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9장 초나라로 쳐들어가다
5. 팔로 대군의 기치를 드높이며
초성왕의 질투
한편 남방의 초나라는 점차 국력이 충실해져 갔다. 초성왕 웅운은 은근히 천하를 쥐고 싶은 야심이 생겼다. 당시 한동(漢東) 땅 일대의 크고 작은 나라들은 이미 초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중원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언제나 제환공을 칭송하는 것이었으니 초성왕은 매우 불쾌해 하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 해 산융을 정벌하고 얻은 5백 리 땅을 아낌없이 모두 연나라에 내주었다는 소식은 가뜩이나 큰 야심과 명성을 좋아하는 초성왕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속을 몹시 상하 게 했던 것이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형나라, 위나라를 도와 적(狄)을 물리치고 성(城)까지 쌓아 주었다 해서 모든 나라들의 칭송을 한몸에 받는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초성왕은 매우 불쾌했다. 마침 영윤 벼슬에 있는 자문이 곁에 있었다. 초성왕이 탄식했다.
"제후(齊侯)는 덕을 펴서 이름을 드날리고 인심을 얻었다지. 그런데 과인은 한동(漢東) 구석에 있으면서 덕은 족히 인심도 이끌지 못하고 위엄은 족히 민중을 누르지 못함이라. 오늘날 세상에 제나라만 있고, 우리 초나라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과인은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노라."
자문이 대답했다.
"제후가 패업을 경영한 것이 근 30년이나 됩니다. 그는 주왕(周王)에게 충성하는 걸로 명분을 내세우느니만큼 세상 모든 제후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히 그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북 사이에 위치한 정나라는 마치 병풍의 안팎 같습니다. 왕께서 만일 중원(中原)을 도모하고자 하실진대 먼저 정나라부터 정복하십시오."
초성왕이 물었다.
"누가 능히 과인을 위해 정나라를 정벌하겠느냐?"
대부 투장(鬪章)이 앞으로 나서며 청했다.
"신이 정을 치겠습니다."
초성왕은 투장에게 병차 2백 승을 내줬다. 이에 초군(楚軍)은 정나라로 쳐들어갔다.
한편 정나라는 늘 초나라에 대한 불안 때문에 성을 쌓고 초나라 거동만 주시하고 있었다. 초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온다는 세작의 보고를 듣고 정문공은 크게 놀라 즉시 병사를 모아서 내주며 대부 담백을 순문으로 보냈다. 담백은 군사를 거느리고 급히 순문을 지키러 갔다. 동시에 정나라 사자는 이 급한 사태를 제환공에게 고하여 구원을 받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쪽으로 달렸다. 제환공은 정나라 사자를 인견하고 즉시 모든 나라 제후에게 격문을 보냈다. 격문을 받은 모든 나라 제후는 제환공의 지시대로 장차 제나라 정(檉) 땅에 가서 일단 모인 후에 정을 구원할 요량이었다.
한편 초나라 투장은 도중에서 정나라에 모든 준비가 갖추어 있고 또 제나라 구원병이 올 것이란 소문을 듣자, 아무리 생각해도 불리할 것만 같아서 정나라 경계 가까이까지 갔다가 일단 시위만 하고 돌아왔다. 군대가 정나라를 치러 갔다가 아무 성과없이 돌아온 걸 보고 초성왕은 대로했다. 그는 차고 있던 칼을 풀어 투렴에게 주며 말했다.
"곧 군중(軍中)에 가서 투장의 목을 참하여라."
투렴은 바로 투장의 형이었다. 투렴은 군중에 가서 초왕의 말은 하지 않고 동생 투장과 만나 비밀리 상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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