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의 세계 - 저 : 해롤드 셔어먼
제5장 예감의 계시
3. 교통 사고로부터 구제받다
내가 뉴욕에 살고 있었을 때, 밖에 일을 보러 다닐 때에는 거의 택시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교통상태가 나빴기 때문에 언제나 사고가 일어날 염려가 있었다. 위기일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슬아슬했던 일도 몇 번 있었으므로 만에 하나라도 사고에 직면했을 경우에는 곧 충동적으로 적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암시로 마음에 명령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수개월 후에 일에 대한 회합에 나갈 약속이 되어 있어서 급히 그리로 갈 필요가 있었다.
"어이, 택시!" 하고 큰 소리로 택시를 불렀다. 나를 태운 택시는 124번통의 5번가에 가까이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차의 좌측에 앉아 있었는데 바로 그때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마음속으로 맹렬히 나를 몰아세웠다. 그래서 그대로 옮겨 앉은 찰라에 택시 운전사는 5번가 건너편으로 차를 돌진시켜 가로등을 박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한 대의 낡은 세단형 자동차와 충돌할 뻔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차는 무거운 연관을 가득 싣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자동차 문 옆에 있는 가죽 손잡이를 꽉 쥐고 가까워지는 충격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하고 싶은 충동에 강하게 사로잡혔다. 그런데 가죽 손잡이를 쥐자마자 마음의 소리가 '손잡이를 놓아라!'라고 명령했다. 그때부터 무엇인가 나의 내부에 있는 것이 인계를 받아 두 팔을 열십자로 끼고 얼굴과 머리에 대고 무릎을 굽혀 몸을 지키게 했다. 그렇게 한 순간 차의 한쪽이 세차게 부딪치고 택시는 공중으로 쳐 올랐다. 최초로 충돌하여 거리 저쪽에 서 있는 전주에 부딪쳤을 때, 나는 한 바퀴 돌아 미끄러짐과 동시에 등을 차의 지붕에 대고 십자모양으로 낀 팔을 통해서 바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택시는 옆으로 쾅하고 나뒹굴어 멈추고, 내 몸 위에 시이트 하나가 반쯤 얹혀져 산산이 부서진 유리조각을 뒤집어 쓴 채 나의 몸을 옆으로 눕히고 있었다.-오른쪽 팔꿈치의 탈구, 머리의 혹만으로 그쳤다. 택시 운전사는 충돌한다는 것을 알자, 핸들 밑으로 몸을 굽혀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쇄골이 부러져 있었다. 내가 차에서 끌어 내려졌을 때 살아 있을 뿐 아니라 택시에서 빠져 나오려고만 했다면 빠져 나올 수도 있는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나중에 보험회사 사원이 어째서 가죽 손잡이를 쥐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같은 개인기록에 의하면 손잡이를 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그 대신 공처럼 몸을 둥글게 했다고 하는 이외에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퍽 흥미있는 일입니다." 라고 보험회사 사람은 말했다. "적절한 조치를 본능적으로 하셨군요. 저희들은 기록을 보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손잡이를 쥐고 몸을 굳히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뇌진탕이나 골절, 그리고 중증의 내부 상해를 일으킨 분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택시의 손해는 그다지 심하지 않은데 손님이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택시 안에 가죽 손잡이가 없는데, 틀림없이 그것은 가죽 손잡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 워싱턴에 있는 육군 대령인 모스라는 친구가 수년 후에 뉴욕으로 여행중 손잡이에 매달려 있다가 택시 사고로 즉사했는데, 나만 혼자 살아 남은 것을 지금 와서 곰곰히 생각해본다. 이것이 사고를 당하여 우연히 올바른 조치를 취했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므로 또 한 가지 체험을 더 소개해 두기로 하겠다. 운전사가 애가 타서 공기의 흡입을 조절하는 장치인 초오크를 움직이자, 연기가 뭉게뭉게 나오면서 계속 달렸다. 엔진의 분해 소제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낡은 택시에 타도 이런 일은 좀처럼 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기관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하였으므로 곧 걱정이 되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소리가,
"이 택시에서 내리십시오, 빨리!"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운전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사 양반, 차를 보도 옆으로 대어 주십시오. 다른 택시를 타겠습니다." 이 말에 운전사는, "곧 상태가 좋아집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엔진은 소리를 내면서 열을 내고 있었다. "차를 세워 주시오!" 아주 절박해졌으므로 나는 강하게 말했다. 그는 차를 보도쪽으로 꺾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반대하고 있었다. 나는 차의 문을 급히 열고 뛰어 내렸다. 내린 순간에 택시는 폭발하여 불꽃에 싸였다. 운전사는 반대 쪽으로 무사히 뛰어 나왔고, 둘이서 차가 불꽃에 싸여 연소 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방차가 도착하자, "손님께서 차를 세우라고 하셔서 정말 살았습니다."
