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프로이트 - 김정일
1장 진료실에서 쓴 프로이트 심리학
강박증
강박증은 항문성 성격에서 많이 발달하며,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자꾸 씻게 되고, 문을 닫았는지 확인하게 되며, 자꾸 눈이 밑으로 가서 떨어진 무엇을 보게 되고, 떨쳐 버리려고 해도 떨쳐지지 않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 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강박증의 성격적 원인으로는 야심을 들 수 있다. 야심 많은 사람은 완벽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소한 생활에서도 완벅하지 않은 것을 못 견딘다. 누구에게나 조금씩 강박 증세가 있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신같이 완벽해지기를 바라는 본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때문에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와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강박증은 인간의 무분별한 야심에 경고를 주어, 주어진 것에 만족하게 하고 겸허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해지려고 하는 야심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강박증은 좋아지지 않을 테니까...
강박증은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양성적인 것이 있고, 그 정도가 심하여 일상 생활이나 직업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병적인 것도 있다. 양성적인 강박증은 인상적인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었을 때 그 기억이 두고두고 떠나지 않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심각하게 진행되는 강박 장애는 전체 신경증 솬자의 약 5%정도로 드문 편이고, 전체 인구에서의 유병률은 0.05%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 차이는 거의 없으며, 환자 중 50%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 사회경제적 수준과 지적 수준이 높을수록 발병률이 높다. 강박증이 나타나는 양상은 상당히 다양한데, 이를 구체적으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강박적 충동
자기 의지에 반해서 강박적으로 일어나는 행위 충동을 말한다. 가령 집안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는 충동이다. 이러한 강박적 충동은 흔히 불한을 수반하지만, 실행에 옮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2. 강박적 숙고
생명, 죽음, 그리고 우주와 같은 문제에 대한 추상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의문에 집착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비교적 하찮은 문제에 대한 강박적인 걱정도 이에 속한다. 인간은 왜 태어나는가, 지구의 기원과 종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죽음 후의 세계는 어떤 것인가, 또는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병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천장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등이 그 예이다. 강박적 숙고는 감정적 문제나 금지된 충동으로부터 도피하려고 하는 시도로서 흔히 해석되고 있다.
3. 강박적 의문
강박적 숙소, 의문, 그리고 불확실성 등이며, 이런 증세들은 생각의 성욕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4. 강박적 공상
딸이 겁탈당하는 장면이 되풀이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우와 같이 지속적인 상상 또는 백일몽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 속의 강간 장면을 보고, 자기 딸이 그렇게 강간당하지나 않을까 지속적으로 불안해 하며 자기 생활의 리듬을 잃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
5. 강박성 자위행위
쾌감 또는 충분한 성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습관적으로 또 강박적으로 하는 자위행위를 말한다. 긴장과 우울증을 해소시키기 위한 시도나 도착적 성충동을 회피하기 위해서, 또는 지나치게 수줍어하고 감정 표현을 잘 못해서 만족할 만한 인간 관계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만족의 대치 등과 같은 무의식적 목적을 총족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강박증은 정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강박증 환자들은 바로 그 뿌리 깊은 완전벽 때문에 강박증이 와전히 없어진 다음에야 사회에 복귀하려고 해서 치료하기가 더욱 힘들다. 강박증은 항상 더불어 가댜 하는 것으로, 아무리 괴로워도 공부하고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흩어지는데, 일단 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치료가 더욱 힘들다. 강박증이 좋아지려면 완전하려고 하기보다는 불완전한 가운데서 적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는 강박증에 대한 약물이 개발되어 효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K교수는 왜 아버지를 살해했을까? 아직 그 원인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입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돈 때문이라고 했다가 다음에는 가치관이나 갈등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입을 열면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가 밝혀지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궁금증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아버지를 살해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K교수 자신도 자기가 왜아버지를 살해했는지 몰라 적당한 이유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왜아버지를 살해했을까? 아무도 모르는 이 미스터리를 푸는 데는 오직 상상력만이 필요하다. 이미 고인이 된 분이나 상처받은 가족, 그리고 가장 심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그를 생각한다면 아무렇게나 상상한다는 것이 죄송하지만, 그의 행위는 이미 세상의 심판대에 올랐다.
