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2. 사화의 소용돌이
금갑옷을 바다에 던져 버린 청백리 이약동
이약동(1416-1493)의 본관은 벽진이고, 자는 춘보, 호는 노촌이다. 문종 원년(1451)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일찍이 제주목사로 있을 때에 청렴하여 사냥할 적마다 항상 채찍 하나만 들고 갔다. 그는 제주목사를 그만두고 돌아올 적에 그 채찍마저 관아 벽에 걸어 놓고 왔다. 제주도 사람들이 그것을 보물처럼 간직해 두고 신임 목사가 부임 할 적마다 반드시 바람에 쐬고 볕에 내말리곤 하였다. 세월이 오래 지나 좀이 슬고 파손되자, 화공을 시켜 그대로 모사하여 관아의 벽에 걸어 놓고 후임 목사로 하여금 그 청덕을 본받게 하였다. 이약동이 제주에서 임기가 끝나 돌아올 적에 배가 바다 한가운데 당도하여 갑자기 회돌이 물살에 걸려 나아가지 못하였다. 사공이 두려워서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려 있을 때, 이약동은 홀로 의젓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한 비장이 앞에 나와 고하였다.
"제주도 백성들이 공의 청덕에 감복하여 금갑옷 한 벌을 싸서 나에게 주면서 공이 갑옷을 입어야 할 날에 이 갑옷을 바치라고 하였습니다"
이약동이 곧바로 갑옷을 바닷속에 던져 버리게 하자, 배가 잘 나아가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다. 후세 사람이 그의 청덕에 감탄하여, 그곳을 '갑옷을 던져 버린 바다'란 뜻으로 '투갑연'이라 이름하였다. 김종직과 동향으로 매우 친했는데, 노년에 하로촌에 물러나 살았다. 벼슬은 지중추부사에 이르렀고 시호는 평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