직관을 무시한다든가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을 직관이 알아차리게 하려고 하는 데도 인정하지 않는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 쓸모가 있었다는 증거가 수없이 많이 있으므로 나는 직관이 좀더 훌륭하게 실연하는 것을 응원하려고 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생 분야가 또 있다. 그것은 내가 행동시간을 일치시키는 능력이라고 부르고 있는 부류에 속하는 것이다. 당연한 때에 당연한 장소에 있으면서 당연한 일을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막대한 에너지를 매일같이 허비하고 있다. 이것은 어려운 주문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의 활동을 마음 속에서 준비하고 의식의 직관적 수준의 협력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일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실례를 들어 설명해 보고 싶다.
기이한 만남
꽤 오래 전의 일인데, 뉴욕에 일이 있어 여행했을 때 옛날에 훌륭했던 희가극의 주연 배우인 고 프레드 스토운의 외동딸 포오라 스토운과 연락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의 결혼 후의 이름을 잊어 버리고 말았다. 더구나 그 여자의 이름은 전화번호부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런던에 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도 뉴욕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밤 나는 다음 날 만나야 될 업무상의 약속을 애스터 호텔 방에서 검토하면서 2,3일 동안 그곳에 체재하고 있는 사이에 언젠가 포오라와 우연히 만나고 있는 장면을 마음에 그렸다. 체재 일정은 하루 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여자와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체재 마지막 날 정오에 나의 출판회사 프렌티스 홀의 편집 부원 크리스티씨가 약속된 오찬 시간에 조금 늦겠다고 전화를 걸어 왔다. 애스터 호텔 대식당의 예약을 해 두었었는데 크리스티씨는 1시간 반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러자 웨이터는 변명을 하면서 내가 예약한 테이블을 다른 사람에게 돌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도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좀 낮은 2층으로 되어 있는 칵테일 룸에 곧 이용할 수 있는 빈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으므로 보통은 칵테일 룸 같은 데에는 좀처럼 얼굴을 내미는 일이 없었다. 그러자 크리스티씨에게나 또 나에게나 시간이 귀중했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그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앉자마자 매혹적인 젊은 부인이 구석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부르더니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었다. "해롤드 셔어먼 씨!-당신은 뉴욕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마이켈 스토운-나에게 있어서는 포오라 스토운이었다. 포오라 스토운은 막 칵텔 룸에 도착한 참이었다. 마음에 그렸던 일이 실현된 것이다. 잠재의식의 수준에서, 그것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나 자신의 행동을 그 여자에게 맞추어 적절한 장소로, 적당한 시각에 가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일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조건이 있다. 크리스티씨가 오찬의 약속 시간을 그대로 지켰더라면 우리들은 대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포오라가 칵테일 룸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그곳을 나와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티씨가 1시간 이상이나 늦게 온 일이 예약한 대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하고, 포오라가 그때 있었던 장소에 들어가게 했던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의 세월을 통하여 몇 번이나 이 방법을 써서 자기의 행동시간을 그런 일에 일치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으로서는 만사가 적절한 때에 바라는대로 해결되려고 하고 있으며-대개는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4. 무엇이 나를 인도했는가?
