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의 세계 - 저 : 해롤드 셔어먼 / 역 : 안동민
제2장 마음의 신비의 탐구
1. 마음의 신비의 탐구
나는 마음의 힘에 대한 강연을 하거나 그 밖에 오찬을 같이 하는 모임에서 마음의 신비에 대해 질문을 받는 일이 자주 있다.
"만약 노상에서 차가 조그마한 고장이 생겼을 때 수리공장까지 가지않고도 고장을 고칠 수 있을 만큼 차의 내연 기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은 몇 분이나 계십니까?"
회원의 약 60% 정도는 손을 들고 자신의 기계에 대한 지식을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미끼를 준비하면 다음에는 함정을 설치한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또 한 가지 여쭈어 볼 마씀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선 각자 퍽 훌륭한 감수성을 부여받은 기구를 머리 속에 넣고 계십니다-즉 이것은 여러분 자신의 마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만-오늘날까지 만사를 성취하실 수 잇으셨던 것은 모두가 다 이 힘에 의존했던 셈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장래의 행복이나 성공도 똑같이 오로지 이 마음의 작용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의심할래야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자신의 마음은 어떤 모양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여러분 가운데서 누구든지 대답하실 수 있으신지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지금껏 손을 든 사람이 없었다. 어쨌든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을 때에 이번에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좀더 능률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루중 몇 분 정도는 여러분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이해를 깊게 해 가도록 하셔야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여러분의 마음이 현재의 여러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상태, 다른 사람과의 관계, 또는 그에 대한 여러분의 반응방법, 그리고 생명과 생활에서 참다운 가치가 되는 것 등을 근본적으로 결정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에는 언제나 주목해야 될 만한 것이 있다. 자기에 대한 그러한 지식을 얻고 싶다고 하는 생각이 확실히 전달되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서 확실히 나타내 보일 수 있는, 지식을 알기 쉽고 응용하기 쉬운 형태로는 손쉽게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원에 나무를 심는 법, 어린이를 기르는 법, 시어머니와 사이 좋게 지내는 법, 카드 놀이를 하는 방법 등 모든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한 지도서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마음을 작용시키는 기법은 어찌된 영문이지 시행착오식으로 혼자서만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초감각적 사실이 뜻밖에 나타날 때는, 언제나 사람들은 그러한 일을 우연 아니면 실제와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여기거나 혹은 그 현상을 기분 나쁜 것으로 생각하여, 경외하여 신비화 시키든가 그 어느 한 쪽이었다. 당신의 반응이 어떤 것이든 간에 특수한 능력이라든가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강한 감수성이 없으면, 이런 종류의 '초상적'사건은 대개 숨겨 두거나, 알아 주리라고 믿는 친구 혹은 친척에게만 이야기하게 된다. 또 이 능력의 취급방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의 작용을 설명하거나 초감각력을 의식적으로 제어하기도 하고, 지시도 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법을 소개하려고 시도한, 초감각적 지각 문제에 대해서 쓴 저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유용한 효능을 갖고 있는 면이 있는가 하면, 똑같이 그 함정까지도 명백하게 지적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중대한 책임이 뒤따르게 되는데, 명백한 잘못에 의해서 잘못 전달됨으로써,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여 정신이상자가 되어 진실된 현상을 포착할 수가 없게 되어 자기 기만이나 환각을 일으키는 일도 흔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초감각적 능력의 사용 방법에 대한 믿을 수 있는 기초적인 교육이 절실하게 요망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이 초감각력에 대해서는 우리들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많이 있다. 주의를 기울이면서 미지의 세계에 들어감에 따라 이 탐구가 그처럼 주의를 요하기도 하지만 매우 뜻깊은 결과를 약속해 준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쓴 방법이나 내가 얻은 체험은 당신에게 안전한 길잡이가 되리라고 믿는다. 나는 자신의 연구와 실지 연습으로 증명할 수 없었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서는 언제나 솔직하게 인정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제안하는 방법을 충실히 실행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좋다고 말했을 때에는 그런대로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반드시 여러분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청년의 몸으로 실험 연습을 시작했을 때 될 수 있는 대로 같은 또래 사람들과 같이 하려고 결심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그와 같은 실험법을 제안해 보아도 그 무렵의 나이 먹은 사람들은 거의 곧이듣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또 하나의 이유는 젊은 사람은 보통 마음이 맑고 새로운 사상을 잘 받아 들이며, 육체적 혹은 정신적 모험이라면 무슨 일이든 개의치 않고 기꺼이 해본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공동 실험자를 신중히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
2. 오전 2시의 기적
토마슨 허드슨의 저서에서 발췌한 것을 호우머라는 이름의 고등학교 친구에게 읽어 주고 전등가설 배선공에 대한 내 체험을 이야기했더니, 바로 나와 텔레파시 실험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잠을 자고 있어서 의식이 작용하지 않을 때에 염사를 보내는 편이 쉽다고 허드슨이 기술하고 있었으므로 호우머는 이렇게 제안했다.
