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9장 초나라로 쳐들어가다
6. 제환공과 굴완, 입술에 피를 바르다
포숙아가 감탄하다
예를 마치고 나서 제후들은 서로 재배하고 치사했다. 관중이 굴완에게 청했다.
"청컨대 귀국에 사로잡혀 있는 담백을 정나라로 돌려보내 주면 매우 감사하겠소."
굴완이 웃으며 관중에게 청했다.
"우리 나라도 채후를 대신해서 귀국에게 사죄합니다. 그러니 귀국도 채나라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쌍방 조건을 허락했다. 마침내 관중은 8국 군대에게 회군할 것을 하령했다. 대군이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포숙아가 관중에게 물었다.
"초나라 죄는 초후(楚侯)가 이제까지 망령되게 스스로 왕이라고 자칭한 데 있소. 그런데 그대는 초후가 포모를 주왕실에 바치지 아니한 것만을 가지고 문제를 삼았소. 웬일이오? 나는 그대의 속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구려."
관중이 대답했다.
"초나라가 자칭 왕호를 쓴 것은 벌써 3대째가 되었소. 내가 만일 초나라가 왕호를 쓴다고 꾸짖었다면 초가 머리를 숙이고 내 말을 듣겠소? 만일에 초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서로 싸우는 수밖에는 없소. 싸움이란 그대도 잘 알고 있듯이, 한번 시작하면 서로 보복하느라 여념이 없게 되오. 한두 해에 결말이 나지 않소. 특히 우리와 초나라가 싸운다면 남북이 아마 몇 해를 두고 극도로 소란할 것인즉 전쟁의 피해는 몇 대를 두고 이어질 것이 틀림없소. 초나라를 멸망시킬 수는 있겠으나 우리 제나라도 온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오. 내 포모로써 트집을 잡아 초로 하여금 공물을 천자께 바치게 하였으니 이는 초가 스스로 자기 잘못을 인정한 것이오. 그리고 주왕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위엄을 알린 것이오. 동시에 우리 주공의 패업을 더욱 빛나게 하고 이 곳에 모인 각국의 군후들 위력도 빛냈소. 나는 그대의 생각에도 전쟁을 열어 화를 맺는 것보다 서로 동맹하고 우호를 맺는 것이 낫다고 하리라 보오."
이 말을 듣고서 포숙아가 크게 감탄했다.
"역시 관중이로고. 군사 하나 다치지 않고도 천추의 높은 공적을 주공에게 바치고, 주왕실의 위엄을 떨쳤도다."
관중이 포숙아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대는 돌아가는 길을 잘 보아 두오. 언젠가 우리 나라와 초는 자웅을 결판지어야 할 날이 올 것이오. 그 때는 초나라의 둥지를 단숨에 둘러 빼야 할 것이오."
포숙아가 다시 찬탄한 후 물었다.
"그대가 볼 때 어느 때쯤 우리 나라와 초나라가 한판 승부를 해야 할 것 같소?"
관중이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초와 우리가 전쟁을 치루려면 주왕실을 비롯한 중원의 모든 나라가 우리 제나라를 편들어야 하오. 특히 진(晋)과 진(秦)의 협력이 있어야 하오. 그리고 북쪽 오랑캐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이오. 그 때가 되면 나나 그대나 어찌 초나라를 두려워하겠소."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한 미소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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