이와 같이 시간을 일치시킨다고 하는 현상의 또 하나의 현저한 예가 헐리우드에서 일어났다. 당시 영 앤드 루비컴 광고 대리점의 기획부장 나트 울프에게 제출하고 싶었던 텔레비젼 쇼의 착상이 있었다. 그의 회사 본점은 뉴욕에 있었고, 15년쯤 전에 친밀한 사이가 되었는데, 그 후에는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3일간의 출장으로 헐리우드로 온다는 것을 업계 신문에서 알고, 도착하면 만날 약속을 하기 위해서 헐리우드에 있는 영 앤드 루비컴 회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비서의 말에 의하면, 제일 좋은 방법은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 대본을 읽고 또 거기에서 나에게 회답을 쓸 수 있도록 내가 쓴 대본을 그의 서류 가방속에 넣는 것이었다. 도착 예정일에 원고를 보내겠다고 비서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어쨌든 내 자신이 나프 울프와 직접 어딘가에서 만나고 있는 것을 마음 속에 그렸다. 그가 헐리우드에 와 있는 날에 영 앤드 루비컴 회사의 사무실로 나가는 정확한 시간에 대한 예감을 기다리면서 아파트의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후 3시 무렵이 될 때까지 이 몰아세우는 듯한 느낌은 마음 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 후 몰아세우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때 모든 것을 아 버린 채 그 주소로 급히 갔다. 여기서 기다려도 좋다면 다음 사람과의 약속 시간까지 나트 울프씨와 만나서 옛날을 잊지 않도록 악수라도 하고 싶습니다, 라고 부탁해 보았다. "정말 안됐습니다만, 지금 부장님은 약속에 30분 이상이나 늦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 7시에 출발하는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타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약속드린 일은 해드리겠습니다. 셔어먼씨, 대본을 부장님께서 갖고 돌아가시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비서가 말했다.
그래서 겨우 대본 꾸러미를 건네 주고 사의를 표한 후,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나는 나트를 만나는 일을 단념하지 않았다. 더구나 만난다고 하는 영상을 마음에 품은 채 놓지 않았다. 헐리우드와 바인 거리의 길 모퉁이까지 왔을 때, 잠시 발을 멈추고, "자 그러면 다음에는 무엇을 한다?" 하고 자신의 가슴에 물었다. "길을 건너 친구인 데이브 다이닝이 혼자서 경영하고 있는 이발소로 들어가서 시간을 빈둥빈둥 보내십시오." 라는 회답이 나왔다. 먼저 온 두 사람의 손님이 있었고, 한 사람은 막 의자에 앉은 참이었는데 지장이 없다면 기다리고 있어도 좋다고 데이브가 말했다. "암, 기다리지!" 라고 나는 대답하고 의자에 걸터 앉아서 잡지를 손에 들었다. 4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이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트울프의 일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부터의 지시를 기대해 보았으나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예감을 받을 때에는 꼭 믿고 받아 들여서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의심치 않고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머리를 깎을 필요는 별로 없었으나 그래도 의자에 앉았다.
"자 나가 보십시오." 라고 하는 강한 충동을 받았을 때, 데이브는 내 머리의 조발을 대충 끝내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데이브." 라고 말했다. "잊고 있었던 중요한 약속을 지금 생각해 냈네, 가 보지 않으면 안되겠어."
조금만 더 하면 끝난다고 했으나 '시간이 없으니까 안되겠네'하고는 돈을 치른 후 그 이발소를 급히 나왔다. 그러자 바인 거리에서 나프 울프와 딱 마주쳤다. 나트는 대리점의 지배인과 함께였으며, 공항으로 나가기 전에 급히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서류 가방을 든 채 브라운 더어비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지장이 없다면 같이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해 주었고,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담을 듣고 내가 초감각적 능력의 작용을 이처럼 신뢰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초감각력을 활동시키는 기본적인 방법은-설령 어떻게 쓰이든간에-언제든지 앞에서 말한 대로임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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