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9장 초나라로 쳐들어가다
5. 팔로 대군의 기치를 드높이며
투렴과 투장
"국법을 모면하고 네 목숨을 건져내려면 반드시 공을 세워야 왕의 사면을 받을 것이다."
투장이 형 앞에 무릎을 꿇고 청했다.
"형님 살아날 길을 지시해 주십시오."
투렴이 말했다.
"정나라는 우리 군대가 물러간 줄로 알 것이다. 그러니 우리 군대가 다시 쳐들어오리라곤 생각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날랜 병사를 이끌고 급히 진격하여 기습적으로 정나라를 치면 너는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투장은 군사를 2대로 나누어 몸소 전대를 거느리고 앞서 가고, 투렴은 후대를 거느리고 그 뒤를 따라 정으로 갔다. 그들은 군사들의 입을 가리고, 말발굽에는 천을 씌워 소리를 내지 않고 은밀히 진격했다. 마침내 그들은 정나라 경계를 넘었다.
한편 정나라 장수 담백은 변경에서 군마를 검열하고 있었다. 담백은 타국 군사가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황망히 군사를 거느리고 나서서 적을 맞이해 싸웠다. 그러나 담백은 싸우는 동안에 초나라 투렴이 거느린 후대 가 자기의 뒤를 에워싸고 오는 걸 몰랐다. 담백은 앞뒤 공격을 당적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담백은 초나라 군사의 포로가 되었고 정나라 군사들은 그 절반이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투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정나라 깊숙이 쳐들어가려 했으나 투렴이 그를 말렸다.
"이번의 기습 작전을 쓴 것은 너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어찌 요행만 바랄 수 있겠느냐?"
형제는 즉시 초나라로 회군했다. 초성왕 앞에 나간 투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청했다.
"신이 전번에 회군한 것은 적을 유인하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싸움이 무서워 물러선 것은 아니옵니다."
"네 이미 적장을 잡아온 공로로 그 동안 지은 죄는 면하겠지만 아직 정나라가 우리에게 항복치 않았는데 어찌하여 군사를 거두어 돌아왔는가?"
"우리 군사의 수효가 많지 못해 성공하지 못할 것 같기에 철군했사옵니다."
투렴이 동생을 대신하여 아뢰니 초성왕이 얼굴색이 변해 소리를 높여 꾸짖었다.
"네가 군사 수효가 적은 것으로 변명을 하니 적을 겁내는 것이 분명하구나. 병차 2백 승을 더 줄 터이니 정나라의 항복을 받지 못하면 다시 과인의 앞에 나타날 생각은 말아라!"
투렴이 다시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왕께서는 우리 형제를 함께 가게 해주시옵소서. 만일 정나라의 항복을 받지 못하면 정백이라도 잡아 단하에 바치겠나이다."
그 대답에 만족한 초성왕은 투렴을 대장으로, 투장을 부장으로 삼으니 그들 형제는 병차 4백 승을 거느리고 다시 정나라로 쳐들어갔다. 한편 담백이 초나라 군사에게 사로잡혀갔다는 보고를 받은 정문공은 다시 사람을 제나라로 보내 구원을 청하니 이에 관중이 제환공에게 아뢰었다.
"주공께선 수 년 동안에 연나라를 구출하고, 노나라 기초를 세워 주었으며, 형나라에 성을 쌓고 위나라를 봉(封)해 천하 백성에게 은덕을 내리고, 모든 나라 제후에게 대의를 폈습니다. 모든 제후의 군사를 쓸 때는 바로 지금이니, 주공께서 정나라를 구원하시려면 직접 정나라로 가실 일이 아니라 아예 초나라를 치시는 게 순서일 것입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모든 나라 제후를 크게 합쳐야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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