서 심청이 다시 살아나오게 되는 것이다. 연꽃이 재생과 부활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예로는 꽃상여의 장식으로 연꽃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꽃속에서 무량한 생명을 받아 좋은 세상에 태어나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잔치상을 장식하는 종이 연꽃도 태양의 불멸을 상징하여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고려사)에 의하면 음력 섣달 그믐날 밤 공중에서 잡귀를 쫓기 위한 나례가 베풀어졌다. 이 때 추는 춤의 내용을 보면, 학 모양으로 꾸민 두 젊은이가 춤을 추며 나와서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연꽃 봉우리를 활로 쏜다. 그러면 연꽃이 열리고 그 안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나와 서로 엇갈려 가며 춤을 춘다. 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학과 연꽃을 결부시켜, 새해를 앞두고 장수와 번영을 염원하기 위한 춤이라 할 수 있다. 연꽃은 도교에서도 매우 귀중하게 취급하는 꽃이다. 연꽃은 도교의 8선인중 한 사람인 하선고를 상징하고 있는데, 하선고는 열매가 달린 연꽃줄기를 들고 있는 도상으로 그려진다.
우리나라에서 연꽃에 대한 문헌상의 기록이 뚜렷하게 남아 있지는 않지만, 삼국시대의 고분벽화나 탑, 불화 등에서 연꽃이 장업의 주종을 이루었음을 역력히 찾아볼 수 있다. 불교의 건축물이나 공예품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생활도구와 관혼상제 등의 의식용구에 이르기까지 연꽃의 장식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불교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승화되어 불교를 생활화한 데서도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연꽃이 지닌 청아함과 영생, 장수를 상징하는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보통 식물은 꽃이 먼저 피고 진 후에 열매가 맺히는데,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장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민화에서는 화병에 커다란 연꽃을 꽂은 그림을 즐겨 그렸다. 이는 연꽃이 꽃과 열매가 동시에 성장하므로, 빠른 시일 내에 아들을 연이어 얻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또한 연밥에 촘촘히 박힌 씨앗이 다남을 상징한다는 뜻과 함께, 연꽃의 '연'자가 연이어서 태어난다는 연생의 '연'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이 점을 인용하여 연생귀자라는 뜻으로 새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연꽃은 꽃 중의 군자로서, 불교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과 아낌을 받아 왔음을 알 수 있다.
2) 불교의 상징
연꽃은 그 상징하는 바가 불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연꽃이 지니고 있는 불성을 꽃의 특성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진흙과 흙탕물 속에서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낸다. 연꽃은 혼탁한 환경에 몸을 담고 있지만 더럽혀지지 않고 자신의 청정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이는 세속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과 다생의 윤회 속인 혼탁한 세상에 처하였다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본래의 자성을 물들지 않고 늘 청정하다는 불교의 기본교리에 비유된다.
(2)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하여 개화하는 것이다. 다른 식물들은 꽃이 피어 성숙한 뒤 암수가 연결되어야 열매를 맺게 되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겨난다. 이는 모든 중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불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성불, 즉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기본 사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헛된 꽃, 헛된 존재는 있을 수가 없다. 또한 「법화경」에서는, 연꽃의 꽃은 수단을 위한 방편교를 나타내고 열매는 석가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신 본 뜻을 의미한다고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석존께서 권법을 설함은 실법의 방편을 설하고자 한 것으로 꽃이 열매를 위하여 피는 것과 같고, 또한 실법이 나타나면 실법 이외에 권법이 없고 모두 실이 되는데, 이는 열매가 성취되면 꽃이 떨어짐과 같다. 그런데 연꽃은 반드시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있으므로 일승(일체중생이 모두 성불한다는 견지에서 그 구제하는 교법이 하나뿐이며 절대 진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교법)의 인과가 동시에 됨을 나타내는 것이다.
(3) 아름다움에 고상함과 기품이 있다. 연꽃은 다른 꽃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수려함과 고결한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다. 이는 세속을 월한 깨달은 경지, 완성과 원만의 경지를 연상하게 한다. 따라서 아름다운 여인에 견주기보다는 세속을 초월한 선인, 원만의 경지에 이른 부처님이나 보살의 넉넉하고 청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연꽃은 불교의 깊은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부처님께 올리는 육공양물인 꽃, 향, 초, 탕, 과일, 차 중 꽃공양이 으뜸인데 그 중에서도 연꽃 공양을 제일로 치고 있다. 연꽃에 담겨진 여러 가지 의미를 대입하여 경전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으니, 이를 「묘법연화경」, 줄여서 「법화경」이라 한다. 불가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에는 연꽃의 '연'자를 넣어 만든 말이 많이 있다. 극락정토의 성중들이 연화지에 모여 법을 듣는 것을 '연화회'라 하였는데, 오늘날에는 일종의 법회의식을 그렇게 칭하기도 한다. 스님이 입는 가사를 '연화의'라 하고, 두 손의 열 손가락을 세워 손가락과 손바닥을 함께 합치는 최초의 합장행법을 '연화합장'이라 한다. 불가에서의 열 가지 즐거움, 즉 십락의 하나인 '연화초개락'은 연꽃에 싸여 극락세계에 왕생한 수행자가 그 연꽃이 처음 필 적에는 마치 소경이 처음으로 눈을 뜨는 것같이 기쁘기가 한량없음을 나타낸다. 이에 더하여 진리 그 자체를 뜻하는 법신의 세계를 '연화장세계'라 하였다. 곧, 향내나는 큰 바다 위의 연꽃 속에 갖추어진 세계라 하였으니, 꽃에 대한 이보다 더한 높임은 없을 것이다.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한 석가모니는,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어가자 떼어놓는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또한 흰 연꽃인 분다리는 부처님을 뜻하고, 푸른 연꽃은 우발라는 부처님의 눈, 붉은 연꽃인 파두마는 부처님의 손과 발을 나타내기도 한다. 연꽃의 봉우리는 청정을, 활짝 핀 꽃은 기쁨과 성불을, 연밥이 드러난, 지는 꽃은 진리를 상징한다. 이처럼 연꽃은 부처님의 세계, 극락의 세계를 나타낼 때 가장 적절한 상징물로 사용되고 있다. 활짝 핀 연꽃자리위에 부처님을 모시고 뒤에는 온갖 꽃으로 꾸며진 광배를 두르며, 양옆에는 꽃관을 쓴 아름다운 보살을 내세운다. 바로 한 무더기의 꽃으로 부처의 자리가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부처를 모신 집은 곧 화원이며 그 세계가 또한 꽃누리, 연화장세계인 것이다. 한 송이의 연꽃처럼 꾸며진 법당을 비롯하여, 사찰의 곳곳에는 연꽃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찰 불국사를 살펴보자. 절 앞에는 연못 구품연화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건너 연화, 칠보교를 오르면 바로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극락세계에 이르게 된다. 또한 부처님의 좌대, 석등의 상대석과 하대석은 연꽃 자체의 모양을 일어 있고, 종, 벽화, 단청, 문살에도 연꽃을 담고, 등을 만들어도 연등을 만들었으니, 연꽃은 가히 불교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연꽃은 우리 모두가 부처임을 나타내는 꽃이다. 모든 중생이 청정한 자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꽃이다. 불교의 대의를 함축하고 있는 꽃. 연꽃은 실로 부처님의 진의를 그대로 담고 있는 진리의 꽃, 법의 꽃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