"어느 날 밤에 내가 잠자고 있을 때 염사를 보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나를 깨우면 어떻겠나? 나는 잠들면 좀처럼 잠이 깨는 일이 없지."
나는 아주 손쉬운 이 실험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가 그 일을 예상하고 있으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염려스러워서 호우머에게는 곧 바로 실행에 옮길 마음은 없다고 말해 두었다. 만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 사이에 그 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호우머는 말했다. 그는 내 편에서 보았을 때 시내 반대쪽에 살고 있었으며, 학교는 같았으나 실험이 끝날 때까지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 이야기가 있은 후 3일째 되던 날 밤에, 보통이면 집에서 잠자고 있다고 호우머가 말한 시간에(밤 10시경) 나는 침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창 밖의 밤하늘을 바라 보기도 하고 2백 미터 전방에 있는 법원의 둥근 지붕에 달린 시계를 보기도 하면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는 호우머의 사진이 실려 있는 고등학교 연대기를 놓고 있었다. 마음 속에서와 똑같이 소리로도 내어 이야기를 걸어 봄으로써 호우머의 용모를 심안에 그리고, 그것을 상념 전달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착상이다. 두 눈을 꼭 감고도 그의 모습이 마음 속에 떠 오를 때까지 호우머의 사진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에게 주의를 집중한 후 될 수 있는대로 감정을 말에 담아서 이야기해 보았다.
"호우머군, 나는 해롤드일세. 새벽 2시 정각에 눈을 뜨고 거리의 시계가 2시를 알리는 순간에 나를 상기해 다오!"
15분 정도 이 말을 되풀이 하고 때로는 눈을 뜨고 창 너머로 거리의 시계를 노려보고, 바늘이 오전 2시를 가리키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그 후에는 눈을 감고 마음 속에 그린 지금의 모습을 기억했으며, 이번에는 호우머에게 의지의 힘을 담아서 보냈다. 그러자 어떤 에너지가 나 자신으로부터 사라녀 가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그것은 그 무엇에도 받아 들여지지 않은 듯한, 꽤 감정적으로 긴장되고 약간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호우머의 잠재 의식과 접촉했다가 바로 딱 거절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좀 더 강하게 하여 그에게 통신을 전달하려고 했다. 보내고 있었던 통신이 마침내 호우머의 마음에 발판을 발견한 듯 갑자기 기분이 아주 편안해졌다. 그래서 그 실험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어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인지를 바로 알았다.
"잘 있었나 호우머! 어때 잘 됐나?" 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정말 효과가 굉장한데!" 하면서 호우머는 흥분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 "몇 시에 깨우려고 했는가!" "거리의 시계가 꼭 2시를 알렸을 때야!" "바로 그것이다!" 라고 호우머는 외쳤다. "그러나 절대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해 주지 말아 주게! 완전히 잠이 깨어 버려 밤새 뜬눈이었네. 자네가 방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내 이마에 손을 댄 것 같았네. 꼭 그때에 거리의 시계가 2시 정각을 알리고 있었네. 무시무시하기도 했지. 일어나서 전등을 켰을 때까지는 자네가 내 곁에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응! 거기에는 무엇인가 뚜렷한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야!"
호우머가 이 실험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 현상에서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오후 11시 쯤에 호우머에게 정신을 집중했으니까 이쪽 상념을 틀림없이 그때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정한 시간에 호우머가 눈을 떴다고 한다면 '후기성 텔레파시'라고나 할까. 거리의 시계가 치고 있을 때에는 나도 자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잠재의식이 약속한 2시라고 하는 시간에 호우머를 깨운 것일까. 실제로 호우머의 몸에 손을 대고, 더구나 아마도 그의 방에 있다고 생각되는 어떤 에너지가 2시라고 하는 시각에 나의 몸으로부터 빠져 나갔단 말인가? 나는 그 무렵에는 유체이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혹은 그러한 사건을 의식적으로 조금도 자각하지 않고 육체를 떠나 그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생각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올바른 해석이 어떤 것이든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근래에는 꽤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나는 통신을 전달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보내는 쪽 사람의 영상을 마음 속에 그려 둔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정면을 향한 호우머의 사진을 응시하면서 나는 직접 그와 접촉하고 있었으며, 시간과 거리가 제거된 느낌이 되었다. 그의 눈을 들여다 보고 통신을 몇 번이나 되풀이 하고 있을 때 우리들 사이에 회로가 이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호우머가 깨어 있었다면 나의 상념을 잠재의식으로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의식이 무엇인가 다른것에 집중하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잘 되었을지는 의심스럽다.
배선공의 의식에서 '전등을 켜지 마셔요'라는 인상을 받았을 때 나의 전 신경은 불빛이라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그것을 받아 들이기 위한 조건은 이상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위에 배선공의 감정도 자극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송신을 성공하게 한 강력한 요소였다고 나는 그때 확신했다. 호우머와의 경우는 분명히 대지급이라는 느낌을 나에게 환기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이쪽 통신을 받으라고 하는 강한 희망을 송신하는 배후에 작용시키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결과로 용기를 얻었고, 마음으로부터 함께 실험을 하는 피실험자를 또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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