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樂與餌, 過客止, 道之出口, 淡乎其無味.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집대상, 천하왕, 왕이불해, 안평태. 낙여이, 과객지, 도지출구, 담호기무미. 시지부족견, 청지부족문, 용지부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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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째 장
직역
큰 이미지를 잡으면 천하를 움직일 수가 있다. 움직여도 해가 없으니 편안하고, 평등하고, 안락하다. 즐거운 음악과 먹이는 지나가는 사람을 멈추게 한다. 도가 입에서 나오면 담백하여 그 맛이 없다. 보아도 만족하게 볼 수 없고, 들어도 만족하게 들을 수 없으나, 그것을 사용해도 궁하지 않는다.
해석
천하를 장악하고 싶은가. 그럼 큰 이미지를 잡아라. 이미지는 무엇인가. 분화되기 전의 모호한 그 무엇이다. 즉 구분되어 있지 않음을 뜻한다. 큰 이미지는 도의 다른 표현이다. 천하를 얻고자 한다면 도를 잡아라. 도를 얻으면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천하를 움직여도 남들에게 해가 없다. 그것은 왜 그런가. 도로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칼과 돈으로 천하를 움직이면 어딘가는 삐그덕 한다. 불만이 쌓일 수 있다. 그러나 도로 움직이면 천하인이 편안하고 태평할 것이다.
사람은 음악과 음식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자극적이고 맛이 있고, 취미에 맞는 음악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도는 어떠한가. 누가 도를 말한다. 그 도의 말은 맛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지나가는 여인의 다리에는 관심이 있지만, 도에는 관심이 없다. 더욱이 도는 감각으로 완전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고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만족하게 보거나 들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귀와 눈으로도 어느 정도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만족한 것은 아니다. 도 그 자체는 아니다. 코끼리의 사진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코끼리가 아니다. 사진일 뿐이다. 하지만 그 사진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는 있다. 노자가 말을 부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 어떤 사람이 코끼리의 사진을 봤다. 그는 코끼리의 사진만 보았다. 그래서 실제로 코끼리를 보고 싶어서 아프리카에 갔다. 거기서 그는 거대한 코끼리를 보았다. 그러자 코끼리를 총으로 쏴 죽였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야기했다. "코끼리는 아프리카에 있지도 않아. 그곳에는 엄청나게 큰 괴물만 있어. 이 사진 속에 있던 이렇게 작은 코끼리는 없었다. 아마 그놈이 다 잡아먹었을 것이다." 웃기는가. 말 같지도 않은가. 아니면 무엇인가 생각을 하게 하는가.
도덕경은 도덕경의 한문을 외우고 자구를 외우면서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경전이 아니다. 자신의 삶과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경이다. 도덕경을 줄줄 외우면서 자랑을 한다. 나는 노자에 대해서 탁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진 속의 코끼리를 가지고 그 부분 부분을 나누어 설명을 한다. 그러나 정작 살아 있는 코끼리를 만나면 도망을 간다. 왜 너무 크니까. 자신이 알고있는데로 초식동물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는가. 도덕경을 외우는 일은 쉬운 일이다. 오천여 자밖에 안된다. 그러나 도덕경의 내용대로 사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자기의 변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자를 마셔라. 그래서 자신의 삶이 되게 하라. 코끼리의 사진만 보고 그 사진 속의 코끼리만 들여다보지 마라. 코끼리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아프리카에 가서 코끼리를 타 보아라. 그러나 우리는 지금 사진도 없이 코끼리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남에게서 들은 코끼리에 대한 의미 없는 이야기만 주절거린다. 그리고 자신은 코끼리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진리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보고 듣는 것은 이차적이다. 관심이 촉발되었으면 도에 흡입이 되어라. 지식으로 알지 말고 삶으로 구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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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대상을 잡는 이가 있다면 천하는 그에게로 돌아갈 곳이다. 그에게로 가면 해롭지 않고 안락하고 태평하다. 감미로운 음악과 맛있는 요리로 사람을 불러모은다면 지나가던 나그네도 발길을 멈추게 된다. 도에서 나오는 말은 담백하여 별다른 맛이 없다. 그것은 보아도 보이지 볼 만한 것이 못되고, 들어도 들을 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그것은 무궁무진하므로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다함이 없는 것이다.
주
대상: 도는 형상이 없다. 그러므로 그것을 볼 수는 없다. 다만 마음의 눈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그래서 이미지 즉 상이라 표현한 것이다. 상은 상과 뜻이 같음. 안평태: 안락하고 편안하다는 뜻임. '태'는 '대'로 기술된 판본도 있으나 뜻은 같다. 이 경우 '대'는 '태'로 읽어야 한다. 악여이: 음악과 맛있는 요리. 기: 다하다.
해
성인은 도를 체득하여 어진 정치를 베푼다면 만백성이 모두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하는 안락하고 태평하여 백성들은 다투어 격양가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한 선율의 음악이나 미각을 짜릿하게 하는 산해진미는 지나가는 길손의 발길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 쾌락일 뿐 계속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일수록 빨리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에서 나오는 말은 아무런 자극적 요소가 없다. 그것은 담박하여 맹물과 같다. 그러므로 그것은 인간의 눈, 코, 귀, 혀 등의 감각 기관을 자극할 수 있는 개미와 짜릿한 흥분 같은 것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도는 우주 내의 모든 것을 차별 없이 포용하며, 생명이 있는 것에 대하여는 자기 나름의 생을 구속 없이 누리게 하여 감싸주고 덮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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