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북산을 보며 웃네 - 역사 속으로 찾아가는 죽음 기행 : 맹란자
제4장 죽음 또한 자연 아닌가
심학의 철학가 - 육상산 / 왕수인
죽음 또한 자연이 아닌가 - 육상산
왕수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중국의 철학가 육상신은 54세에 죽었다. 주자의 성즉리 에 그는 심즉리 라는 학설을 듣고 나와 주자와 쌍벽을 이루었다. 주자는 아홉 살 아래이던 그의 논적 육상산의 부음을 듣고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육상산의 부임지이던 형문(호북성)에서 생애를 마쳤는데, 죽기 수일 전, 가족에게 나는 머지 않아 죽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가족들이 왜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라고 했더니 육상산은 조그만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죽음 또한 자연 아닌가? 숙환인 폐결핵이 재발하여 그는 자신이 오래 못살 것을 알았다. 정무를 정리하고 가사를 정돈했다. 그는 약물까지도 거절해왔다. 목욕한 뒤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의관을 정제한 뒤 반듯하게 앉아서 죽었다. 12월 14일 눈 내리는 겨울날이었다.
마음이 곧 천리 라고 한 왕수인
왕수인의 호는 양명이다. 그는 명나라 사람으로 절강성 여요에서 태어났다. 뛰어난 철학자로 정치에 참여하여 농민봉기를 진압하고 신호의 난 을 평정하여 벼슬이 병부상서에 이르렀다. 그도 폐질환으로 57세의 아까운 나이에 죽고 말았다. 왕수인은 육상산의 심즉리 를 중심으로 하여 마음이 곧 천리라는 학설을 내세웠다. 모든 일과 모든 존재의 리는 내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다. 고로 마음 밖에 따로 이치나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부정하였다. 우주는 곧 나의 마음이며 나의 마음이 곧 우주라는 육상산의 학설을 계승한 왕수인은 만물이 모두 사람의 마움에 의지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친구에게 꽃을 예로 들어 만물이 사람의 마음에 의지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친구가 낭떠러지에 있는 꽃을 보고 먼저 물었다. 이 세상에는 마음 밖에 어떤 사물도 없다고 하였는데 이 꽃나무는 저절로 피었다가 저절로 떨어지곤 하지 않는가? 그것이 나의 마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자네가 이 꽃을 보지 않았을 때에는 이 꽃과 자네의 마음은 다 고요했었다. 그런데 자네가 여기에 와서 이 꽃을 보았을 때는 이 꽃의 빛깔이 일시에 또렸해졌다. 이것으로 이 꽃이 자네의 마음 밖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왕수인의 대답이었다. 네가 꽃을 보았을 때 그것이 네 마음 가운데 나타난다는 것은 꽃의 존재가 너에게 감지된다는 뜻이며, 꽃의 존재는 곧 너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의 몸도 사람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주재되며 모든 행동은 마음속의 의지와 생각에 의해 지배된다고 하였다. 몸을 주재하는 것은 곧 마음이다. 그러니 모든게 어떻게 마음밖의 일이겠는가?
그의 제자들이 임종을 앞두고 스승께 물었다. 선생님 지금 심경이 어떠하십니까? 이 마음이 광명한데 또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느냐. 이렇게 도학자들은 모두 죽음앞에서 지극히 담담하였다.
서화담과 소강절, 주자와 퇴계, 육상산과 왕수인, 그리고 토정선생. 마음이 이미 평안하다. 의 서화담. 삶과 죽음은 보통있는 일이다. 의 소강절. 죽음 또한 자연 아닌가? 의 육상산. 조화를 따라 사라짐이여, 다시 무엇을 구하리요. 의 퇴계선생. 인명은 하늘에 있는 법, 서러워 말아라. 의 토정선생. 퇴계와 토정, 육상산은 정좌한채 영면에 들었다. 이들은 모두 목욕을 마친 뒤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의관을 정제한 뒤 자리를 정돈하였다. 그의 제자들이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자 화담은 성인들은 모두 이렇게 하셨다. 라고 답할 뿐이었다. |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12-12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