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하) - 편저자 : 강효석, 역자:권영대, 이정섭, 조명근
1. 예론이 당쟁으로
꿈을 통해서 전생의 인연을 만난 평안 감사 유심
유심(1608~1667)의 본관은 전주이고 자는 정보, 호는 도계다. 전창위 유정량의 아들이다. 6세 때 계축옥사로 가산이 적몰되고 귀양지로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가 있다가 인조 반정으로 풀려났다. 나이 13세에 유수증에게 글을 배웠는데 스승으로 '유씨가 훌륭한 자식을 두었다'는 칭찬을 들었다. 1635년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하고 승문원 사관을 거쳐 참판에 오르고 전창위에 습봉되었다. 유심은 어릴 적부터 자주 꾸는 이상한 꿈이 하나 있었다. 어느 동네 골목에서 제사를 지내는 장면이 나오고 또 웬 부부가 슬피 곡하는 그런 꿈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꿈이 만년에 가서는 조금 바뀌어 곡하는 사람이 부부에서 노파 한 사람으로 바뀐 점이다. 유심이 평안 감사로 나갔을 때다. 그 날도 유심은 그 꿈을 꾸었는데 꿈을 깨고 난 다음에도 그 노파의 곡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남아 있었다. 유심은 사람을 시켜 꿈속에서 본 그곳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찾아보게 하였다. 유심의 명으로 다녀온 사람은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자세히 일러주신 대로 가서 찾아보았더니 어떤 노파 한 사람이 그 때까지도 울고 있었습니다. 우는 사연을 물은즉 노파의 이야기는 대개 이러하였습니다. 그 노파에게는 열 살 멱은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기가 남다르고 글공부를 부지런히 하였답니다. 언제인가 감사께서 이곳에 부임하는 것을 본 그 아이는 부모에게 자기도 글공부를 많이 하면 감사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너는 출신이 미천하기 때문에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결코 감사가 될 수 없다고 알려 주자, 그날부터 그 아이는 밥을 먹지 않고 굶으면서 그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겠다고 말만 하다가 끝내 굶어서 죽었답니다. 그 충격으로 남편마저 죽고 외롭게 홀로 남았으며 오늘 저녁이 바로 그 아이의 제사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감사는 직접 그곳으로 가서 보고 그 장면들이 그 동안 자기가 오랫동안 꿈속에서 보아 오던 장면들과 어쩌면 그렇게 일치할 수 있는지 우선 놀랐다. 죽은 아이의 생년월일을 따져보니 자신의 생년월일과 똑같았다. 그 뒤 유심은 평안 감사직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심의 전생 인연이 바로 그 아이의 일생이고 그 아이의 소원이 바로 유심의 생애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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