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9장 초나라로 쳐들어가다
3. 鶴이 오랑캐를 막아 주나
好鶴亡國
더구나 우스운 것은 위의공이 기르는 학은 다 직품(職品)과 직위(職位)가 있어서 녹을 받았다. 가장 좋은 학은 학대부라 하여 대부의 녹을 받고, 그만 못한 놈은 선비의 녹을 받았다. 위의공이 행차할 때면 수레 앞에 태우는 학을 학장군이라고 불렀다. 이래서 학대부, 학장군이란 말이 생겼다. 벌써부터 백성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자조 섞인 풍조가 널리 퍼지고 있었다.
"학에게 물어보면 될 게 아니냐."
한편 오랑캐 북적(北狄)은 원래가 거칠고 강성한 족속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고 있었다. 북적의 주장(主長)은 수만이란 자였다. 수만은 야심이 컸다. 평소에도 군사를 기르고 무기를 준비하면서 중원 땅을 노렸다.
"제환공이 이번에 산융을 쳐서 영지와 고죽국을 멸망시킨 것은 우리 적(狄)도 멸시한 것이나 다름없도다. 내 마땅히 중원을 쳐 이를 갚으리라."
이러한 명분으로 수만은 오랑캐 족속들을 유혹했다. 마침내 수만은 기병 2만을 거느리고 형(邢)나라를 짓밟더니 곧 위나라로 진격해 들어갔다. 그 때 위의공은 학을 수레에 싣고 또 궁 밖으로 놀러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변경에서 달려온 사자가 급보를 전했다.
"오랑캐 적(狄)의 내침!"
위의공은 크게 놀라 즉시 군사를 모으고 적을 막도록 서둘렀다. 그러나 군사들이 모이지 않았다. 백성들이 모두 멀리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위의공은 병역을 피해 도망친 백성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수일 동안에 수백 명의 백성들이 잡혀 위의공 앞으로 끌려왔다. 위의공이 물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병역을 기피하고 도망쳤느냐?"
그들이 이구 동성으로 대답했다.
"주공께서는 한 가지만 쓰시면 능히 오랑캐를 물리칠 텐데 무엇땜에 저희들 백성들을 동원하려 하십니까?"
위의공이 의아해서 물었다.
"한 가지를 쓰라니, 그게 뭔가?"
"그건 학입니다. 학에게 명령하시면 될 게 아닙니까."
위의공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다시 물었다.
"학이 어떻게 북쪽 오랑캐를 막는단 말이냐?"
"학이 능히 싸울 줄을 모른다면 그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이 아니오이까. 상감께선 유용한 백성은 돌보지 않고 무용한 학만 기르시기 때문에 백성이 복종하지 않습니다."
위의공이 사정하듯 물었다.
"과인의 잘못을 이제야 알겠도다. 학을 다 날려 보내면 백성이 내 명령에 복종하겠는가?"
석기자가 아뢰었다.
"주공께서는 속히 그렇게 하십시오. 오히려 시기가 늦지 않았나 두렵습니다."
이에 위의공은 학을 다 날려 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모든 학은 워낙 사랑을 받고 귀여움을 받아서 하늘 높이 빙빙 돌다간 제자리로 돌아왔다. 모든 학은 좀처럼 떠나려 하지 않았다. 석기자와 영속 두 대부가 친히 거리에 나가서 연설했다.
"우리 상감께선 자기 잘못을 후회하고 계신다!"
그제야 백성들은 차차 모이기 시작했다. 이 때 오랑캐 북적 군사들이 벌써 형택(榮澤)에까지 쳐들어왔다. 잠깐 사이에 급보가 세 번이나 이르렀다. 석기자가 아뢰었다.
"북적 군사는 강합니다. 가벼이 당적할 순 없습니다. 신은 이 길로 제나라에 가서 구원을 청하겠습니다."
위혜공이 근심했다.
"지난날 제양공이 5로 연합군을 편성하며 열국 제후와 함께 망명중이던 과인의 아버지 위혜공을 임금 자리에 다시 복위시킨 일이 있었건만 그 후 우리 나라는 사람을 제나라에 보내어 한 번도 감사하다는 뜻과 친교하는 예를 베푼 일이 없다. 오히려 지난번에는 주천자에게 불경했다 하여 우리가 그들에게 항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제나라가 어찌 우리를 도와 주리오. 차라리 오랑캐와 한 번 싸워 존망을 판가름하는 수밖에 없다."
