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4. 사림파의 수난
시문을 지어 소도둑을 석방하게 한 옥봉
옥봉 이씨는 첨지중추부사 조원의 첩이다(조원은 본관이 임천인데진사시에 합격하고 문과에 급제하여 승지를 지냈으며 호는 운강이다). 어느 시골 마을의 아낙네가 그의 남편이 억울하게 소를 훔친 혐의로 구속되어 있었으므로 관아에다 탄원서를 올리는데 옥봉 이씨가 그 탄원서의 끝에다 이렇게 써 주었다.
"첩 자신이 베를 짜는 직녀가 아닌데 낭군이 어찌 소를 몰고 가는 견우이겠습니까"
고을의 수령이 그 글을 보고서 기이하게 여기고 마침내 석방시켜 주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이 여강으로 떠나는 것을 전송하는 시를 지었다.
신륵사 앞엔 안개낀 물결 일렁이고 청심루 가에는 눈 속의 달 밝구려
또 어떤 사람이 찾아준 데 대하여 고맙게 여긴 시를 읊었다.
음수는 음률을 좋아하던 탁문군의 집이고 청산은 시 잘하던 사조의 움막이네 뜰에 빗속의 나막신 흔적 남았는데 문에는 눈 가운데 나귀가 왔구려
음수는 바로 그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또 노산군 묘에도 시를 지었다.
닷새는 서울에서 사흘은 영월에서 애처로운 노랫소리 노릉 위 구름 속으로 잦아드네 첩의 몸 또한 왕손의 딸이라 이곳의 두견새 울음 차마 듣지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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