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4. 사림파의 수난
귀신 같은 점을 치고도 오해받아 사형 당한 점쟁이 홍계관
장님 홍계관은 귀신처럼 점을 잘 친다고 이름이 알려졌다. 하루는 자신의 수명을 계산해 보니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에 반드시 비명으로 죽을 운명에 놓여 있었다. 곧 죽게 된 가운데서 살아남기를 구하는 점괘를 뽑아 풀어 보니, 임금이 앉아 있는 용상 아래 숨어 있으면 모면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그 사실을 임금에게 아뢰었더니 임금이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였다. 그날을 당하여 용상 아래 숨어서 엎드려 있었는데, 그때 마침 쥐 한 마리가 난간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임금이 홍계관에게 말했다.
"쥐가 이곳을 지나갔는데 몇 마리인지 네가 시험삼아 맞추어 보아라" "세 마리입니다"
임금이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노여워하여 즉시 형관에게 압송하여 참형에 처하도록 명하였다. 그 당시 죄인을 사형시키는 장소가 당고개 남쪽 강변의 백사장에 있었다. 홍계관이 사형장에 이르러 다시 한 괘를 뽑아 보고 사형 집행관에게 간곡히 사정하였다.
"한 끼의 음식을 먹을 만한 시간만 집행을 지연시켜 주면 살아날 길이 있습니다" 형관이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였다.
한편 임금은 홍계관을 압송하게 한 뒤에 그 쥐를 잡게 하여 배를 가르게 하고 보았더니 새끼 두 마리가 뱃속에 있으므로 크게 놀라며 이상스럽게 여겨 중사(왕명을 전달하는 내시)에게 급히 따라가서 사형 집행을 정지시키도록 명하였다. 종사가 빠르게 말을 달려 당고개 위에 이르러 바라보니 한창 사형을 집행하려는 참이었다. 그가 집행을 중지하라고 큰 소리로 외쳤지만 그 소리가 미처 형관에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아 급히 손을 저으며 중지시키려고 하였다. 형관이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빨리 집행하라고 재촉하는 신호인 줄 잘못 알고 그만 목을 베고 말았다. 중사가 돌아와서 그런 사유를 아뢰었더니, 임금이 "아차 아차" 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당고개의 형장을 아차 고개라고 고쳐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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