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8장 북방 토벌
1. 위나라 정벌
문강의 유언
주혜왕이 정여공과 서괵공의 도움을 받아 퇴의 일당을 물리치고 왕성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중은 제환공에게 아뢰었다.
"주왕실의 난도 평정이 되었고, 정백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으니 남방의 초나라를 멀리하고 주왕실의 측근으로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주공께서는 천하 맹주로서 북방으로 눈을 돌려 오랑캐를 평정하여 중원의 안정을 도모할 때가 되었습니다."
제환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주왕실의 일에 염려가 있었으나 중부의 예측대로 되었소. 참으로 다행한 일이오."
제환공은 말을 마치고 무엇인가 분부를 내리려고 하는데, 내시가 급히 달려와 노나라에서 전해 온 급보를 알렸다.
"노부인(魯夫人) 문강께서 병환으로 세상을 뜨셨나이다."
원래 문강은 친정 오빠이며 동시에 정부(情夫)였던 제양공이 참살당한 후로 날마다 애통해 하며 울던 나머지 해소병에 걸려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이에 내시가 용하다는 거의( 醫)를 모셔다가 문강을 돌보게 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남자에 굶주린 문강은 끓어오르는 음욕을 참지 못하여 거의를 유혹했다. 환자라고는 하지만 중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그 미색은 아직도 어지간한 처녀를 뺨칠 만큼 교태가 남아 있었으니 문강의 유혹에 거의가 어찌 견딜 것인가. 마침내 유혹에 넘어가 두 사람은 통정했다. 이후 거의는 아예 별궁에서 침식을 같이 하며 문강과 정을 통했다. 얼마 동안은 마치 신혼 부부처럼 둘 사이에 훈기가 돌았다. 그런데 거의가 문강의 음욕을 만족시키느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방사를 해대려니 나날이 수척해졌다. 마침내 견디지 못한 거의는 자기 나라로 도망치고 말았다. 이후 여러 의사들이 왔지만 문강의 음욕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강은 모든 남자들이 제양공만큼 자기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데 대해서 항상 불만스러워했다. 이러니 해소병이 낫기는 커녕 더욱 심해졌다. 그 해 7월이었다. 마침내 문강은 세상을 떠나게 됐다. 문강이 노장공에게 유언했다.
"나는 제나라에서 너의 아버지에게 시집왔다. 내 듣건대 제나라 선군(先君) 제양공의 여식이 이미 장성해서 나이 18세라고 하는구나. 너는 지난날 언약한 바와 같이 속히 그 애와 혼인하여 육궁(六宮)의 위(位)를 바로 세우도록 하거라. 그리고 상중(喪中)에 혼인을 하지 못하느니 어쩌니 하는 허튼소리에 구애당하지 말아라. 그래야만 구천에서라도 내가 걱정을 놓을 것이다."
문강이 유언을 계속했다.
"또 나의 친정인 제나라가 바야흐로 패업을 도모하는 중이다. 제양공과 마찬가지로 제환공도 너에게는 외삼촌이다. 삼가 그를 어른으로 섬기고 대대로 내려오는 두 나라의 전통적인 우호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여라."
문강은 말을 마치고서 세상을 떠났다. 노장공은 예법에 의해서 모친을 장사지냈다. 그리고 문강의 유언대로 그 해에 혼인하려고 서둘러, 모든 신하들과 함께 이 문제를 놓고 상의했다. 대부 조궤가 아뢰었다.
"주공은 지금 모친상을 당하시어 빈소를 모시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혼인할 수 없습니다. 삼년상이 끝난 후에 그 일을 실행하십시오."
노장공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과인이 혼인을 서두르는 것은 돌아가신 모친의 유언에 따르기 위함이니라. 상중에 혼례하는 것이 너무 빠르다면 삼년상을 마치고 나서는 너무 늦게 된다. 그러니 그 중간쯤 혼례식을 올리면 어떠하겠는가?"
이에 모든 신하들이 상의하여 소상을 마치고 나서 청혼하기로 정했다. 그리하여 노장공이 소상을 마치고 제나라의 여자와 혼인을 하니 이 때 시집온 여인이 바로 제양공의 딸 애강(哀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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