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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화의 이해
지은이: 공일주(이슬람연구소 책임연구원)
출판사: 대한교과서
머리말
우리가 한글 문화권에 살면서 우리 자신의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와 다른 문화, 즉 아랍 문화권을 비롯한 타문화권을 이해
하고, 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아랍격
언에 ‘우리가 아는 지식은 바닷가의 조약돌과 같다. ’는 말이 있다. 이처럼 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필자는 이 책에서 아랍인을 이해하고, 아랍과 이슬람 문화
를 알고자 하여, 아랍인은 무엇을 생각하는가(가치관), 무엇이 사실인가(세계관),
그리고 아랍인은 어떻게 행동하는가(행위)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10시에 누굴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고 하자. 요즈음은 코리언
타임이 없어져서(필자에게 그렇게 느껴짐) 약속장소에 5분전후로 상대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며 나간다. 그런데 10여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면 대개 조금
은 기다려 준다. 한 20여 분쯤 지나서 오면 으레 우리는 ‘미안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40분이 넘어가면 기다림에 지쳐 그냥 가 버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상대방으로서는 큰 실례를 한 셈이다. 그러면 아랍인은 어떨까? 만
약 10시로 약속을 했다면 아랍인은 당연히 손님이 40분 또는 한 시간 정도 기다
릴 거라고 생각한다. 마치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만나려면 기다려야 한다는 태도
로 태연자약하게 나타나기 일쑤다.
이런 경우 한국인은 아랍인이 시간관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단정짓는다. 그
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인과 아랍인이 만나면 한국인은 악수할 수
있는 거리만큼 다가간다. 그런데 아랍인은 포옹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선다.
또, 한국인이 이렇게 멀찍거니 계속 서 있으면 아랍인은 한국인이 차갑다고 말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인은 아랍인이 과묵하고 말이 없을 때 오히려 그가
차갑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이 곧 타문화권 사람들 간의 오해라고 생각한다.
오해는 타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우리 자신의 문화적 가정하에서 아
랍인들의 행동을 판단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것은 우리 문화 중심주의에 사로잡
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랍인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면서 비위생적이
라고 흉본다면 아랍인은 ‘우리는 손을 매우 깨끗하게 씻어요. 그렇지만 여러분
처럼 다름 사람의 입에는 들락거리지 않아요’ 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사실 그
렇다. 우리가 쓰는 숟가락은, 만일 음식점에서 쓰는 것이라면 하루에도 수백 명
의 사람들이 쓰는데, 이런 경우 그 숟가락은 정말 깨끗한가?
아랍인들이 서구를 싫어하는 것은 종교가 달라서라기보다는 성적타락, 동성연
애, 그리고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흘러나오는 낯 뜨거운 TV 장면을 포함한 서
구문화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기준으
로 아랍인을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제반사항에 유념하
면서 가능한 한 편견 없이 객관성 있게 이 책을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즉, 다른
문화권에서 행해지는 것들이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간주한다면, 왜 아랍인은 그
렇게 행동해야만 하는지 이해하려고 했다.
세계는 이미 이웃이 된지 오래다. 중동을 생각할 때 늘 종교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던 시야를 이 책에서는 그 곳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살아가는
지 초점을 모았다. 종교보다 사람을, 그리고 그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인
가를 살펴보았으며, 또 이 책에서는 아랍인을 마땅히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아랍인의 생각과 그들의 생활이 사실은 이렇더라는 필자의 소견도 들어 있다.
필자가 수단유학에서 돌아와 대학강단에 선 지 꼭 7년만에 모처럼 외출을 했
다. 1995년 7월 이라크 정부의 초청으로 40여 일 동안 이라크는 물론 쿠웨이트,
시리아, 요르단, 그리고 이스라엘을 다녀왔는데, 평소 아랍어와 이슬람 문화를
가르치면서 이 지역에 대한 현지 답사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던 차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라비아 반도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가 있고 세계 2대 종교(기독교,
이슬람교)가 태동한 지역이다. 또, 오늘날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지역이며, ‘세
계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민족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따
라서, 이라크와 쿠웨이트, 이란과 이라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이해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아랍문화를 이루어 가는 주체인 아랍인의 정신구조
를 많이 다루었다. 문화가 몸이라면 이슬람교는 그 몸의 신경과 같으므로 당연
히 이슬람의 교리와 생활양식도 포함시켰다.
필자가 아랍어와 이슬람을 공부한 지 16년이 지난 오늘 이제껏 배운것들을 조
심스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첫번째 작업은 인체의 소리내는 곳을 중
심으로 나 자신이 배우는 지식을 ‘아랍어 음성학’이라는 책으로 펴냈고, 두번
째 작업은 아랍어를 배우고자 하는 후학들을 위하여 ‘기초문법’을 다루었으
며, 그리고 세번째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문화를 통해 또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고자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한국외대, 부산외대, 명지대에서, 그리고 이슬람연구소
에서 강의한 것을 모은 것으로, 필자에게 아랍문화를 가르쳐 주신 한국외대 김
정위 교수와 김용선 교수, 이 분야의 공부를 격려해주신 명지대 최영길 교수와
부산외대 전완경 교수, 이슬람연구소 이사장 전재옥 교수, 그리고 이 모든 분들
에게 감동을 주셔서 나를 쓰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임을 다시 한번 되뇌이면서 오로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를 믿으시고 지켜봐 주신 아버님과 은끈한 정으로 보이지 않게 격려
를 보내 주시는 두 형님(장호, 동주)과 동생들(양님, 월주, 기주, 화선, 길주, 규
선, 성주)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그간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를 가지고 기도해
준 아내와 아침기도 때마다 아빠 엄마의 건강을 예쁜 목소리로 기도해 준 아들
우람이와 딸 하은이에게도 평소에 다하지 못한 아빠의 사랑을 보낸다. 끝으로
이 책의 출판을 허락해 주신 대한교과서 주식회사 이승구 사장님과 도서개발기
획부 편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
1996년 1월 1일
“여기에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를”
다락방에서 공일주
차례
머리말
1. 문화와 언어
1. 문화와 문명
2. 문화와 종교의 매개체
3. 언어의 이중구조
2. 이슬람의 생활 양식
1. 신의 인간에 대한 관계
메시지로서의 쿠란
2. 인간의 신에 대한 관계
알라
여섯가지 믿음
선과 악
이슬람 신비주의
3. 인간과 인간
아랍인의 기질
아랍인, 이슬람, 그리고 중동
4. 인간과 자연
자연숭배
3. 아랍인의 이상과 현실
1. 베드윈의 이상과 미덕
2. 민속 이슬람
4. 아랍의 가정과 사회
1. 가족구조와 일부 다처제
2. 혼인과 이혼
3. 이슬람의 예절
5. 아랍의 예술과 과학
1. 장식미술
2. 음악
3. 과학
4. 교육
5. 문학
부록
용어해설
아랍과 이슬람 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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