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10장 교만해지는 제환공
2. 주양왕의 즉위
제환공의 사치와 교만
제나라로 돌아간 제환공은 이후 자기 공로가 천하 제일이란 자부심만 늘어, 제나라 궁실을 대규모로 개축하여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몄다. 심지어 제환공이 타는 수레라든가 복장이나 시위하는 자들의 제도까지 주나라 왕과 견줄 정도로 화려하게 바꾸어 실시하였다. 이렇게 되니 제나라 백성 사이에서는 자기 나라 임금이 마치 주나라 천자처럼 행세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누어져 물의가 분분하게 일어났다. 또 관중의 분부로 정승의 부중(府中)에 거대한 3층대가 높이 솟아, 이름을 삼귀지대(三歸之臺)라 했다. 그것은 백성이 귀순하고, 모든 나라 제후가 귀순하고, 사방 오랑캐들이 귀순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술을 서로 마신 후 술잔을 올려놓고 반점을 설치하고 열국의 사신을 인견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천자만이 하는 것이지 제후의 신분으로는 사실상 월권이었다. 포숙아는 주공도 그런데다가 이제는 관중마저 이런 사치스런 짓을 권하면서 시설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어느 날 그는 관중의 부중으로 찾아가 관중에게 물었다.
"주공이 사치하면 개인적으로야 그만이겠지만 멀리 보면 천자를 무시하는 태도요. 이러고도 정승인 자네가 주공을 보필하는데 옳은 짓을 한다고 변명할 수 있소?"
관중이 대답했다.
"주공은 지금까지 갖은 고난을 다 겪고 애써서 공업(功業)을 성취하셨기 때문에 또한 한때의 쾌락을 도모하려는 것뿐이네. 만일 이 때 내가 예법으로써 주공을 구속하면 주공은 모든 것이 귀찮다면서 매사에 게을러지고 타락하고 마네. 이제 내가 주공의 월권을 도우며 도리에 어긋난 시설을 하는 것은 주공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받는 그 비방을 주공 혼자만이 받을 것이 아니라, 나도 그 비방의 대상이 됨으로써 주공을 지켜 드리려는 것이네."
포숙아는 관중의 변명을 듣고서 한참 망설이다가 입으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대답했으나 마음으론 이 친구가 크게 생각을 잘못한다고 탄식했다.
'누구나 오랜 세월 참으면서 공적을 쌓고나면 사치와 부귀를 탐하게 되는 것인가....... 그래도 관중만은 인물됨이 커 욕망을 참고 그런 유혹에서 벗어날 줄 알았거늘. 나의 지나친 기대였을까?'
관중의 부중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포숙아의 발걸음은 몹시 무거웠다.
한편 주나라 주공 공은 규구(葵邱) 땅 맹회(盟會)에 참석하고 왕성으로 돌아가다가 도중에서 우연히 진나라 진헌공(晋獻公)의 행차와 만났다. 진헌공은 규구 땅 맹회에 참석하려고 급히 서둘러 가는 길이었다. 주공 공이 말했다.
"회(會)는 무사히 끝나고 모든 제후도 각기 자기 나라로 돌아갔소이다."
진헌공은 발을 동동 구르며 규구의 맹회에 참석 못한 걸 참으로 애석해 하며 탄식했다.
"이번에 제나라 관정승의 초대를 받았음에도 과인의 나라가 규구 땅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처럼 성대한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으니 과인과 맹회는 정말 인연이 없군요."
주공 공이 태연히 대답했다.
"군후는 그렇게 원통해 하실 것까지는 없소. 이번에 보니 제후가 자기 공이 크다 하여 교만함이 대단합디다. 대저 달도 둥글면 이지러지고 물도 가득차면 넘치나니, 제나라도 오래지 않아 그 세가 기울 것이오. 그러니 군후는 이번 규구 회에 참석 못한 것을 그렇게까지 크게 상심할 것까진 없을 것 같소."
진헌공은 이 말을 듣고 다시 수레를 서쪽으로 돌려 진나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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