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문화의 이해 - 공일주
2. 문화와 종교의 매개체
아랍어
예술적인 정확한 표현의 수단
아라비아 반도의 북서지역에서 발원한 아랍어는 무함마드가 속한 쿠라이시 부족의 여러 방언들 중의 하나이다. 이슬람 이전에 아랍어는 글로 표현되는 기회가 적었지만, 구비문학의 매개체로서, 특히 아랍시를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아랍인에게 널리 애송됐던 아랍시는 여러 부족들의 생활에 특별한 위치를 갖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에 연합하는 힘으로써, 그리고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작용했다. 아랍인들이 그들 스스로 하나의 민족임을 의식하게 된 것은 곧 아랍어로 된 그 시 때문이었다. 시는 그들에게 예술적, 지적, 그리고 영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또 이슬람 이전의 시인들은 리듬 있고, 강한 느낌을 전해 주는 시를 씀으로써 일반대중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 당시의 시인은 지도자요, 대변인이요, 찬미의 주인공, 평화의 인도자, 전쟁의 승리자 역할을 하는 등 모든 면에서 그 지도적 역할을 다 했다. 따라서, 그들의 영향력은 화살보다 빠르게 사막을 가로질러 아랍인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았고, 아랍인의 가치관에 즉각 반영되었다. 그들의 시는 아랍인의 이상적인 미덕, 즉 남성다움, 용맹, 관대함, 용기와 명예를 묘사하였고, 아주 잦은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별의 슬픔과 야영지를 떠나 황량한 야영지를 보며 회한에 잠기는 시는 더욱 아랍시를 돋보이게 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이슬람 이전의 시는 아랍인의 예술적인 표현을 마음껏 드러내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더구나 이 때의 시문학이 수세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중요성 또한 대단하여 무함마드 자신도 그의 초기 포교에 시인들로부터 풍자와 냉소를 받으면서도 시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처럼 시인들은 그들의 문화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언어의 표준과 성문화의 모델로서 아랍시는 쿠란 다음 가는 두 번째 중요성을 부여 받았다. 그것은 아랍시가 아주 정확하고 그 표현이 아름다웠기 대문이다. 시에 대한 예술적인 가치를 감상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이슬람 이전이나 이슬람 시대에서 완벽한 인간의 기본자질로 여겼다. 이는 한국에서 옛날 ‘신언서판’이 중요시되었던 것과 일맥상통한 이야기이다. 또한 아랍인의 팽창에 따른 아랍어와 쿠란 읽기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점차 아랍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느냐에 관심을 두었다. 그래서 이슬람 시대에 순화된 아랍어, 정확한 아랍어로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들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를테면 무함마드와 알 칼림 븐 아흐마드(786년 사망)이다. 신학자 하산 알 바스리(718년 사망)와 알 핫자즈는 적시적절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능력 때문에 그 명성이 높았다. 사실, 정확하고 올바른 언어구사가 그들의 목표였지만, 귀족과 일반대중에게는 이것이 결코 쉽거나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