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1. 창업의 문
방안에서 우산을 써야 했던 청백리 유관
유관(1346-1433)의 본관은 문화이고, 자는 경부, 호는 하정이다. 공민왕 20년(1371)에 문과에 급제하여 우의정에 이르렀다. 유관은 그릇이 크고 너그럽되 공정하고 청렴하였으며, 남달리 총명하되 배움과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았다. 그의 집은 흥인문(동대문) 밖에 있었는데 담장도 없는 초가삼간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태종 임금이 선공감을 시켜서 본인 모르게 집을 지어 주었다. 유관의 생활은 늘 청빈하였다. 장마비가 한 달 넘어 계속된 적이 있었는데그때 천장이 새서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유관은 우산을 받쳐 들고 방안에 앉아서 부인을 돌아보고 말했다.
"우산이 없는 집은 이 장마통에 어떻게 견딜까?" "우산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다른 준비가 있을 것입니다"
부인이 이렇게 대답하니 유관이 웃었다. 겨울에 유관의 집을 방문하면 맨발에 짚신을 신고 나오는 유관을 흔히 볼 수 있었고, 봄에는 호미를 들고 채소를 가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세종 6년(1424)에 우의정으로 벼슬을 물러났다. 유관은 손님이 오면 반드시 술을 대접하였는데, 막걸리 한 동이를 뜰 위에 두고 늙은 여자종을 시켜 사발로 술을 대접하게 하였으며, 술을 마시며 손님과 화락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6-07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