그의 아버지는 월남한 실향민으로 자수성가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으고 태어났던 장남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아버지의 눈으로 볼 때는 너무 약하게만 보였던 것이다. 반면에 어머니는 약한 아들을 감싸고 돌았다. 아버지가 장남에게 불리한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그 유언장을 파기할 만큼 엄마가 감싸고 돌았다. 아버지에게 미움받는 자식을 엄마가 감싸고 도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과보호가 성장 과정에서 줄곧 반복되었다면 그는 마마보이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아버지에게 야단맞고 엄마 치마폭 속에 숨는 것이다. 마마보이의 특징은 세상에 약하다는 것이다. 아버지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은 가혹한 현실이고, 엄마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안전한 도피처이다. 아들이 밖에서 맞고 들어왔을 때 엄마는 자식의 눈물을 닦아 주며 우리 귀한 아들을 누가 때렸느냐고 그놈을 찾아 혼내 주겠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병신 같은 놈, 어디서 맞고 들어와 징징거리냐'고 아들을 혼내 준다. 험악한 세상을 아는 아버지로서는 아들이 그렇게 크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마마보이는 어머니의 치마폭에서 그럴싸한 포장된 아들로 성장한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겉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아들로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잘 알고 있다. 아들이 어느 정도의 그릇인지를...
세상에 약한 아들이 사업을 벌인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너는 사업에 맞지 않는다고 말렸고, 사업 빚이 있다고 돈을 요구했을 때는 뒷감당을 해주지 않았다. 세상이 얼마나 험악한지를 아는 아버지로서는 그런 아들을 밀어 주는 것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고, 결국은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마보이인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태도에 수긍하지 못한다. 자라면서 한 번도 자기를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와 경쟁해서 그를 이기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반대하는 사업도 벌였는데 여기서 주저앉는다는 것은 또다시 아버지에게 패배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냉혹한 현실은 나약한 그가 아버지를 이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의 온갖 승냥이, 하이에나, 늑대들은 그를 충동질해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아 오도록 부추긴다. 아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쓰디쓴 충고보다는 사기꾼들의 달콤한 말이 그에게는 더 위력을 발휘했다. 그 이면에는 자라면서 오랫동안 없신여김을 받아 왔던 아버지에 대한 잠재된 분노 또한 크게 작용했다. 그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던 것은 아버지가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아내 또한 무시했다는 것이다. 장인 사망했는데 아버지가 장례식장에 얼굴만 비치고 해외 여행을 떠나 버린 것이다. 아버지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마마보이인 아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가 있느냐, 장인의 장례식에...
아들에게 소중하고 귀한 것은 자기가 숨을 엄마 품을 상징하는 돈, 아내, 처가 같은 집단이었지만 홀로 자수성가한 아버지에게 그들은 그렇게 소중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나 홀로 섰는데 나 이상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한 번도 세상에 홀로 서보지 못한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내리쳤다. 아버지를 이길 수 있는 길은 결국 이것뿐이고, 이것으로 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해 주는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이기고 어머니를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이러한 심리를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는 비극적인 희랍 신화에서 따온 것이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3-7세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콤플렉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이라고 보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많다.
프로이트는 이 콤플렉스가 거세 공포와 점차적인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통해서 원만히 해결되지 못할 때 신경증의 근본이 된다고 주장했다. 즉 이 콤플렉스가 활짝 피지 못하고 도중에 꺾이게 되면, 그는 다시 퇴행해서 계집아이 같은 사내가 되어 청소년기에 주체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교수 또한 너무 강한 아버지 밑에서 주눅들고 커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미해결이 성격적인 문제이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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