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와 문명
아랍문화
아랍문화를 이른바 사라센 문화라고 한다. 사라센(sarasen)이란 말은 그리스어로 아랍인을 지칭하는 말인데, 처음에는 시리아 근처의 아랍인을 가리키던 말이었으며, 중세 이후에는 무슬림을 총칭하는 말이 되었다. 아랍·이슬람 제국이 중 근동에 번영하는 기간에, 일반적으로 사라센 문화는 아랍인이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서 가져온 기성품도 아니고, 정복을 완수한 후 개종한 여러 인종, 즉 아랍족, 페르시아족, 이집트족, 시리아족 등의 순수한 무슬림의 문화만도 아니였다. 그것은 수많은 기독교도, 유대교도 및 배화교도 등도 이 문화를 창조하는 데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랍문화는 아랍어로 표현이 되었고, 이슬람의 인생관과 세계관으로 장식되었다. 이 문화의 알맹이는 곧 언어와 신앙의 두 가지였다. 이 둘은 아랍인이 그들의 영역 내에서 발전시킨 새롭고 창조적인 문화의 요소들이다. 아랍인이 만든 진정한 기적은 군사적인 정복보다 오히려 정복된 지역을 아랍화하거나 이슬람화한 데 있다. 11세기까지 아랍어는 페르시아에서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세 페르시아어, 콥트어(Coptic), 아랍어, 그리스어 및 라틴어 등과 같은 절대적인 문화언어의 위치를 흔들어 놓고 문화를 대표로 하는 수단으로 발전한 것이다. 아랍어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정복자로서의 아랍인과 아랍화된 피정복자의 구별은 점차 그 중요성이 시들어지고, 아랍어로 말하고 이슬람을 믿는 자는 모두 하나의 공동체, 즉 움마(Umma)에 속하는 동료로 느꼈다. 그리하여 아랍이라는 단어 자체가 본래의 유목민의 뜻으로 통용되기도 하였다. 예언자 무함마드를 시발점으로 아라비아 반도에서 생성하여 중근동지역으로 발전한 이슬람은, 단순한 믿음과 의식체계 이상이다. 또한, 그것은 국가, 사회, 법률, 사상 및 예술의 체계이기도 하다. 즉, 종교가 모든 것을 집결시키는 핵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문화이다. 예언자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함에 따라, 이슬람은 곧 신에 대한 절대순종은 물로, 구체적으로는 메디나와 예언자의 종주권을, 후에는 제국과 칼리파에 대한 종주권을 뜻하였다.
이슬람은 초기에는 아랍인의 신앙이었으나, 후에는 제국의 일등국민의 신앙과 동일시되었다. 이슬람의 율법을 샤리아(Shariah)라고 하며, 이것은 쿠란(Quran)과 무함마드이 전승(Hadith)에서 법학자들이 발전시킨 율법인 것이다. 샤리아는 사회 공동체의 표준이 되는 법전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가 다같이 추구해야 하는 이상이며, 또 행위의 표본이 되었다. 법은 신의 계시를 통해서만 나올 수 있으므로, 이슬람은 인간 누구에게도 이 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습법, 민법 및 통치자의 의지 등은 법학자들이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인정한다. 신이 주었다는 샤리아는 믿음과 의식뿐만이 아니고, 헌법과 국제법 등의 공법과 협법과 민법 등의 사법에서 인간생활의 모든 면을 통괄한다. 그렇지만 샤리아의 이상은 헌법적인 측면에서 그 특색이 더욱 분명하다. 아랍인이 지상에 가져온 언어와 신앙도 초창기부터 외부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었다. 이슬람 이전의 시나 쿠란 속에도 외래어가 들어 있었으며, 특히 정복의 시기 동안에 많은 외래어가 들어왔다. 행정용어는 페르시아어와 그리스어에서, 신학과 종교용어는 히브리어와 시리얀어에서, 그리고 과학과 철학용어는 아랍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슬람 사회는 맹아기부터 그 자체 내에 기원이 다른 여러 요소, 즉 기독교, 유대교, 배화교의 예언서를 비롯하여 이들 종교의 법통, 말세론 및 신비주의적 사상, 그리고 페르시아의 사산조와 비잔틴 제국의 행정적인 관례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발전·승화시켜 나갔다. 아마도 중요한 요소는 헬레니즘의 영향이다. 특히 과학, 철학, 예술 등과 건축양식, 그리고 어느 정도 문학 부문에서의 영향은 매우 컸다. 또, 문화의 영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아랍문화는 그리스 문화의 유산을 이어받는 그리스 정교세계, 로마 카톨릭 세계와 더불어 그리스 문화의 계승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아랍문화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기원이 다른 다양한 요소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아랍문화는 여러 문화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병합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독창적인 새로운 세계관의 용광로에 집어 넣어 융화시켜 아랍적인 형태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무슬림이 그리스의 문화적 유산을 받아들였기 때문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학문이 대두하였고, 이슬람의 사상과 경쟁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쟁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이 두 학문에 종사하는 무슬림들은 다양하고 풍요한 문화를 창조하게 되었으며, 이 문화의 열매는 세계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종교에 의하여 규범화된 아랍사회는 이슬람의 제원리에 어긋나는 가치체계를 거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합치된다고 생각되는 원리만을 받아들여 경험과 관찰을 통하여 다듬어 갔다. 아랍문화의 본질을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시간상으로 보면 현재와는 천 년 이상의 간격이 있으며, 지리적으로 보아도 한극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지역이고, 또 문화적 교류도 거의 없는 지역이어서 그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당시에 나온 문헌도 소수 특권층으로부터 나왔고,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여러 인종으로 형성된 일반 평민의 소리는 거의 들을 수조차 없기 때문에 그 상황의 올바른 이해는 더욱 힘들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아랍 문화의 전형적인 면만을 살펴볼 수 밖에 없다. 풍요로운 페르시아 문화를 융합시켜 오늘의 아랍문화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리하여 무슬림은 우위의표시로서 비무슬림에게 일정한 사호적 및 법적인 차등책을 실시하였으며, 또 그들이 신분을 잊어버린 듯이 보이면 유효 적절한 수단으로 그들의 신분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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