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문화의 이해 - 공일주
2. 인간의 신에 대한 관계
이슬람 신비주의
1. 영적 도달점의 단계변화
1)세속으로부터의 이탈
ㄱ. 회개:세속적인 생활을 단념하고 신에게 귀의하려는 결심 ㄴ. 금욕:회개가 인간에게 금지된 것을 끊는 것이라면 금욕은 인간에게 허용되는 것마저도 단념하는 것, 그리고 금욕은 신의 사랑을 위해 일체의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ㄷ. 가난:회개와 금욕을 실천한 자는 자신의 가난의 단계에 놓여 있음을 알고 세속의 부와 향락을 버리고 가난 속에서 완전성을 찾으려 힘쓴다. ㄹ. 인내:현세의 욕구를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인내의 과정을 거친다. 인내의 단계를 통해서 모든 격정이 사라지고 기쁨의 단계에 접어든다.
2) 마음 내부의 정화 세속적인 향락에 대한 물질적인 단념만으로는 안 되고 본격적인 싸움은 마음 자체의 정화가 마음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ㄱ. 명상:신이 인간을 바라보며 인간 또한 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감지하는 것이다. 신의 영광을 찬미하는 단계로서 인간은 신에 몰두하게 된다. ㄴ. 성찰: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의하여 성찰한다. ㄷ. 충실:일체의 세속적인 욕구를 끊고 신에게 복종함으로써 신을 찾는 단계이다. ㄹ. 진실:충실의 극치이며 말이나 행동, 결심, 그리고 신에게 향하는 자세가 진실되어야한다. ㅁ. 두려움과 소망:인간이 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경외심을 갖고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원하는 일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ㅂ. 전적인 신뢰:인간 자신을 신에게 전적으로 떠맡기는 것이다. 자신의 완전한 믿음을 신에게만 둔다. ㅅ. 기쁨:전적인 신뢰에서 발전한 것으로 어떠한 어려움이나 즐거움이 오더라도 자신에게 내려진 축복으로 알고 기쁘게 받아들인다. ㅇ. 감사:모든 고락에 대해 기뻐하고 그것을 내려 준 신에게 감사한다.
2. 영적상태의 단계변화
1) 사랑:신의 사랑은 모든 영적상태의 바탕이 된다. 완전한 사랑을 이룬 자는 모든 영적상태를 이룰 수 있다. 사랑은 상호교통이 되므로 수피는 신을 사랑하고 심은 수피를 사랑한다.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말은 인간을 자신의 곁에 두려는 것이다. 2) 그리움:마음 속에는 신의 지식을 더 많이 얻고자 또는 신에게 이르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3) 친밀과 근접:수피와 신과의 사이에 놓인 베일이 거두어지면서 가까워지는 단계이다. 4) 신과의 연결:구하는 자와 신과의 아무런 베일도 없는 최고돌의 영적상태이다. 5) 자아 소멸과 자아 연속:구하는 자의 마음이 신의 내부에서 완전히 소멸되는데, 이는 신 안에서 자아가 영속되는 단계로 가는 문이다. 이 밖에 압드 알라 알 안싸리가 쓴 ‘여행자들의 단계’에는 신비적인 체험에 이르는 단계가 더욱 논리정연하고 상세하게 쓰여 있다. 그는 신비주의의 길에 들어서는 방법으로 열 개의 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을 열 개의 장으로 세분했다. 다음은 그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쿠란의 인용을 통해서 정리해 본다.
처음. 1. 눈뜸(수라 34:45):내가 너희에게 한 가지 훈계를 주건대 너희는 알라 위에 서리라. 2. 귀의(수라 49:11):회개하지 않는 자들아 그대들은 죄악을 저지르는 자다. 3. 자기반성(수라 59:18):믿는 자여 알라를 경외하라. 각 영혼이 내일을 위해 나아가는 것을 생각하게 하라. 4. 회개(수라 39:55):네 알라께 의지하라. 5. 숙고(수라 16:46):우리는 너희에게 회상을 보냈다. 6. 기억(수라 40:13):그러나 회개하는 사람을 빼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7. 파지(수라 3:98):알라와 결속을 단단히 묶어라. 8. 도피(수라 51:50):그러므로 알라에게 도피하라. 9. 고행(수라 23:60):두려움이 가득찬 이들은 알라께로 돌아가느니라. 10. 경청(수라 8:23):알라가 그들로 하여금 듣게 하리라.
끝
91. 영지(수라 5:86):그들이 무함마드에게 보낸 것을 들을 때 그들이 인식한 진리 때문에 눈물이 넘쳐 흐르는 그들의 눈을 보리라. 92. 소멸(수라 55:26):지구 위에 사는 모든 것이 멸망하나 알라의 모습은 변치 않는다. 93. 영속(수라 20:75):알라는 더욱 좋으시고 늘 변함이 없다. 94. 검증(수라 2:262):왜 그대는 믿지 않는가? 95. 혼동(수라 6:9):그들 자신이 갈피를 못 잡는 일에서 혼동되리라. 96. 발견(수라 4:110):알라가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자애로우심을 발견하리라. 97. 박탈(수라 20:12):그대의 신발을 벗어라. 98. 고립(수라 24:25):그들은 알라가 진리임을 안다. 99. 일체(수라 8:17):그대가 던졌을 때 던진 자는 그대가 아니고 알라가 던졌다. 100. 합일(수라 3:16):알라는 신이 아니고 알라임을 입증해 준다.