병사들의 불평
영속이 아뢰었다.
"청컨대 신이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오랑캐와 한판 승부로 그 기세를 막아 보겠습니다."
위의공은 무엇을 생각하다가 처량히 말했다.
"아니, 내가 친히 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싸움에 전력을 다 하지 않을까 두렵다."
위의공은 허리에 찬 구슬 패물을 석기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경은 모든 일을 결단하되 이 옥돌처럼 깨끗이 하여라."
그리고는 영속에겐 화살을 주었다.
"항상 전력을 다해 나라를 수호하여라."
이어서 슬픈 목소리로 비장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장차 위나라 정사를 그대 두 사람에게 모두 맡기노라. 과인은 오랑캐를 맞아 이번에 가서 적을 무찌르지 못하면 능히 살아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석기자와 영속은 하염없이 울었다. 마침내 위의공은 군사와 병차(兵車)를 크게 일으켜 대부 거공(渠孔)으로 장수를 삼고, 우백(于伯)으로 부장(副將)을 삼고, 황이(黃夷)로 선봉(先鋒)을 삼고, 공영(孔孀)으로 후대(後隊)를 삼고, 일시에 출발했다. 군사들은 행군하면서도 원성이 분분했다. 위의공은 밤에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리기에 가만히 나가서 야영(野營)하는 군중(軍中)을 살펴봤다. 병사들의 노랫소리가 점점 똑똑히 들려왔다.
학이 국록을 먹을 때 백성은 힘써 농사짓네
학은 대부가 타는 초헌을 타고 백성은 무기를 들었네
오랑캐 창날의 흉악함이여 그들과 겨루지 못할지니
싸워야 할 것인지 망설이노라 과연 몇 사람이나 살아 남을까
학은 지금 어디 있는고 우리는 싸우러 가는데
'내 이다지도 백성들이 고초를 몰랐다니.......'
위의공은 군사들의 노랫소리를 듣자 몹시 괴로웠다. 이렇게 백성들의 불만이 있는 데다가 대부 거공의 군법은 지나치게 엄격했다. 군사들의 불평은 날로 늘었다. 위군이 형택 땅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였다. 오랑캐들은 겨우 천여 명밖에 없었다. 그나마 오랑캐들은 각기 제멋대로 달리고 있을 뿐, 전혀 질서가 없었다. 이를 보자 거공이 말했다.
"사람들은 오랑캐 북적을 용맹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도 않구나."
이에 거공은 곧 북을 울리고 위군을 진격시켰다. 오랑캐들은 패한 체 달아나면서 위나라 군사를 자기편 군사가 매복하고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신호가 오르자 사방에서 숨어 지키고 있던 적병(狄兵)들이 일시에 쏟아져나왔다. 위군에겐 일시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듯했다. 오랑캐 군사들은 위군을 셋으로 나누어 에워쌌다. 위나라 군사들은 서로 돌아볼 여가도 없었다. 더구나 원래부터 싸움엔 뜻이 없었던 그들이었다. 위군은 적세(狄勢)가 흉악하고 용맹한 걸 보자, 병차와 무기를 버리고 일제히 달아났다. 오랑캐 군사들은 위의공만 첩첩이 에워쌌다. 거공이 다급하여 아뢰었다.
"사태가 몹시 급합니다. 청컨대 큰 기를 버리고 주공께서는 병졸의 옷으로 바꿔 입고 수레를 버리고 도망치십시오. 그래야 저 오랑캐놈들을 속일 수 있습니다."
위의공이 탄식했다.
"차라리 내 한목숨을 바쳐 백성들에게 지은 죄를 이 곳에서 사죄하겠노라."
이렇게 하여 위나라 병사들은 싸움 한번 제대로 못해 보고 오랑캐 말발굽 아래 무너졌다. 오랑캐들은 철저히 위나라 군사들을 도륙했다. 어찌나 심 했던지 위의공이나 장수들의 시체는 마치 어육처럼 찢기고 뭉개졌다. 그리고 죽은 이가 열중에 아홉이었다. 단 두 사람 태사(太史) 화룡활과 예욕은 사로잡혀 끌려가게 되었다. 태사 화룡활은 오랑캐 풍속에도 귀신을 섬기는 것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만 앞에 끌려나가자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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