이상과 같이 수피들은 신인합일을 이루기 위하여 인간의 열등한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하여야 했다. 그래서 자신의 요구를 억제하고 신의 속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신의 사랑, 그리고 신과의 합일, 영지(Gnosis)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며, 드디어 신비적인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탁월한 수피는 영적도정을 거쳐 무아경의 경지를 맛보지만, 일반 대중들은 집단적인 디크르를 통해 또는 교단의 가무나 격렬한 신체동작을 통해 무아경의 경지 속에서 도취감을 느낀다. 이슬람 신비주의자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을 꼽으라면 알 가잘리(Abu Hamid al-Ghazali, 1095년 사망)를 든다. 그는 이슬람 신학자 알 아쉬아리 이후 가장 위대한 아쉬아리 신학자이며 알 샤피이 이후 가장 위대한 샤피이 법학자로 간주된다. 그의 명성과 권력이 최고도에 달했을 때 그는 이슬람 신학에서 떠나 은거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종교에 대한 지적이고 율법중심의 접근방식에서 불만을 느끼고 철학자들 간의 궤변에 혐오감을 느껴 개인적인 체험을 추구하려고 방랑생활을 택했다. 종교문학의 가장 걸작으로 평가되는 그의 책 (오류로부터 해방)에서 그의 수피즘으로의 전향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그는 자기고행과 명상의 기간이 끝난 후 거침없는 펜으로 그 후 수피들에 의해서 구체화되었던 이슬람 신비주의의 완벽한 체제를 닦았다. 이러한 위대한 작업은 그의 책 (종교학의 부활) 속에서 완성되었다. 위의 두 작품은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쓰여 일반대중을 계몽하는 데 뜻을 두었다. 후에 이븐 알 파리드와 이븐 알 아라비의 범신론으로 향하는 길도 열어 놓았다. 그의 수피즘은 오늘날 수피교리의 주된 흐름이 되고 있다. 이 밖에 도취된 신비주의(Intoxicated mysticism)의 후라산 학파의 주역인 아부 야지드(Abu Yazid al-Bistami, 875년 사망)는 실제로 그가 알라와 합일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일곱번째 하늘로 승천한 예언자의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그는 영혼의 황홀감 같은 것을 경험했고, 다른 수피들이 추종하기를 갈망할 만한 선례를 남겼다. 또한 사색적인 신비주의(Speculative mysticism)의 바그다드 학파 창시자는 알 하리쓰 븐 아싸드 알 무하시는(al-Muhasibi, 837년 사망)는 781년에 바쓰라에서 태어나 어려서 수도 바그다드로 이사해 그 당시 번성한 학문 즉 하디스학에 완벽한 생도가 되었다.
수피사상에 호의적인 예언자의 말씀을 받아들이려 했던 알 무하시비는 보수적인 한발리 학파의 창시자 아흐마드 븐 한발(Ahmad b. Hanbal)의 노여움을 사 그의 고향으로 피신하려 했으나, 이내 곧 바그다드로 돌아와 제자들을 모았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책으로 ‘알 리아야 리 후꾸끄 알라(알라의 권리 준수)’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신비주의 학문의 기초가 되었고, 후대학자들의 한 모델이 되었다. 알 무하시비는 정통 법률가나 신학자들처럼 쿠란과 하디스를 자주 참조하면서 그의 논지를 뒷받침했다. 또 다른 책, ‘키탑 알 나사이흐(충고의 서)’에서 그는 이슬람에서 분리되어 온 70여 개의 종단을 적고 이들 종단마다의 구원방법에 관하여 논술하였고, 그 결과 구원받을 사람은 그가 속한 수피종단임을 밝혔다. 알 무하시비가 진짜 정통파는 수피들이라고 주장하자 자연히 정통파들은 수피들을 타도하려 했다. 그는 그 후에도 1세기 동안 신학과 신비주의 사이에 전체적인 조화의 문을 열어 주었다. 그는 그의 가장 가혹한 반대자인 하디스 학자들과 법률가들의 강력한 제휴를 이끌며 수피주의를 옹호했다. 알 무하시비의 알 주나이드(910년 사망)는 사변 신학자들과 싸우기도 했다. 종교 지식인의 중심적인 주제는 이슬람의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교리인 ‘신의 유일성’이었다. 그의 이론은 수피들에 의해 권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당시 매우 엄격했던 한발리 학파의 이븐 타이미야에게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의 논지는 신비주의자는 인간 자신의 노력에 보답하는 알라의 은총에 의해 그의 인간적인 속성으로부터 멀리 떠나 궁극적으로는 자아 소멸(fana)의 영적상태에 이르고 알라와 합일(baqa)되어 살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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